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전등화 낙동강, 국민이 검증했다"

'4대강사업 국민검증단' 5~6일 낙동강 하회보~낙동강 하구 현장 확인 벌여

등록 2009.09.06 18:15수정 2009.09.07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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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사업 국민검증단' 참가자들이 6일 오전 경남 창녕을 찾아 '함안보' 예정지에서 펼침막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 윤성효

'4대강사업 국민검증단' 참가자들이 6일 오전 경남 창녕을 찾아 '함안보' 예정지에서 펼침막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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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정비사업이 추진될 경우 '함안보'가 들어설 곳에 공사구간 표시로 보이는 깃발이 설치되어 있었다. ⓒ 윤성효

낙동강 정비사업이 추진될 경우 '함안보'가 들어설 곳에 공사구간 표시로 보이는 깃발이 설치되어 있었다. ⓒ 윤성효

 

"풍전등화 낙동강, 현장을 가다."

 

'4대강사업 국민검증단'이 5~6일 이틀 동안 낙동강 현장 검증에 나섰다. 추미애(국회 환경노동위원장, 민주당)·홍희덕(민주노동당) 의원과 불교환경연대 집행위원장인 현각 스님, 김종남 환경연합 사무총장, 최진영 한국에너지연구소 소장, 박재현 인제대 교수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서울과 부산, 울산, 마산창원, 대구, 창녕지역 환경단체와 시민사회단체, 정당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대학생과 주부들도 동참했다. 이들은 안동 하회마을을 시작해 대형버스를 타고 낙동강 주요 지점을 따라 내려온 뒤 마지막에는 부산 아미산 전망대에 올라 낙동강 하구를 바라보았다.

 

이들은 '하회보' 예정지와 구담습지, 대구 화원유원지, '함안보' 예정지, 창원 대산취수장, 양산 원동지구 등을 둘러보았다. 이들은 "4대강, 국민이 검증합니다"는 작은 펼침막을 만들어 와 곳곳에서 펼쳐 보이는 '상징의식'을 갖기도 했다.

 

안동 '하회보' 예정지 등 낙동강 상류를 중심으로 살펴본 추미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은 "하회마을과 그 주변 강은 너무 아름다운 곳"이라며 "이곳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돼 있고, 조만간 유네스코에서 현장 실사를 오는 것으로 아는데, 여기서 4대강정비사업이 이루어지면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기에 그런 점을 설명해야 한다"면서 "이 정부는 4대강사업을 밀어붙이기로 하고 있어 문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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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강변 곳곳에는 '4대강정비사업'으로 둔치에서 농사를 지어서는 안된다는 펼침막이 내걸려 있다. ⓒ 윤성효

낙동강 강변 곳곳에는 '4대강정비사업'으로 둔치에서 농사를 지어서는 안된다는 펼침막이 내걸려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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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녕군 길곡면 오호리의 낙동강 복판에서 골재 채취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으며, 강 가에 오염 물질이 보인다. ⓒ 윤성효

경남 창녕군 길곡면 오호리의 낙동강 복판에서 골재 채취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으며, 강 가에 오염 물질이 보인다. ⓒ 윤성효

 

'함안보' 예정지 아름답네... 허가 기간 넘겨 골채채취

 

낙동강 곳곳에는 골재채취가 한창이다. 경남 창녕군 길곡면 오호리에는 창녕군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업체가 골채채취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채취장 입구에 있는 표지판에는 허가 기간이 2008년 5월부터 2009년 6월 30일까지로 되어 있었다.

 

6일 국민검증단이 현장에 갔을 때도 강 한 복판에서는 기계를 이용해 모래를 퍼올리는 작업이 계속되고 있었다. 표지판 내용대로 할 경우 이 업체는 '불법 채취'를 한다고 볼 수 있다. 골재채취장 주변에는 녹이 슨 장비들이 곳곳에서 발견되었다.

 

'함안보' 예정지는 아름다웠다. 창녕과 함안 사이 강을 가로질러 13.5m 높이의 보를 짓는다는 것. 강 둔치에는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었고, 마산에서 흘러내려온 광려천이 만나는 지점이다.

