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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적 상상력이 풍부한 일본 영화의 세계

[일본 인디필름 리턴즈 3] 만화를 스크린으로 옮긴 영화

07.07.09 09:54최종업데이트07.07.09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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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만화 원작을 스크린에 옮기는 일이 참으로 흔하다. 그래서 그들의 표현인 '망가'를 스크린에서 만나보는 일이 우리들에게도 익숙해진 지 오래다. 일본 인디필름 페스티벌 리턴즈에서도 '망가, 논스톱'이란 섹션을 마련해 만화를 스크린에 옮긴 다양한 영화들이 라인업되었다.

또한 만화라고 무시하지 말자. 대부분 만화를 떠올리면 유치하다는 생각을 하겠지만 일본아카데미영화제를 휩쓸 만한 힘을 가진 것이 일본 만화이다. 그래서 이번 영화제에서 소개하는 작품들도 상당한 작품 수준을 지니고 있다.

그중에서 일본아카데미영화제에서 작품상을 비롯 12개 부문에서 수상한 <올웨이즈: 3번가의 석양>을 시작으로 <스윙걸즈>의 우에노 주리가 출연한 <웃음의 대천사 미카엘>과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 등을 볼 수 있는데, 세 작품 모두 다양한 매력을 뽐내며 우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것이다.

일본아카데미가 주목한 영화 <올웨이즈: 3번가의 석양>

@IMG1@ 그중에서도 단연 이번 영화제에서 시선이 집중되는 것은 <올웨이즈: 3번가의 석양>이다. 이 작품은 2006년 일본아카데미영화제에서 작품상을 비롯 12개 부문에서 수상해 최고의 영화로 떠올랐다.

영화는 집단 취업으로 도쿄에 올라온 십대 소녀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시작된다. 물론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은 진부할 수 있지만 상영 내내 보여주는 크고 작은 이야기들은 감동을 선사한다.

무츠코는 작은 정비소에 일터를 잡고 정비소 사장인 스즈키(쓰쓰미 신이치) 가족과 함께 살아간다. 같은 마을에서 과자점을 운영하는 류노스케(요시오카 히데토시)는 삼류 소설가로, 고백도 못하고 혼자 좋아하는 여자 히로미(고유키)의 부탁으로 남자아이를 떠맡고 있다. 소설을 좋아하는 그 아이는 류노스케의 팬. 류노스케도 점점 그 아이에게 친밀감을 느낀다.

이처럼 영화의 내용은 1950년대 도쿄를 배경으로 서민들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지만 서민들의 소소한 일상을 잘 담아냈다. 부유하지 않았지만 즐거웠던 쇼와 시대 사람들의 모습은, 바쁜 일상에 젖어 행복이 무엇인지를 잊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큰 감동을 줄 만큼 영화는 소소한 일상을 세세하게 그려냈다.

특히 마을에 하나뿐인 텔레비전을 함께 모여서 보고, 가정형편이 어려워 고향에 가지 못한 이웃에게 도움을 주는 에피소드는 특별한 에피소드는 아니지만 작은 이야기 속에서 큰 감동을 실어줄 만한 이야기다. 이처럼 영화는 소박함을 미덕으로 차근차근 50년대 도쿄에 살아가는 서민들의 모습을 그려내 보는 우리의 마음도 충분히 따뜻해질 수 있다.

하지만 출연한 배우들을 보면 소박한 에피소드와는 달리 배우들은 화려하다. 드라마 <닥터고토의 진료소 2006>의 요시오카 히데토시는 성공하지 못한 소설가의 모습을 완벽히 그려내며 재능은 없지만 열정은 누구보다 높은 소설가를 잘 연기해 주었다.

<아르헨티나 할머니>의 호리키타 마키는 50년대 도쿄의 사투리를 완벽하게 구사하며 시골 아이의 싱그러움을 잘 표현했다. 이밖에도 <라스트 사무라이>의 고유키, <플라이, 대디, 플라이>의 쓰쓰미 신이치도 출연해 자신들의 이름값을 톡톡히 해내며 영화에서 빛을 발했다.

이처럼 영화는 연출, 배우, 스토리 등 삼박자를 골고루 갖춰 감동적인 휴먼드라마를 만들었다. 아마도 이 영화를 보고나면 일본아카데미에서 왜 이 영화를 이토록 주목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영화제에서 가장 인기를 누릴 만한 작품이라 말하고 싶다.

만화적 허영으로 점철된 <웃음의 대천사 미카엘>

@IMG2@ <스윙걸즈>의 때론 엉뚱하고, 때론 진지한 눈빛을 뽐내며 풋풋한 여고생의 모습을 잘 표현한 배우가 누구일까? 이야기한다면 분명 우에노 주리를 이야기 할 것이다. 그녀가 이번에 명랑소녀에서 액션 걸로 변신한 <웃음의 대천사 미카엘>에서 새로운 모습을 등장해 다시 한 번 뭇 남성을 설레게 한다.

