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돈씨는 알아서 팬티 입고 뒹굴어요"

[베일벗은 남녀①] 생활밀착 코미디 <남녀탐구생활> 김기호-김지수 작가

등록 2009.09.15 08:36수정 2009.09.15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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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탐구생활>의 화장실편 ⓒ tvN


남자가 공중 화장실에 간다. 소변을 본다. 거울을 보며 머리를 다듬는다. 그리고 밖으로 나온다. 손은 안 씻고? 응! 여자들이 경악한다. "으악, 더러워! 정말 그래요?" 이번엔 여자가 공중 화장실에 간다. 물티슈를 꺼내 변기를 닦고, 휴지를 뜯어 변기 위에 깐다. 그래도 불안해 엉거주춤한 '기마자세'로 볼 일을 본다. 남자들은 짜증을 낸다. "그렇게 무서워서 어떻게 화장실에 다녀?"

달라도 너무 다른 남과 여. 성염색체가 XY와 XX로 고작 알파벳 하나 다를 뿐인데도 그 차이는 너무 크고 깊어 신비로워 보이기까지 한다. 그런데 최근 한 케이블 TV 프로그램이 오랜 시간 미지의 영역이던 그 다름을 '확' 까발리는 일에 감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케이블 방송 tvN에서 방영되고 있는 <재밌는 TV 롤러코스터>의 한 코너, <남녀탐구생활>이 바로 그것이다. 동일한 상황에서 각각 다른 남녀의 행동 묘사가 꽤나 섬세하다.

개그맨 정형돈은 팬티를 입고 방 안을 뒹굴다 라면에 삼겹살을 넣어 먹고, 정가은은 얼굴에 팩을 붙이고 옛 남자친구의 싸이월드를 기웃거리는 여자로 분한다. '맞아, 맞아. 저거 내 얘기야!' 하고 감탄하는 와중에 무미건조한  내레이션이 재미를 더하면 그야말로 웃음이 '빵' 터진다.

누구나 내심 궁금하지만 물어보지 못했던 것들을 긁어주고, 은밀한 속마음을 양지로 이끌어내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일까? 지금까지 10회 정도 방영되었을 뿐이지만 타깃 시청률 1%를 달성하는 등 시청자들의 반응도 뜨겁다. 그리하여 궁금해지는 건, 누굴까? 이거 쓴 사람.

11일 오전 상암동에 위치한 tvN 사무실에서 <남녀탐구생활>의 김기호(남자 파트 담당), 김지수(여자 파트 담당) 작가를 만나 <남녀탐구생활>의 탄생과 관련 에피소드 그리고 못다 한 이야기들을 나눠봤다.

공감대 얻어 질주하고 있는 <남녀탐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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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탐구생활>의 김기호-김지수 작가 ⓒ 최은경


- <남녀탐구생활>이 화제다. 인기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
김지수: "공감대?"
김기호: "공감대하고 약간의 새로움? 메인 PD가 항상 말하는 게 '새롭지 않으면 죽는다'는 거였다. PD가 '공감대 없이 그냥 웃기기 위한 걸 하면 그건 우리가 들인 공의 반도 안 된다. 잘 해봐야 본전이다. 공감대가 있어야 진짜 웃음이 나오는 거고, 새로운 틀을 생각해 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항상 강조하셨기 때문에 그런 쪽으로 맞추다 보니까 많은 관심을 받게 된 게 아닌가 싶다."

- 누가 제안한 아이디어인가?
김기호: "아이템 잡기 전에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한다. 서로 얘기를 하다 보면 남자와 여자가 뭐 하나하나가 너무 다르더라. 여자 작가들 얘기를 듣다보면 내가 속이 터지고, 내가 얘기를 하면 여자 작가들이 '미쳤어요??? 진짜 그래요?' 그러다 보니까, 이게 재미있겠다. 이런 쪽으로 살려도 되지 않을까 했던 거다. 남녀 사이에 서로 차이가 큰 만큼 '다른' 것에 더 끌리지 않나. 알려고 해도 모르는 거. 그 전에는 뭉뚱그려서 얘기했다면 이번엔 작은 걸 디테일하게 쪼개서 한번 해보자. 그러면 또 새로운 재미가 나오지 않겠냐. 그러다 보니까 <남녀탐구생활>이 만들어졌다."