 

강둑에 선 장병길(창녕)씨는 "오랫만에 이곳에 왔다. 옛날에는 강에 쉽게 내려갈 수 있었는데 지금은 둑이 많이 높아진 것 같다"면서 "강물은 자연스럽게 흘러가야 하는데 이곳에 보를 만든다고 하니 걱정이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이곳은 해발 -2m이며, 조금 위쪽에 있는 남지는 0m라고 하는데, 13.5m 높이의 보가 만들어지면 강 훨씬 위쪽에 나 있는 도로까지 물에 잠길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이준경 부산환경연합 사무처장은 "함안보 예정지 주변은 환경부에서 생태환경 1등급으로 지정한 곳이다"며 "보가 설치되면 자연환경 파괴는 물론이고, 동식물의 서식처가 파괴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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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에 사는 장병길씨가 6일 낙동강 '함안보' 예정지 강둑에 서서 '4대강 국민검증단' 참가자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윤성효

창녕에 사는 장병길씨가 6일 낙동강 '함안보' 예정지 강둑에 서서 '4대강 국민검증단' 참가자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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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경 부산환경연합 사무처장이 함안보 예정지에서 상황을 설명하며 "이곳은 자연경관 1등급 지역으로 보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윤성효

이준경 부산환경연합 사무처장이 함안보 예정지에서 상황을 설명하며 "이곳은 자연경관 1등급 지역으로 보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윤성효

 

창원사람들이 먹는 '강변여과수' 걱정?

 

창원 사람들은 4대강 정비사업이 될 경우 먹을 물 걱정이 태산이다. 현재 낙동강 물을 퍼다 '강변여과수'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다. 창원 대산취수장에서 이런 과정을 거치는데, 준설하거나 보를 설치할 경우 물이 오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홍희덕 의원과 손석형 경남도의원, 이종엽 창원시의원도 대산취수장에 나와 '국민검증단'과 합류했다. 홍희덕 의원은 "물이 정말 부족하고 수질이 나쁘다면, 물 이용을 잘하기 위해서는 시뮬레이션도 하고 전문가 토론을 충분히 하는 등 준비를 착실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이명박정부는 임기 동안 그런 준비만 착실히 하면 된다. 그런데 임기 안에 시작해 치적으로 삼으려 하고, 2012년 집권에도 이용해 장기집권을 꾀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박재현 인제대 교수는 "4대강사업이 강변여과시설(창원 대산정수장)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봐야 한다"면서 "준설하거나 보를 설치할 경우 물이 더 오염되고 탁도도 나빠지고 조류가 발생할 것이다. 그런 평가를 거치지 않고 사업시행부터 하는 것은 잘못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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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각 스님과 홍희덕 의원, 이종엽 창원시의원(오른쪽부터)이 6일 오후 창원 대산취수장 앞에서 국민검증단 펼침막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윤성효

현각 스님과 홍희덕 의원, 이종엽 창원시의원(오른쪽부터)이 6일 오후 창원 대산취수장 앞에서 국민검증단 펼침막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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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 국민검증단' 참가자들이 6일 오후 창원 대산취수장 앞에서 펼침막을 들어 보이고 있다. ⓒ 윤성효

'4대강 사업 국민검증단' 참가자들이 6일 오후 창원 대산취수장 앞에서 펼침막을 들어 보이고 있다. ⓒ 윤성효

 

양산 원동지구 농민 "농지 95%가 없어질 판"

 

4대강정비사업을 할 경우 최대 피해자는 농민들이라 할 수 있다. 현장검증단은 이번에 둔치 주변에서 농사짓는 농민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경남 양산 원동지구의 경우 농지의 95%가 4대강 사업에 들어가게 된다.

 

이곳 농민들은 "정부는 사유지를 4대강사업으로 편입시키면서 주민들에게 일언반구 이야기 한 적이 없고, 무조건 강제적으로 편입시켜 놓았다"면서 "전체 농지 가운데 95%의 땅이 편입되는데, 그렇게 되면 아예 농사지을 땅이 없고 집터만 남게 된다. 지난 몇개월 동안 안해 본 일이 없을 정도인데, 정부는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 했다.

 

김종남 환경연합 사무처장은 "일반적인 상식을 가진 국민의 눈으로 4대강 정비사업을 검증하기 위해 온 것"이라며 "이 사업으로 인해 예상되는 현상을 확인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검증단 참가자들은 한결같이 4대강정비사업은 강을 살리는 게 아니라 죽이는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면서 "정부는 4대강사업이 '홍수예방'과 '수질개선', '지역발전'이라고 내세우고 있지만, 현장에서 검증한 결과 오히려 홍수가 나면 피해를 가중시키고, 수질은 100% 더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정부는 보를 설치해 레저관광과 생태공원을 조성하면 인구가 늘어날 것이라고 하나 그렇게 이용객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오히려 난개발만 부추길 것"이라며 "둔치에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되어 과채류 생산에 차질이 생기고, 농경지 부족으로 오히려 농지가가 상승하고 임대농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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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녕과 함안 사이 낙동강을 가로 질러 설치될 '함안보' 예정지. ⓒ 윤성효

