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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사 암자 속으로②] 설화 속 이야기 따라 떠나는 시간여행

등록 2009.03.23 13:43수정 2009.03.23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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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기사에 이어 통도사 서북쪽에 있는 암자인 수도암과 안양암, 반야암, 극락암, 비로암, 백운암, 서축암, 자장암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이들 암자로 가는 길은 암자를 둘러보고 그 속의 설화를 따라가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영취산의 장엄한 풍경이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수도암과 안양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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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암 ⓒ 홍성현

수도암 ⓒ 홍성현

서운암으로 들어가는 초입에서 반대쪽 길로 접어들면 가장 먼저 수도암이 나온다. 수도암은 통도사 암자 가운데 가장 작은 규모로, 건물 전체가 7간 밖에 되지 않는다. 공민왕 21년(1372년) 정신대사가 창건하고, 중건연대는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조용한 개인 수도처로는 그만이라고 한다. 작은 암자 규모에 걸맞게 입구에 차량 3~4대 주차할 수 있는 조그만 주차장이 있고, 암자 내로 들어가면 말소리를 내기가 무안할 만큼 적막감이 감돈다.

 

수도암에서 조금만 발걸음을 옮기면 곧바로 안양암이 나온다. 안양암은 통도팔경 가운데 하나인 안양동대(대웅전 서남쪽으로 우뚝 솟은 봉우리)에 위치해 통도사가 한 눈에 내려다보여 가슴 속까지 시원해지는 풍광이 일품이다.

 

안양암에는 대나무 숲길을 따라 대웅전으로 바로 연결된 산책로가 있는데, 바람에 나부끼는 대나무 소리가 정취를 자아낸다. 차량을 이용했다면 포장된 도로에 주차하고 고운 자갈이 깔린 길을 걸어가면 누군가 쓴 것인지 '금연구역'이라는 글씨가 보이는 것이 쌩뚱맞다. 하지만 뒤쪽에 앙증맞은 동자승 인형들이 놓여 있어 눈을 즐겁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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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암 ⓒ 홍성현

안양암 ⓒ 홍성현

반야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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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암 ⓒ 홍성현

반야암 ⓒ 홍성현
  

안양암을 지나 한참을 가면 다시 길이 갈라지는데, 통도사 암자 가운데 가장 유명하다 할 수 있는 자장암과 백운암으로 가는 길이다. 먼저 백운암 쪽으로 발길을 돌리자. 그 길을 따라가면 산길로 접어들기 전 평지에서 오른쪽으로 빠지는 길이 나오는데 그곳이 바로 반야암이다.

 

반야암은 가장 최근인 1999년 창건돼 가장 현대식(?) 건물을 자랑한다. 매주 경전교실을 열어 경전을 공부하려는 불자들이 모여 가족법회를 열기도 한다. 또 템플스테이를 원하는 불자들이 자주 찾는 곳이기도 하다. 때문에 마치 자연휴양림 같은 분위기를 풍기기도 한다. 맑은 물이 흐르는 조그마한 계곡을 가로지르는 흔들다리가 눈길을 끈다.

 

극락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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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락암 ⓒ 홍성현

극락암 ⓒ 홍성현

 

백운암 방향으로 소나무가 늘어선 산 길을 따라가면 극락암이 나온다. 이제부터 산길이니 마음 단단히 먹고 올라가야 한다. 물론 차량(중·대형 버스는 불가능)을 이용할 수도 있다.

극락암은 충혜왕 2년(1332년) 창건됐다. 창건 후 조선 후기까지 연혁은 전해지지 않고 있지만 조선 영조 34년(1758년) 중창됐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선승으로 유명한 경봉스님이 수행했던 극락암에는 늘 많은 수행승이 머물렀다고 한다. 수행승들이 몰려들자 1968년 선원을 9동 104칸으로 늘려 지었고, 지금도 수 많은 스님이 수행하고 있다.

 

입구로 들어서면 돌다리인 '홍교(虹橋)'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데, 영축산 봉우리가 비치는 연못에 가로놓여 있다. 경내에는 산정약수가 흐르는데, 극락암에 오르느라 흘렸던 땀을 한 번에 식혀준다.

 

극락암 500m 아래에는 '이란야'라는 수행도량이 있는데, 1969년 세워진 현대식 건물로 일단 이곳에 한 번 들어가면 최소 3년은 참선에 몰두해야 한다.

 

비로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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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암 ⓒ 홍성현

비로암 ⓒ 홍성현

 

극락암에서 산길을 따라 계속 올라가면 백운암과 비로암으로 가는 길이 나뉘는데, 우선 비로암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이유는 백운암에서 설명하겠다. 비로암은 충목왕 원년(1345년)에 창건됐다. 입구에는 정겨운 돌담이 반겨주고, 옆으로 흐르는 계곡물 소리가 정겹다.