- 구체적인 회의 풍경은 어떤가.
김지수: "'화장실' 편은 맨 처음, 남자와 여자가 서로 볼 수 없는 공간을 해보자고 해서 화장실, 목욕탕 이런 아이템들이 나왔다. 화장실 이용하는 거 다 똑같지 않냐 하면서도 남자들은 손을 안 씻고 나온다고 하더라. 더 놀라운 건 '아니, 묻지도 않았는데 굳이 그거를 씻어야 돼?'라고 남자 스태프들이 더 황당해 하는 거다. 여자 작가들 완전 경악했다. 그래서  남자 아이템이 되게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여자도 유난을 떨지만."

김기호: "남자들도 그런 게 있다. 잘 안 씻어도 솔직히 누구한테 나 안 잘 씻는다고 얘기는 안 하지 않나. 그래서, 여자 작가들한테 '너희는 어떻게 사용하니?' 물었더니 그 과정이 나온 거다. 그래서 '미쳤구나', 어떻게 그렇게까지 하나, 아니 뭘 변기에 휴지까지 깔고 불안불안하게 앉는 둥 마는 둥 하며 일을 보나. 그렇게 무서워서 어떻게 화장실을 다니나. 이런 이야기들이 되게 웃기고 재미있는 거다, 서로.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고."

김지수: "'목욕탕' 아이템 회의할 때도 남자들이 때수건 주워 쓰는 거를 (기호씨가) 말씀 안 하고 계시다가 제가 '저 아는 사람들은 때수건도 주워 쓴다던데요?' 하니까 '나만 그런 거 아니었지? 맞아 사실은 다 주워 쓰고 있어' 하는, 이런 공감대가 딱."
김기호: "요즘엔 안 그러지. 예전에 그랬다는 거지."
김지수: "(주워 쓰는 걸) 더럽다고 생각하지 않으신다. 오히려 그게 말랑말랑하고 씻기 좋다고 하더라."
김기호: "근데 찍으면서 한 과정이 빠졌다. 뜨거운 물에 주워 온 때수건을 소독하는 과정이 있다. 그 걸 못 넣은 게 한스럽다."
김지수: "그걸 썼으면 깨끗한 남자가 되는 건데."

화장실 편 보고 '손 씻었다'고 손 내미는 남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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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사무실 로비에 내걸린 축하 문구. ⓒ 최은경


- 여기저기에서 자문도 구하지만, 기획 아이템 자체가 본인들의 경험도 어느 정도 들어가는 거기 때문에 자신들의 사생활이 너무 까발려지는 건 아닌가 걱정스럽기도 할 것 같다.
김기호: "그렇다. 저는 지금 이 인터뷰도 굉장히 두렵다.(하하). 나가면 방송을 보고 지탄을 하던 남성 시청자 분들이 저를 테러하지 않을까. 제가 좀 위생관념이 덜한 편이기도 하고, 약간 뭘 신경을 안 쓰는 스타일어서."
김지수: "털털하고, 딱 정형돈씨다."
김기호: "정형돈씨가 아주 편안하게, 제가 생각하는 연기를 고대로 해주시니까, 아니 오히려 더 심하게 잘해주시니까 고마울 뿐이다. 그런데 방송에서 보여지는 것들이 저 같은 사람들만이 아니라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해 본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분들은 '야씨, 남자 망신시키는 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는데, 그런 반응도 좋게 본다. 그만큼 공감이 가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물론 화장실에서 손 깨끗이 씼는 남자분들께는 정말 다시 한 번 죄송하게 생각한다. 이거 꼭 써 달라."

