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양심 드러낸 건 바로 노 대통령

[주장] '언론 선진화' 전에 '언론 민주화'부터 하라

등록 2007.05.30 12:50수정 2007.05.30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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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 오마이뉴스 이종호

5월 29일자 기사에 따르면, 같은 날 오전에 열린 국무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취재 지원 선진화 방안'에 반대하는 언론에 대해 "언론이 진실을 회피하고 숨기는 비양심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이런 식이면) 원리원칙대로 할 용의가 있다"는 강경 발언을 했다.

그러나 이는 전후 사실에 입각해 볼 때 명백히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취재 지원 선진화 방안'이 담고 있는 골자는 '공무원 대면접촉 제한, 브리핑룸-기사송고실 통폐합'으로 요약될 수 있다. 그리고 지금 여기에 반대하는 진보·보수 진영의 핵심 논지는 브리핑룸-기사송고실 통폐합이 아니라 공무원 대면접촉 제한, 즉 취재권 제한과 축소에 반대하는 것이다.

그러니 정작 "진실을 회피하고 숨기는 비양심"적 행위는 지금 노무현 정부가 하고 있는 셈이다.

노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언론 선진국 중에서 도대체 어느 나라 정부가 공무원 대면접촉을 제한하고 있는가. 또한 이것이 과연 선진화인가? 하물며 이것이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주장의 객관적 근거는 무엇인가?

'적반하장' 노무현 정부

상식적으로 보자. 어느 나라든 정보가 집중되는 곳은 당연히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당대의 정부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모든 분야에서 그러한 정보를 활용해 정책을 집행하는 주체가 바로 공무원이다. 그런데 이들과 대면접촉을 할 기회를 제한하면서 어떻게 언론 선진화를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언론 선진국이라 함은 국민의 알 권리가 최대한 보장되고 모든 정보가 민주적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공개되는 사회를 말한다. 그런데 그러한 사회를 위한 정보전달자인 언론의 취재 자유를 축소· 제한하면서 어떻게 감히 선진화를 말할 수 있는가.

설령 기자실 문제가 기존 언론에 관행처럼 굳어져 폐단이 있었다면 그것을 국민 앞에 낱낱이 공개하고 그것만 고치면 되는 것이지, 왜 동시에 취재권까지 제한하려 드는가. 참여정부의 논리대로 취재권 축소·제한으로 이룰 수 있는 언론 선진화라면 이미 한국은 군사정권 시절에 어느 나라 못지않은 최고의 선진화를 이뤘다고 볼 수 있을 텐데 무슨 선진화가 또 필요하단 말인가.

다른 관점에서 노무현 정부는 이 기회에 일방적 정권 홍보를 목적으로 하는 국정홍보처 같은 관제언론이 도대체 몇 나라의 언론 선진국에 있는지 속시원히 밝혀주기 바란다.

설마 언론 선진화를 하겠다면서 사전에 이 같은 선진화 필요조건을 조사한 적도 없었다고 한다면 이는 명백히 정부의 무능과 아마추어리즘을 다시 한 번 드러낸 것이라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또한 당대의 정권 업적을 스스로 평가하겠다는 참여정부평가포럼 같은 '정권나팔수' 양산이 과연 언론 선진화의 길인지 아울러 묻지 않을 수 없다.

언론 선진화가 중요한가, 민주화가 중요한가

결론적으로 지금 한국사회에서 더 중요한 것은 언론 선진화가 아니라 언론 민주화다. 언론 민주화란 언론 기관 내부와 언론 유통 과정의 투명성 확보, 그리고 최대한 취재권을 보장함으로서 얻게 될 국민의 알 권리 충족 등을 지칭한다.

또한 과거 군사정권의 사례에서 드러나듯이 정권이 어떤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전에 어떤 사회적 토론이나 합의 없이 언론에 함부로 손대는 것 또한 언론 민주화에 치명적 독이 되었음을 상기해 보아야 할 것이다.

언론 선진화는 언론 민주화의 당연한 결과물이지 그 자체가 곧 언론의 존재 이유나 목적이 될 수는 없다. 한미FTA 추진 과정이나 타결 후 드러낸 일련의 태도만 보더라도 지금 한국사회에서 "진실을 회피하고 비양심"이 가장 심하게 난무하는 곳은 바로 청와대임을 노무현 정부는 스스로 돌아봐야 할 것이다. 원리원칙을 말하기 전에 지난 4년을 돌아보고 수오지심부터 느껴야 국민의 지지도 얻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대자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대자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취재지원선진화방안 #언론민주화 #노무현 #진실 #비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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