 

비로암으로 들어서면 옛 건물의 정원에 와있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힌다. 암자 서북쪽으로 500m 지점에 통도팔경 가운데 하나인 비로폭포가 있고, 뒷산에 우거진 송림은 통도사 내에서 가장 울창한 것으로 유명하다. 암자에는 '백운명고'라는 북이 걸려 있는데, 백운암에서 들리는 비로암의 은은한 백운명고 소리 또한 통도팔경의 하나다.

 

백운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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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암 ⓒ 홍성현

백운암 ⓒ 홍성현

앞서 백운암에 가기 전 비로암부터 들리자고 했는데, 그 이유는 백운암으로 가는 길은 통도사 암자 가운데 가장 난코스이기 때문이다. 통도사 암자 가운데 가장 멀리 떨어져 있기도 하거니와 다른 암자와 달리 차량으로 접근할 수 없는 곳이다.

 

구불구불한 비포장 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면 작은 주차공간이 나오는데, 여기서부터는 오로지 다리 힘으로만 올라야 하는 고난(?)의 암자다. 차량이 올라갈 수 있는 곳에서 650여m 떨어진 곳에 있어, 1시간 가까이 산길을 올라야 겨우 백운암에 다다른다.

 

오르막 입구에는 암자에서 쓸 물건을 운반하는 지게가 있는데, 물건이 있으면 암자를 방문하는 불자들이 누구라도 짐을 나눠지고 오르는 것이 불문율이다.

 

이렇게 힘겹게 올랐다면 결코 배신하지 않는 곳이 바로 백운암이다. 흰 구름이 떠도는 높은 곳에 있다는 뜻으로 백운암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도 있다. 날씨가 맑은 날은 흰 구름이 감도는 백운암 아래로 그림처럼 통도사가 펼쳐지고, 아스라이 동해안이 보이기도 한다.

 

산신각 법당에서 서남쪽으로 500m 떨어진 곳에는 '가을 하늘 아래 금빛으로 빛난다' 해서 이름 붙은 금수라는 석간수가 있고, 백운명고의 북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발 아래 펼쳐진 산곡을 보면서 표주박으로 금수를 떠서 들이키면 세속의 모든 번뇌를 식히고 무아의 선경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신라 진성여왕 6년(892년) 조일대사가 창건해 순조 10년(1810년) 침노대사가 중건했다고 전해진다. 다만 아쉬운 것은 백운암 요사채 복원공사가 진행돼 오는 4월까지는 공사 중인 모습밖에 볼 수 없다.

 

서축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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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축암 ⓒ 홍성현

서축암 ⓒ 홍성현

다시 길을 내려와 자장암으로 접어들자. 자장암으로 접어드는 길목에 서축암이 먼저 반긴다. 서축암은 1996년 대시주자인 수련화보살과 입적한 월하 큰스님, 현재 감원인 원행 스님에 의해 창건된 신형 암자다. 그래서인지 암자라기보다 고택의 정원 같은 느낌이 든다.

인법당 형식의 대웅전이 있고, 암자 가운데 부처님 사리를 봉안한 다보탑이 유명하다.

 

자장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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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장암 ⓒ 홍성현

자장암 ⓒ 홍성현

서축암 다보탑을 둘러봤다면 이제 자장암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자장암은 통도사를 짓기 전인 진평왕 때 자장율사가 바위벽 아래서 움집을 짓고 수도하던 곳이었다고 한다. 자장암에는 4m 높이의 바위벽에 마애불이 새겨져 있는데, 이는 통도사 내에서 유일한 마애불로 1896년 만들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그 아래쪽으로 자장전이 있는데, 이곳에는 자장율사의 영정이 봉안돼 있다.

 

마애불 뒤편으로 바위틈에 맑은 석간수가 흐르고, 그 바위벽에 엄지손가락이 들어갈 정도의 작은 구멍이 있는데, 자장율사와 금개구리 전설로 유명하다. 금개구리 전설은 자장암에서 직접 확인해보길 바란다. 통도사를 찾은 불자들은 으레 자장암의 금개구리를 보려고 하는데, 암혈 속의 개구리를 보는 사람도 있고, 보지 못하는 사람도 있으니 이로써 부처님에 대한 신심을 측정하기도 한다.

 

이곳도 백운암과 마찬가지고 현재 공사를 진행하고 있어 어수선한 느낌이어서 아쉬움을 더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양산시민신문 272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9.03.23 13:43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양산시민신문 272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통도사 #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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