- 여자인 지수씨의 경우는 어떤가.
김지수: "너무 예쁜 정가은씨가 이런 역할을 해주시니까 사람들이 좋아하긴 하는데, 주변 스태프들이 '이거 쓰는 작가 정가은처럼 생긴 줄 알았다'가 아니어서 실망하셨다고. 여자들이 깔끔 떨고 이런 걸 과장해서 대본 쓰고 방송한 거지, 제가 유난 떠는 건 아니다."
김기호: "방송 때문에 지수씨는 사무실에서 된장녀가 됐고."
김지수: "사람들이 다 그런 줄 알아요. 안 그런데."
김기호: "'얘랑 사귀는 남자 정말 피곤하겠다' 그러고, 안 그런데."

- 지수씨 남자친구? 어떤 반응이었나.
김지수: "내 남자친구는 남자편에 대해 많이 공감하더라. 화장실 편을 보고 요즘에는 자기가 손을 씻었다는 걸 검사 받기 위해서 '나 오늘은 씻었다'고, 손까지 내민다."
김기호: "우리 방송이 긍정적인 영향도 있다."
김지수: "남자들이 손을 굉장히 열심히 씻게 된."
김기호: "방송이 나간 후부터는 저도 만날 씻는다."
김지수: "그러고 나서 괜히 '아, 손을 씻었더니. 야, 로션 좀 줘봐' 이런다."

"정형돈씨는 지문 없어도 알아서 팬티입고 뒹굴어요" 

<남녀탐구생활>에서 매일 같이 팬티를 입고 열연(?)을 펼친 정형돈. ⓒ tvN


- 정형돈과 정가은씨에 대해서도 '캐릭터에 딱 맞다'는 평이 많은 것 같다. 정형돈은 연기가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둘을 캐스팅했던 이유는?
김기호: "정형돈씨 같은 경우는 워낙 내공이 있으니까. 우리가 생각한 콘셉트가 대본플레이에 의한 코믹물 같은 거였기 때문에 자기 개그 센스 같은 게 분명히 있어야 했다. 정형돈씨가 그 역할에 제격이었다.

정가은씨 같은 경우는 <남녀탐구생활> 준비하던 중 갑자기 캐스팅이 되었는데, 딱 보고 와 너무 예쁜 거다. 그런데 오히려 이 분이 하면 훨씬 더 재미있겠구나, 이미지도 좋고, 많이 알려져 있지는 않은 상태였고. 여자 작가들이나 PD들이 볼 때 이미지가 좋았다. 세련된 모습도 있고, 어떻게 보면 순수한 모습도 있고. 항상 보면 마지막에 극적으로 캐스팅된 분이 잘하더라."

- 작가로서 이분들 연기를 평가한다면?
김기호: "정형돈씨는 생활인 것 같다 너무 잘해주신다. 만약 다른 분이 이 역할을 한다면 누가 할까 싶을 만큼 잘하신다. 정형돈씨는 예전 <무한도전>의 이미지(약간 털털하고 지저분한)가 있어서 그런지, 시청자들이 연기라는 생각을 안 하더라."
김지수: "특히 정가은씨는 얄미울 수도 있는 연기를 너무 사랑스럽게 표현해주셔서 너무 고맙다. 정형돈씨가 촬영장에서 자기도 팬티 외에 다른 것도 좀 입어 보고 싶다고 했다더라. 너무 집에 있는 모습만 나와서 팬티만 입으시니까. 처음엔 기호씨가 설정을 줬다. '팬티만 입고 있다' 이렇게 했는데, 요새는 (지문) 없어져도 팬티만 입고 누워 있다."
김기호: "스스로 즐기시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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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탐구생활>의 김기호 작가 ⓒ 최은경

- 정형돈씨 곧 새 신랑 되시는데….
김지수/김기호: "하하하 공개사과라도 해야 하나."

- 내레이션도 백미다.
김기호: "어떻게 보여줘야 재미있을까 고민스러웠다. 드라마 식으로 하면 이 재미를 100% 못 살릴 거 같고. 회의 도중 <동물의 왕국> 얘기가 나왔다. 거기 내레이션 들어보면 '암사자와 숫사자가 갑니다, 짝짓기를 하네요' 이런다."
김지수: "감정을 많이 빼고. 제외하고."
김기호: 남자 여자 생활을 옆에 있는 친구가 말하는 게 아니라, 제 3자가 감정을 빼고 <동물의 왕국>처럼 설명해주면 웃기지 않을까 생각했다."

