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이해찬, 남북정상회담 특사인가

[김종배의 뉴스가이드] 의원외교 차원의 방북이라지만...

등록 2007.03.06 09:47수정 2007.07.08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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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권우성

모순된 것처럼 보이는 두 현상이 거의 동시에 발생했다. 대북송금 특검이었던 송두환 변호사를 헌법재판관으로 내정한 점, 그리고 이해찬 전 총리가 내일 평양 방문길에 오르는 것이 그것이다.

단서가 있다. 모순 현상은 실재하는 게 아니다. 민주당이나 통합신당모임의 관점으로 볼 때만 그렇게 비쳐진다. 대북송금 특검을 헌재 재판관으로 내정하는 행위는 햇볕정책을 우롱하는 것이다.

반면, 이 전 총리가 평양을 방문하는 건 햇볕정책을 계승하려는 시도다. 세간의 추측대로 이 전 총리가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특사 역할을 맡고 가는 것이라면 그렇다.

민주당과 통합신당모임의 주장대로라면 두 현상의 연출자인(이 전 총리에게 특사 자격을 부여했다면) 노무현 대통령은 종잡을 수 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북한과 김대중 전 대통령을 상대로 어르고 뺨치는 이중행태를 보이고 있다.

헌재재판관 내정 둘러싼 착시현상

계속 따라가 보자. 그럼 노 대통령은 왜 이중행태를 보이는 걸까? 무슨 정치적 노림수를 갖고 있는 걸까?

아무리 헤아려도 답이 나오지 않는다. 요즘 들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선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점에 착목할 수 있다. '도로 민주당'을 탐탁찮게 여기는 노 대통령이 '염장 지르기'에 나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올 법 하다. 하지만 아니다.

그럴 요량이었다면 대북송금의 주역인 박지원씨에게 특사 혜택을 베풀 이유가 없었다. 김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권노갑 고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13합의 이후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남-북-미 관계를 봐도 그렇다. 남북 장관급회담 이후 쌀과 비료 지원 이면합의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터다. 이면합의를 해줬다고 주장하는 측에서는 정부가 속도위반까지 하면서 북한에 잘 보이려 한다고 연일 공격을 하고 있다.

이런 정부가, 이런 노 대통령이 북한을 자극하는 조치를 내놓는다는 건 이치에 맞지 않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의 미국 방문에 맞춰 외교통상부의 고위 관리들이 줄줄이 미국으로 건너가 막후 조율에 나서고 있는 점도 강력한 반박정황이다.

민주당과 통합신당모임의 '너무나 풍부한' 상상력

이제 정리하자. 정치적인 사고에 물든 곳은 민주당과 통합신당모임이다. 있는 그대로 보면 될 것을 너무 민감하게 해석한다. 그래서 솥뚜껑을 자라라고 한다. 사랑이 지나치면 집착이 되는 법,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은총'을 갈구하는 마음이 너무 거침없이 표출됐다.

청와대가 그랬다. "헌재 재판관은 중립기관이고 비정치적 직책인데, 이를 두고 민주당이 마치 대북송금 특검의 타깃이었던 전 정부와의 관계에까지 연계해 해석하는 것은 정치적 상상력이 풍부한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의 주장은 당사자의 일방적 외침이니까 그렇다 치자. <한겨레>가 환기시킨 것도 있다. "헌법의 가치인 인권과 민주주의, 소수자 보호 등을 지키고 확장시킬 자질이 있느냐가 헌법재판관 내정자 판단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전제한 뒤 "민변 회장을 역임한 그(송두환)는 변호사 시절인 1997년 노동법 날치기 통과 때 노동법 재개정을 앞장서 촉구했으며, 영장실질심사제 도입에도 적극적으로 찬성했다"고 했다. 이런 이력 때문에 지난해 대법관 후보로 참여연대와 법원노조 등으로부터 동시에 추천된 적도 있다고 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모순현상이 아니라 착시현상이라고 정리하자. 보완 차원에서 하나만 재확인하면 된다.

이 전 총리의 방북이 남북정상회담 길닦기 차원이라는 해석은 아직 확증되지 않았다. 당사자측에서는 대통령 정무특보가 아니라 열린우리당 동북아평화위원장 자격으로, 의원외교 차원에서 방북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 전 총리 방북, 정상회담 길닦기?

이 말을 곧이곧대로 들으면 얘기는 원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모순이냐 착시냐 하는 문제도 굳이 검증할 필요가 없는, 말장난이 돼 버린다.

하지만 곧이곧대로 들을 수만은 없다. 열린우리당 내에서 여러 얘기가 나온다. 남북간 현안을 포괄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면담은 이미 예정돼 있고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한다.

북한 최고위급 인사들을 만나 남북간 현안을 논의한다면 무엇이 의제에 오를지는 뻔하다. 현안 중의 현안은 남북정상회담이다.
#이해찬 #송두환 #대북송금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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