경남 창녕과 함안 사이 낙동강을 가로 질러 설치될 '함안보' 예정지.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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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인제대 교수와 현각 스님이 '4대강사업 국민검증단'의 현장검증 활동에 참석했다. ⓒ 윤성효

박재현 인제대 교수와 현각 스님이 '4대강사업 국민검증단'의 현장검증 활동에 참석했다. ⓒ 윤성효

 

현각 스님 "땅도 살아 움직인다"

 

최진영 국민검증단 단장은 "대학생과 주부, 시민, 정당인, 시민사회단체 등 각계각층에서 모여 현장 검증을 벌이고 있다"면서 "4대강정비사업에 대해 이론적으로만 생각하다 현장에 와서 보니 규모를 짐작하게 되고 더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4대강사업으로 아름다운 강이 잘려나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면서 "강 주변에서 농사짓는 농민들을 많이 만났는데, 땅을 잃게 되어 생계를 포기해야 할 판으로, 걱정들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현각 스님은 "4대강정비사업은 이름만 바꾸었지 '한반도 대운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면서 "지금까지 4대강사업에 대해 막연하게 안된다는 말만 해왔는데, 현장에서 보고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더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장을 보지 않고 아무리 주장해 봐야 설득력이 없는데, 현장을 보고 더 설득력을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현각 스님은 "사람 몸도 아프면 진찰을 받아 치료를 해야 하고 아프지 않으면 치료할 필요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강도 수질이나 수량 등에 있어 문제가 없는데 손을 대서는 안된다"면서 "물질도 생명으로 봐야 하고, 땅도 살아 움직이는데 망가뜨려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국민검증단은 그동안 금강, 한강, 영산강에 대한 현장검증을 벌였다. 이번 낙동강 현장 검증 자료까지 포함해, 국민검증단은 오는 12일 대전에서 전체 워크숍을 가질 예정이며, 16일 경 최종 결과를 발표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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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채채취장 주변에 '폐수통'과 장비가 있다. ⓒ 윤성효

골채채취장 주변에 '폐수통'과 장비가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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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골재 채취장 주변에 녹슨 채 버려져 있는 건설 장비. ⓒ 윤성효

낙동강 골재 채취장 주변에 녹슨 채 버려져 있는 건설 장비.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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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녕 길곡면 오호리의 낙동강에 설치된 골재채취 허가 표지판. 표지판에는 허가 기간이 올해 6월 30일까지로 되어 있다. ⓒ 윤성효

경남 창녕 길곡면 오호리의 낙동강에 설치된 골재채취 허가 표지판. 표지판에는 허가 기간이 올해 6월 30일까지로 되어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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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 국민검증단'에 참석한 홍희덕 의원과 박재현 교수, 손석형 경남도의원(오른쪽부터)이 창원 대산취수장 앞에 서 있다. ⓒ 윤성효

'4대강 사업 국민검증단'에 참석한 홍희덕 의원과 박재현 교수, 손석형 경남도의원(오른쪽부터)이 창원 대산취수장 앞에 서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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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 국민검증단'이 6일 오후 창원 대산취수장을 찾아 설명을 듣고 있다. ⓒ 윤성효

'4대강 사업 국민검증단'이 6일 오후 창원 대산취수장을 찾아 설명을 듣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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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 국민검증단'이 경남 창녕의 낙동강에서 펼침막을 들어 보였다. ⓒ 윤성효

'4대강 사업 국민검증단'이 경남 창녕의 낙동강에서 펼침막을 들어 보였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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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환경연대 집행위원장인 현각 스님이 낙동강에서 "4대강, 국민이 검증합니다"는 작은 펼침말을 들어 보였다. ⓒ 윤성효

불교환경연대 집행위원장인 현각 스님이 낙동강에서 "4대강, 국민이 검증합니다"는 작은 펼침말을 들어 보였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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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낙동강. 휘돌아 흐르는 맑은 물이 모래톱을 만들어 놓았다. ⓒ 윤성효

아름다운 낙동강. 휘돌아 흐르는 맑은 물이 모래톱을 만들어 놓았다. ⓒ 윤성효
#4대강?죽이기 #낙동강 #국민검증단 #추미애 의원 #홍희덕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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