- 또 순간순간 재치 있는 귀여운(?) 욕설로 더 웃음이 터지는 것 같다. 아무래도 케이블이라, 표현의 자유가 좀 더 보장되는 건가. 반대 급부로 그래서 비판도 있겠지만.
김기호: "필요 없는 장면에서 되지도 않는 욕을 막 해대면 문제가 있겠지만, 그 부분에 요 정도는 허락되지 않을까 하는 게 있다. 무턱대고 남발하겠다는 건 아니다. 다만 정말 필요한 부분에, 즐거워할 만한 정도의 '과격한' 표현은 앞으로도 하지 않을까 싶다."


- 가장 반응 좋았고 재미있던 에피소드는?

김지수: "화장실, 쇼핑 목욕탕. 초반 아이템들이 좋았던 것 같다."
김기호: "초반에 남자는 들어갈 수 없는 곳, 여자는 들어갈 수 없는 곳, 이렇게 서로 전혀 무슨 일이 있는지 모르는 것들을 콕콕 집어주니 더 흥미로웠던 거 같다. 충격적이면서도 호기심을 채워줄 수 있으니까. 근데 이제 그런 부분이 줄어드니까 점점 두려워진다. 이제 어떻게 아이템을 잡아야 하나 고민스럽다."

김지수: "제일 공감됐다고 하는 부분은 쇼핑. 여자들이 되게 알뜰 살림을 하면서도 정말 진-짜 마음에 드는 게 생기면 '이거 안 비싼데?' 하며 자기합리화를 하는 부분이 다 똑같다, 얘기를 하다 보면. 그 부분이 많이 공감을 사지 않았나 싶다."

과장, 성 고정관념 비판도... "과장 줄이고 공감대 살려 나갈 것"


- 재미있지만 과장된 면도 있는 것 같다. 극단적인 모습만 담은 것 같기도 하고. 예를 들어, 나도 여자지만 라면 하나를 그렇게 부산스럽게 끓여먹지는 않는다.

김지수: "(반응이) 그렇게 끓여먹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하는데, 우리 막내 작가가 그렇게 끓여 먹는다. 여자들은 아무래도 다이어트에 대한 심적인 부담이 있지 않나. 늘 안고 사는 숙제다.

거기서 포인트는 라면이 되게 먹고 싶은데 그렇게 신경을 써서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왠지 모르게 내 몸에 미안하고 죄책감이 드는 심리를 약간 덧붙여서 이야기한 거다. 근데 그게 과정이 여러 개가 들어가고 하다 보니, 사람들이 '난 그렇게 안 끓여 먹는데?' 하게 되더라. 너무 과장을 하면 사람들이 공감 못하는구나, 조심해야겠다 생각했다."

김기호: "'화장실'의 경우도 사람들이 너무 많이 나뉘는 부분이고 안 씻는 사람이 있는 반면, 씻는 사람도 많고. '이런 사람이 어딨냐!' 그러면 '난 그러는데, 미안해요' 상처를 받는다.(웃음) 공감이 안 가는 부분인가? 걱정도 했고, 라면 같은 경우에도 '저렇게 더럽게 누가 끓여먹냐'는 분들도 많았다. 그런데 내가 그렇게 먹는다. 친구들하고 삼겹살까지 넣어본 적도 있고, 맛있다 그렇게 하면. 요즘 젊으신 분들이 가꾸는 거에 관심이 많은 반면, 내가 30대 중반이다 보니, 주위 분들이나 내 사례를 반영하게 되기 때문에 공감이 안 가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 앞으로 그런 부분들도 신경을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 성에 따른 고정관념 생산 등의 지적도 있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김기호: "제일 저희들이 신경 쓰이는 부분은 '여성부에서 만들었냐', 남성 비하를 위해. 보면 여자 작가들이 쓴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더라. 약간 과장이 있을 뿐이지…."
김지수: "여자는 다 그래, 남자는 다 그래가 아니라, 여자들 중에 이런 사람도 있고 남자들 중에 이런 사람도 있어, 이렇게. 또 남자랑 여자는 이렇게 달라 이런 걸 보여주고 싶은 거다."

