경기의료원 안성병원장 '성희롱 폭언' 논란

노조 "부임 후 상습적" 사퇴요구... 병원장 "노조가 마녀사냥" 주장

등록 2009.09.28 17:47수정 2009.09.29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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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산하 공공의료기관인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직원들이 최근 4년 동안 병원장의 ‘성적인 폭언’에 시달려왔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안성병원 전경. ⓒ 안성병원 홈페이지


경기도 산하 공공의료기관인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직원들이 최근 4년 동안 병원장의 '성적인 폭언'에 시달려왔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보건의료노동조합 안성병원지부(이하 노조)는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안성병원장의 성희롱 폭언 문제가 도를 넘어섰다"면서 자체 진상조사결과 정도가 심한 병원장의 6가지 주요 발언 사례 등을 공개하고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그러나 해당 병원장은 관련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노조 측은 병원장이 자진 사퇴하지 않을 경우 법적 대응을 통해 책임을 묻겠다고 맞서고 있어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노조 측은 "안성병원 김아무개 원장이 지난 2006년 1월 부임한 이후 간호사들 앞에서 상습적으로 성희롱 폭언을 일삼아왔다"고 주장한다. 특히 노조가 조합원들을 상대로 조사해 공개한 대표적인 사례는 차마 표현하기 민망한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노조 "간호사들 앞에서 상습적 성희롱 폭언"... 주요 사례 공개

노조가 주장한 사례를 옮기면 이렇다. 김 원장은 지난 6월 간부들과 회식자리에서 "보호자 대기실의 커피 타먹을 때 쓰는 스푼 담가놓는 물 컵을 그대로 둬 뿌옇게 여자 *에서 나온 물 같이 해놓았다"면서 "자기 집 같으면 그렇게 해 놓겠느냐"고 야단을 쳤다.

이에 앞서 지난 2007년 9월경 신입 간호사들의 소개를 받은 자리에서는 임금문제를 의식한 듯 "여자가 돈을 벌려면 취직하지 말아야 돼, 왜 돈을 따져. 저질같이 몇 푼 안 되는 돈 가지고...그렇게 벌려면 나가서 다리 벌리고 몸 팔라고 해"라고 발언했다.


2006년 11월경에는 병동을 순회하면서 간호사들을 향해 "내가 전에 병원 다닐 때는 간호사들 엉덩이를 만지거나 가슴을 주무르면 입을 헤벌리며 좋아라했지"라며 "요즘은 성희롱이라고 말들 하는데, 그러면 나는 몇 번이나 고소를 당했겠다"고 말했다.

또한 2006년 8월경에는 수술실의 물품정리가 제대로 안 된 문제를 지적하면서 "너희 수술실은 여자로 치면 창녀야"라고 질책했다.

이밖에도 "요즘은 세상이 잘못 돼서 이상한 법이 생겨가지고 여자들만 좋아졌어. 육아휴직 가려면 집에 가서 애나 봐야지 직장은 왜 다녀? 육아휴직은 없어져야 돼. 집에서 쉬고나와 무슨 일을 제대로 하겠어", "노가다 자식은 노가다만 해야 되는데 너도 나도 대학가서 그게 문제야. 그러니까 조금만 힘들어도 그만두지"라는 말도 했다는 것이다.

노조 측은 "병원장의 성희롱 폭언은 4년간 겪은 피해자들의 진술을 근거로 몇 가지 사례만 공개했다"면서 "피해자들은 대부분 간호사들로, 심한 성적 수치심을 느꼈으나 불이익을 받을까봐 현장에서 즉각 대응하지 못하고 가슴앓이를 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노조에서 이를 문제 삼고 나서자 병원장은 지난 4일 사과문을 냈으나 자신의 잘못된 언행에 대해 진정한 반성과 사과는 없고, '오래된 언어습관'이라며 자기 합리화를 위한 내용들이 많았다"면서 "이 때문에 조합원들이 더욱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노조 또 "지난 8월초부터 이 문제를 상급기관인 경기도와 경기도의료원에 전달하고 진상조사와 처벌,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해왔다"면서 "그러나 경기도와 경기도의료원은 최근 성희롱 정도가 미약하다는 이유로 처벌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노조 측은 "병원장에 대한 자진사퇴 투쟁을 전개하는 한편 자진사퇴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법적인 대응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병원장 "노조가 인사 불만에 마녀사냥...성희롱 폭언 한적 없다"

이에 대해 김아무개 원장은 노조 측의 주장을 부인했다. 그는 전화통화에서 "노조 측이 계약직 사원에 대한 인사문제에 불만을 품고 마녀사냥 식으로 몰아가고 있다"면서 "내 기억으로는 노조에서 주장하는 말들을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김 원장은 "노조 측에서 공개사과를 요구해와 사과를 했지만 '진정성이 없다'며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아 대화가 되지 않는다"면서 "모든 게 내 부덕의 소치라고 여기고 있으나 자진 사퇴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원장의 반론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노조 위원장은 "병원장이 자신의 성적 폭언에 대해 솔직히 인정하고 사과를 했다면 문제가 커지지 않았다"면서 "병원장은 노조가 인사에 불만을 품고 문제를 삼고 있는 것처럼 사안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병원장이 사안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는 것은 자신의 언행에 대한 문제의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앞으로 자진 사퇴하지 않을 경우 조합원들의 진술과 증언들을 근거로 법적인 책임을 묻겠다"고 강경 입장을 밝혔다.

장 위원장은 또 "기본적인 자질이 의심스러운 병원장이 공공의료기관장으로 있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면서 "이번 사건을 알고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기도와 경기도의료원 측의 무책임한 처사도 비판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도-경기의료원 "양측 주장 서로 달라 진상파악 곤란"

이와 관련해 경기도 관계자는 "지난달 중순 안성병원을 방문해 병원장과 노조 조합원들을 만나 조사를 벌였으나 양측의 얘기가 서로 달라 행정기관으로서는 진위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사법기관을 통해 진상을 밝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기도의료원 관계자도 "몇 차례 조사를 했지만 병원장이 그동안 불특정 직원들을 상대로 말하다 벌어진 문제로, 객관적인 데이터가 없어 진상파악이 어렵다"면서 "양측의 화해를 유도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화해할 상황을 넘어서 답답하다"고 말했다.

경기도 안성시 당왕동에 있는 안성병원은 경기도의료원 산하의 6개 지방병원 가운데 한 곳으로, 병원장은 경기도의료원장 추천을 받아 경기도지사가 임명한다. 현재 전체 직원 154명 중 노조에 가입된 조합원은 110명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안성병원노조 #병원장 성희롱 폭언 #법적 대응 #경기도의료원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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