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캉'과 '야쿠르트' 이발소를 아시나요?

[포토에세이] 강화도 불은면에서 만난 반가운 이발소

등록 2009.04.30 18:38수정 2009.04.30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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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는 절친한 초등학교 동창이 있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그림을 잘 그려 대학도 미술교육학과를 나와 인천에서 고등학교 미술선생님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웃 동네 살면서 다른 친구들과 종종 보곤 했는데, 워낙 사람과 연락하고 지내는 것이 서투르고 무심해 얼마동안 보질 못했습니다. 아직 별다른 연락이 없는거보니 결혼은 안한 듯 싶습니다.

그 친구 아버지께서는 오래 전부터 이발소를 운영해오셨습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30년은 족히 넘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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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방랑길에 마주한 빨간지붕 이발소 ⓒ 이장연


옛날 촌동네에서 가장 가까운 이발소가 친구네 집 한 군데여서, 머리를 깎으러 가면 동네분들과 학교 친구들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가파른 계단 위 2층에 작은 방과 함께 달려있던 이발소가 몇 년 뒤 아래층으로 내려와서도, 까까머리 중학생일 때에도, 그 이발소를 동생과 함께 다녔습니다.

근처에 미용실도 있었지만 옛날에는 남자가 미용실에 가는 것을 남우세스러운 일로 여겼습니다. 요즘엔 다들 미용실에 가지만요.

이발소하면 떠오르는 '바리캉', '야쿠르트', 만화책...그립다!


그 친구네 이발소에는 큰 어항이 있었는데, 그 어항에는 30cm 이상되는 가물치와 그 먹이인 미꾸라지가 언제나 헤엄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시는 분은 아실테지만 이발소 특유의 산뜻함과 만화책, 신문 그리고 야쿠르트(요구르트)가 있었습니다.

"드르륵" 미닫이 문을 열고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하며 들어서면, 신문을 보시던 친구 아버지는 "왔냐" 하시면서 동생과 제게 빨대 꽂은 야쿠르트를 꺼내주셨습니다. 저 뿐만 아니라 이발소 손님 특히 아이들에게 내어주셨죠. 머리털이 씹히지 않고 부드럽고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바리캉(이발기)이 동생 머리를 다듬을 때는, 느긋하게 다달이 나오는 만화잡지와 줄거리를 외어버린 오래된 만화책, 스포츠신문을 뒤적거렸습니다. 

손님이 많을 때 머리를 다 깎고 나면 차례로 친구 어머님이 머리를 감겨주셨는데, 나중에 손님 점차 줄어들면서는 친구 아버님이 이발을 끝낸 뒤 머리를 손수 감겨주셨습니다. 길도 새로 나고 마을도 많이 변하고 사람도 늘어나고 이발소 주변에 하나 둘 미용실이 생기면서, 이발소를 찾는 손님은 예전만 못했지만 이용 기술을 배운 친구 형이 가게를 이어받아 그 명맥을 이어왔습니다.

아직 그 자리에 빨간 파란 줄무늬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추억의 이발소가 남아있는지 궁금하네요. 한참동안 머리를 길렀는데 이번에는 미용실이 아니라 이발소를 찾아가 빡빡머리를 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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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이발소가 무지 정겹고 반갑다. 이곳에서도 야쿠르트를 내어줄까?? ⓒ 이장연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U포터뉴스와 블로거뉴스에도 송고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발소 #추억 #미용실 #바리캉 #요구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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