김기호: "시작부터가 '남자는 다 이래, 여자는 다 이래' 이런 게 절대 아니다. 그렇게 하면 세상이 재미도 없다. 남자분들도 깔끔한 분들 계시지만 저런 애도 주변에 있을 거라는 거다. 친구들 중에 저런 애는 있어 아니면 몰라도 어? 저런 남자도 있네? 저 자식 좀 남자 망신 좀 시키지 말지, 좀 깨끗하게 좀 하지 하고 마음 넓게 넘어가주시면 안 될지. 남자들도 다 그렇다고 시작한 것도 아니고, 그런 쪽에선 오해가 풀렸으면 좋겠다. 남자들 싸잡아서 망신 시키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코너를 만들 때 재미를 추구해야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약간의 극단적인 남자, 약간은 극단적인 여자, 하지만 공감대는 살려서.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

- 또 데이트 비용 문제 건드리는 거나, 여자들이 외모에 광적으로 집착하는 모습 등이 어떻게 보면 '정치적으로 공정하지 못하다'는 소리도 나올 법한 것 같다. 약간 아슬아슬, 논쟁이 될 만한 것 같은 부분도 있는데.
김지수: "지금까지 아이템 자체가 그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그런데 앞으로 나올 내용에선 그런 부분들은 많이 배제할 예정이고. 사실 여자들이 남자들보다는 관심이 많으니까 그런 부분이 재미와 공감이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 엘리베이터를 타더라도 기호 선배랑 타면 이제 1층에서 타자마자 (느리다고) 왜 문이 안 열리냐고 빨리 열리라고 하고 있고, 저는 거울 보고 있는 식의 차이를 보여주고 싶었던 거다. 여자들은 다 남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된장녀? 이런 의도는 아니었다. '여자들은 외모에만 집착해, 공주병이야'라고 했던 건 아닌데 그렇게 보였다면 죄송하다."

'솔직함'은 그대로, 더 재미있게, 더 신선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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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탐구생활>의 김지수 작가 ⓒ 최은경

- 요즘 공중파에도 인기 예능은 다 리얼리티이고, 100%는 아니라도 '실제'를 보여주는 게 대세인 것 같다. '남녀탐구생활'은 리얼리티가 아닌 꽁트이지만, 그런 '솔직함'을 보여주는 흐름 속에 있는 것 같다.
김기호: "솔직함을 보여주는데 방식이 좀 다른 거다. 꽁트 형식이나 대본 플레이, 어떻게 보면 옛날에 있던 형식이다. 그런데 요즘 것을 추가해 또 새로운 포맷을 만들어낸 거다. '정형돈', '정가은' 그 사람을 보여주는 프로는 아니다. 사람의 '특징'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공감대'를 파고 들어서 전달하는 거랄까."
김지수: "솔직함의 흐름 속에 우리도 있지만 연기자에 대한 리얼리티가 아니라, 남녀 공감대에 대한 리얼리티로 가고 싶다는 의미다."

- 앞으로 남녀탐구생활은 어떻게 계속 변화해갈지? 처음에 없던 부분들도 추가되어 가고 있다. 또 앞으로 다룰 아이템들도 살짝 소개해 달라.
김기호: "이제는 목욕탕, 화장실처럼 서로에 대해 단절된 부분은 찾기가 힘들 것 같다. 이제 없다. 지금 잡고 있는 소재도 약간 변화를 느끼긴 한다. 과정의 디테일보다는 약간 심리들이 많이 들어가고. 예전엔 '화장실에서 이렇게 하고 나와요'였다면, 지금은 동생이랑 싸우면 '얘가 나한테 무슨 생각으로 이러나' 하는 느낌을 가지고, '이 자식을 어떻게 해야겠어요' 하는 그런 부분으로 많이 가고 있다.

