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뇌물 김옥희, '영부인 친언니' 행세했다

[현장] '언니게이트' 4차 공판

등록 2008.09.23 21:31수정 2008.09.25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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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9월25일 오후 5시]
 
이명박 대통령 부인 김윤옥씨의 사촌언니인 김옥희씨가 공천 청탁 명목으로 30억여원을 받는 과정에서 철저하게 '영부인 친언니'로 행세하며 이 대통령과의 친분관계를 과시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김옥희씨가 주변 인사들에게 "대통령 전문 병원에서 감기 치료를 받았다"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식사를 했다" "내가 세종로에 가면 청와대에서 나와 영접했다" 등의 발언을 했다는 진술이 나온 것. 

 

이러한 내용은 23일 서울지방법원 형사법정 502호에서 열린 '공천뇌물 수수 사건' 4차 공판에서 나왔다.

 

김옥희 "선거 끝난 뒤 이 대통령에 얻어먹은 것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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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부인인 김윤옥씨의 사촌언니 김옥희씨에게 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는 김종원 서울시버스운송조합 이사장(자료사진) ⓒ 연합뉴스 이상학

대통령 부인인 김윤옥씨의 사촌언니 김옥희씨에게 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는 김종원 서울시버스운송조합 이사장(자료사진) ⓒ 연합뉴스 이상학

김옥희씨에게 30억여원을 건넨 김종원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은 이날 재판에서 "김옥희씨가 '대통령 전문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내가 세종로에 나가면 청와대에서 사람이 나와 영접했다'고 얘기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씨가 "영부인이 강남에 내 아들 사무실을 얻어줬다"는 발언도 했다고 전했다. 

 

김옥희씨 측근 브로커 김태환 측 변호사도 김씨가 "청와대에 가서 이명박 대통령과 식사를 했다" "윤옥이가 원래는 말을 많이 했는데 영부인이 되더니 조신해졌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씨는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김 이사장 등에게 "영부인 친언니"라고 자신을 소개했다는 것이다.

 

김씨로부터 가장 먼저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을 제안받은 이대일 서울시 의원은 이날 증인으로 출석해 "김태환으로부터 '누님(김옥희)은 영부인 세 자매 중 큰언니'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이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친언니가 아닌) 사촌언니라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또한, 김씨에게 아들의 취직을 부탁했던 성아무개씨도 "김옥희씨가 나를 만난 자리에서 '내가 영부인 언니인데 아들을 좋은 데 취직시켜주겠다'며 5000만원을 요구했다"고 증언했다.

 

결국 김씨는 이명박 대통령은 물론 영부인과의 친분관계를 과시함으로써 김 이사장에게 비례대표로 공천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며 30억여원을 받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옥희씨는 "내 입으로 내가 '영부인 친언니'라고 말한 적은 한번도 없다"며 "자기들이 나를 영부인 친언니로 생각하고 돈을 만들어 가져왔다"고 반박했다. 그는 "나는 (이 대통령의) 선거를 도운 죄밖에 없다"며 "선거가 끝난 뒤에도 이 대통령한테 얻어먹은 게 전혀 없다"고 자신의 억울함을 재판부에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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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공천 청탁 명목으로 30억원을 챙긴 혐의로 구속된 김윤옥씨의 사촌 언니 김옥희씨(자료사진) ⓒ 연합뉴스 한상균

국회의원 공천 청탁 명목으로 30억원을 챙긴 혐의로 구속된 김윤옥씨의 사촌 언니 김옥희씨(자료사진) ⓒ 연합뉴스 한상균

김씨는 자신이 특별당비를 먼저 요구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내가 먼저 특별당비를 요구한 적이 없다"며 "당에 들어가 선거를 치른 적도 없고 학벌도 없는데 어떻게 특별당비를 알아서 요구할 수 있겠느냐"고 일축했다.

 

김씨의 변론을 맡고 있는 김태조 변호사도 "(김종원 이사장이) 김태환씨한테 들은 얘기를 김옥희씨 얘기로 착각하는 것 같다"고 변론했다.

 

또한, 이날 재판에서는 김종원 이사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김옥희씨가 브로커 김태환씨에게 돈을 세어보게 한 뒤, 다시 돈을 건네받아 가방에 넣고 갔다는 진술이 나왔다.

 

김태환씨는 "(처음으로 10억원을 건넬 때) 김종원 이사장이 김옥희씨에게 돈을 건네면 김씨는 나에게도 세어 보라고 주었다"며 "김옥희씨가 '동생아, 이 누님이 너도 재수 좋으라고(일반인이 보기 드문 1억원짜리 수표니까) 돈 세보라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태환씨에게 돈을 세보라고 한 뒤, 이 돈을 도로 건네받은 뒤 가방에 넣고 갔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김옥희씨가 김종원 이사장에게 특별당비를 요구할 때 자신의 계좌번호를 적은 메모지를 함께 전달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그러나 김씨는 "나는 글씨를 잘 못쓰기 때문에 그런 메모를 해줬을 리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한편, 김종원 이사장은 김태조 변호사로부터 "김옥희씨의 처벌을 원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손주의 재롱을 받고 살아야 하는데 이렇게 돼 불쌍하지만 계획적으로 사기를 친 것은 통탄스럽다"며 "법으로 (진실이) 가려져야 한다"고 답했다.

2008.09.23 21:31 ⓒ 2008 OhmyNews
#김옥희 #김종원 #김윤옥 #이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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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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