하지만 정확하게 작품만 놓고 본다면 영화는 제대로 된 재미를 주지 못한 채 흐지부지 끝을 맺는다.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어 영화의 스토리가 전체적으로 만화적인 상상력으로 똘똘 뭉쳐있으나 그것이 과잉공급되면서 배우들의 연기는 부자연스럽고 황당하기 그지없다.

영화는 부자들만 다니는 ‘성 미카엘 학교’를 배경으로 소녀들의 황당한 액션이 주요 내용이다. 후미오(우에노 주리)는 오빠 카즈오미(이세야 유스케)의 도움으로 ‘성 미카엘 학교’로 전학온다.

‘성 미카엘 학교’는 검정색 원피스를 입고 체육을 할 정도로 규칙이 엄격한 곳으로 전형적인 사립고등학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여학생들이 납치되는 사건이 일어나고 후미오와 두 명의 친구들이 그 사건을 추적해 학교 배후에 돈을 노린 납치법의 소행이라는 것을 밝혀 낸다.

영화의 스토리도 진부하지만 그것을 풀어내는 과정에서 전반부는 부자학교의 사람들의 모습을, 후반부에는 추적을 하면서 벌어지는 사건 속에 액션이 등장해 이야기를 양분하는데, 별다른 특별한 매력을 더하지 못한 채 끝이 난다.

특히 서민 음식이라 불리는 치킨 라면을 먹다 초능력을 갖게 되는 세 명의 학생이라든지, 태양이 지는 바다 위의 액션 장면 등은 과잉공급된 만화적 상상력으로 오히려 영화는 매력을 반으로 줄이는 역효과를 만들어 냈다. 거기에 그들이 내뱉는 대사는 유치원 수준의 말들이 전부여서 영화에서 아무런 볼거리를 찾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영화의 스타만큼은 화려함을 자랑한다. 우에노 주리를 시작으로 <허니와 클로버>의 이세야 유스케, 세키 메구미 등 청춘스타가 총출동하지만 별다른 매력을 발산하지 못한 채 영화에 묻혀버려 그들의 팬들이 이 영화를 본다면 분명 실망하지도 모르겠다.

여자들의 행복을 이야기하는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

@IMG3@ 나나난 기리코의 동명 만화를 영화로 옮긴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는 도쿄에서 살아가는 네 명의 여성의 삶과 행복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런데 영화에 등장하는 네 명의 여성은 하나같이 행복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리코(이케와키 지즈루)는 남자친구의 다리를 잡고 늘어지면서 매달렸건만 차이고, 아키요(나카무라 유코)는 좋아하는 대학동창 키쿠치(안도 마사노부)에게 건조한 섹스를 요구하고, 일러스트레이터 도코(나나난 기리코)는 거식증에 시달리고, 치히로(나카고시 노리코)는 섹스만 즐기는 남자친구에게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

이처럼 네 명의 여성은 하나같이 행복하지 못하고 삶에 불만족을 느낀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같이 단절된 생활을 한다. 신의 모습을 그려달라는 의뢰인 때문에 도코는 하늘과 씨름하고, 성희롱하는 점장을 죽여달라 기도만하는 리코, 좋아한다 고백 못하능 아키요는 늘 술을 마신다.

그리고 네 명의 주인공들은 엃히고 엃혀 만남을 통해 치유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그들의 인생을 보여준다. 그래서 서로 다른 현실의 조건들 속에서 살아가는 네 명의 여성들의 이야기가 등장해 한 영화지만 네 가지 이야기를 보는 듯하다.

그러면서도 네 명의 인물은 같은 공간과 시간을 공유하는 것처럼 그려내 조각조각 난 이야기들을 한데 묶어 한 이야기로 귀결시키는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네 명의 여성으로 분한 이들의 연기는 영화의 매력을 최대치로 올리는 힘을 발휘한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연기한 이케와키 지즈루는 역시나 연기가 훌륭하고, 안도 마사노부의 연기도 멋지다. 또한 일러스트레이터 도코로 분한 나나난 기리코도 거시증을 앓는 모습을 완벽히 소화해 낸다.

또한 네 명의 여성이 비록 현실에서 불행하지만 언젠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세상 속으로 한 걸음씩 내딛는 과정을 보는 재미는 무척이나 쏠쏠하다. 그리고 그것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충분한 공감대 형성을 보여주기에 <스트로베리 쇼트케이크>는 아마도 여성들이 꼭 봐야 할 영화가 아닐까 싶다.

덧붙이는 글 다음 기사는 <청춘과 여성을 위한 일본영화>가 이어집니다.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일본영화 올웨이즈:3번가의 석양 웃음의 대천사 미카엘 스트로베이 쇼트케이크 일본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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