화장실, 목욕탕 같은 소재가 우후죽순으로 널려 있다면 좋겠지만, <남녀탐구생활>이 그런 것들로만 만들어지면 지체되고 짜내고 우려먹는 프로로 전락될 거다. 때문에 소재 발전을 시켜야 하는데, '감기 걸렸을 때의 남녀의 차이' 같은 거랄까. 남자들은 감기에 걸려도 병원에 안 가려고 하는 이런 것들."
김지수: "여자는 아픈 걸 남들이 알아줬으면, 위해줬으면 하는 그런 '심리'들?"
김기호: "이렇게 심리 쪽에 맞춰서 풀어나가는 쪽으로 발전을 시키고 있는 중이다. 성공적일지 모르겠지만."

김지수: "그런 것도 있다 부모님 방문."
김기호: "맞다. 웃기는 것만 하려고 하진 않는다. 남녀 사이에 건너지 못하는 부분들, 남자 여자의 아픈 곳도 좀 건드려보고 짠한 얘기도 좀 해보고. 이런 걸 방송에서 보여줌으로써 서로 조금씩이라도 이해하는 토대를 마련하고픈 욕심도 있긴 하다. 후배들과 얘기하다 보면 '그때 와이프가 이래서 그랬구나' 하는 게 있다. 실행으로 안 옮겨져서 문제인데, 그래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손 씻는 것도 늘었듯이, 마녕 웃기는 것만이 아닌 의미를 담는 쪽으로 발전시켜 나갈 생각이다."

김지수: "기대되는 아이템 가운데 '아기 돌보기'가 있다. 남자랑 여자가 아기를 돌보는 방법도 다르고, 또 똑같은 방식으로 다루더라도 느끼는 감정이 남녀가 되게 다르더라. 그걸 기대하고 있다."
김기호: "저는 '운전'을 해보고 싶다. 아마 하긴 할 건데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남자는 멀쩡하던 사람도 운전대만 잡으면 사람이 이상하게 변하지 않나. 또 여자들은 과정들도 많고 조심스럽게 하고, 그런 것들을 다뤄보고 싶고. 사람들에게 공감대가 있는 것들이 반응이 좋더라. 운전도 하면 재밌지 않을까?"
김지수: "그리고 굉장히 방대한 과정도 있지만, 작은 아이템도 있다. 이번에 찍고 있는데 '책상 꾸미기'라고, 회사에서 남자들과 여자들 책상 꾸미기도 굉장히 다르다. 그런 작은 건데 또 잘게 쪼개서 하는 아이템도 있고. 다양한 부분에 있어서 남녀의 다른 점들을 일단 할 수 있는 만큼 다 하고.(하하)"

김기호: "최근 군대 특집으로 11회(26일 방영 예정)를 준비하고 있다. 33분 정도를 할 생각으로, 남자 편은 다 찍었고 여자 편은 주말에 촬영한다. 여친을 두고 군대간 남자의 변화, 입대부터 제대까지. 여자는 군대 보내고 기다리면서 마음이 변하는 과정, 이런 걸 준비한다. 촬영 때 나갔는데 재미있더라. 포인트는 입대에서와 중간 중간에 휴가를 나가는 모습들이다. 그 자세가 점점, 이렇게(차렷)에서 이렇게(의자에 몸을 푹 기대 반쯤 누운 자세)된다. 그런 디테일한 변화들을 눈 여겨 봐주시면 재미있을 거다. 웃기기만 하는 게 아니라 추억들도 살릴 수 있게 노력했다. 기다리는 여자도 만만치 않다. 편지, 소포 보내고."
김지수: "밤새도록 김밥 싸고 그런 것들."

앞으로 나올 아이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 작가들은 불쑥 "아이템을 주고 가시라"고 말했다. 그래서 '마트에서 장 보기', '시험공부' 등의 아이디어를 내봤지만 이미 회의에서 다 나왔던 내용들이란다. 더 새로운 재미를 위해, '공감대'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책상에서 머리를 맞대고 있을 작가들과 스태프들 덕분에, 앞으로도 감춰져 있던 남녀의 뽀얀 속살이 드러나는 재미가 톡톡할 것 같다.
#남녀탐구생활 #작가 #인터뷰 #정형돈 #정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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