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리그 전기리그 우승팀을 결정짓는 중요한 경기인 고양 KB와 이천 상무의 경기가 열린 경기도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

방송중계 일정으로 당초 예정됐던 6일(일)보다 하루 늦은 7일(월) 오후 2시에 경기가 펼쳐졌기 때문에 경기 시작 30분 전 경기장 밖은 상당히 한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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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KB, K2리그 전기리그 우승


▲ 올해 K2리그를 처음으로 생중계하는 MBC 중계차량
ⓒ 이권재
아무리 방송 중계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엄연히 지켜져야 할 리그 데이를 무시하고 평일 낮에 경기를 강행하게 한 연맹과 방송사의 전횡으로 K2리그 전기리그 우승을 결정짓는 중요한 게임을 망쳤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경기장을 한 바퀴 돌아 W구역으로 돌아섰을 때 만난 한 무리의 어린 학생들과 W구역의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OO고등학교의 스쿨버스를 보면서 ‘결국 고양시내 각 학교에 협조를 구해 경기장을 단체 관람을 했구나’란 예상을 하면서 들어선 경기장에는 어김없이 교복을 입은 학생들과 축구장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막대풍선을 들고 앉아있는 직장인들의 모습이 여기저기 보였다.

▲ 운동장 W석으로 줄지어 들어서는 초등학생들
ⓒ 이권재
▲ 단체관람을 온 한 고등학교 스쿨버스
ⓒ 이권재
더구나 카메라 샷에 관중들이 많이 보일 수 있게 하기 위해 장내아나운서가 단체관람 온 학생들에게 E석으로 이동하라는 안내방송을 하고 있었다.

▲ 장내 안내방송에 따라 E석으로 이동하는 초등학생들
ⓒ 이권재
여기에 E구역 성화대 옆쪽에는 군 팀인 이천 상무를 응원하기 위해 동원(?)된 한 무리의 군인들이 보이는 등 경기장은 온통 동원된 관중들로 꽉 차 있었다.

▲ E석 오른쪽 하단에 자리잡은 상무 응원단
ⓒ 이권재
비록 표면상으로는 많은 관중들로 경기장이 시끌벅적했지만, 고양 홈 경기 때마다 경기장을 찾아 홈팀을 응원했던 진짜 K2리그 팬들은 평일 낮에 치러진 리그 경기에 오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에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 전반 30분이 지난 뒤 S구역 쪽으로 입장하는 한무리의 학생들
ⓒ 이권재
이날 경기는 고양이 멋진 동점골과 역전골을 성공시키면서 우승을 차지했지만, 우승을 축하하는 자리에는 온통 검정색 양복을 입고 잔디를 죽이는 구두를 신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고양 KB의 유니폼을 입고 그들과 함께 뛰던 서포터즈는, 경기가 끝나자마자 썰물처럼 빠져나가 버린 동원된 관중들의 쓸쓸한 빈 자리에서 구호를 외치며 그들만의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이제는 K2리그도 ‘프로’이다. 2007년 K리그와의 승강제를 위해서라도 확실한 연고지 정착과 함께 프로팀에 걸맞는 비전을 가지고 리그를 운영을 해야 한다.

리그 우승을 결정짓는 자리에 진정한 팬들과 함께 하지 못하고, 동원된 껍데기 관중들과 함께 하는 고양 선수단의 모습에서 오늘날 우리 프로축구의 한계를 절감하며 쓸쓸히 경기장을 빠져 나왔다.

이날 경기가 시작되기 직전 고양의 서포터즈 ‘고양KB 유나이티드’ 회장 김종우씨와 이천 서포터즈 ‘수사불패’의 회장 김선우씨를 만나 그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방송중계에 리그일정 조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아"
고양KB 서포터즈 '고양KB 유나이티드' 김종우 회장

▲ 고양KB 유나이티드 김종우 회장(왼쪽에서 두번째)와 서포터즈들
ⓒ이권재

- 어제(6일) 경기에서 울산의 승리로 인해 오늘 지거나 비기면 우승을 놓치게 된다. 오늘 경기는 어떻게 예상하나?
"작년 챔피언결정전에서 1승 1무로 꺾고 통합챔프에 오르긴 했지만, 리그 내에서 이천과 우리 고양은 천적관계를 형성해 왔다. 서로 전력 차는 크지 않다고 보고, 어느 팀이 실수를 줄이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라질 것 같다."

- 방송중계 일정으로 인해 원래 리그 데이인 어제 경기가 열리지 못하고, 평일 낮에 경기를 치르게 됐다. 비록 방송중계를 위한 조치였지만, 정상적인 리그에서는 상식 밖의 조치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방송중계가 K2리그를 알리는데 중요하지만, 그 때문에 리그 일정을 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처사라고 생각한다. 또 이런 행정은 그동안 꾸준히 고양 홈경기를 찾아준 많은 축구팬들을 내몰고, 학교나 직장 등에서 동원된 사람들로 구색을 맞추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 마지막으로 고양 KB의 서포터즈 '고양KB 유나이티드'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자면?
"고양시 붉은악마 ‘홍의군’이 주축이 됐고, 이전부터 고양시 축구단 창단 또는 유치를 위한 움직임이 있었고, 작년 K2리그의 고양이 연고이전을 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하게 됐다.

현재 온라인상에 약 700여명의 회원이 있고, 경기장을 정기적으로 찾는 회원은 약 100여명이다."
/ 이권재

"무분별한 엔트리 교환은 팀 조직력에 문제"
이천 상무 서포터즈 ‘수사불패‘ 김선우 회장

▲ 이천 상무 서포터즈 '수사불패' 김선우 회장
ⓒ이권재
- 오늘 상대가 작년 챔프전에서 패했던, 고양과의 경기인데 오늘 경기를 예상한다면?
"일단 우승을 다투는 중요한 경기인데, 평일 낮에 경기가 열리는 탓에 ‘수사불패’ 서포터즈에서는 회장인 나만 참석하게 됐다. 고양 팀이 워낙 공격력이 무서운 팀이어서 수비를 탄탄히 하고 후반 역습을 노리는 전략을 쓴다면 승률은 반반으로 예상하고 있다."

- 리그 초반 6연승 후 7, 8라운드에서 1무 1패의 성적으로 팀이 하향세를 그리고 있다. 이에 대한 원인은?
"가장 큰 원인은 K리그에 참여하고 있는 광주(상무) 위주의 선수 운영 때문이다. 시즌 초 50대 50의 비중으로 팀을 운영하겠다고 했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오히려 K2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들을 K리그에 합류시키고 부상을 당하거나 컨디션이 떨어진 선수들을 K2리그에서 뛰게 하는 등의 선수단 운영을 해왔다.

아무리 경력이 화려한 선수들이라도 부상이나 컨디션이 안 좋으면 K2리그에서도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기 마련이고, 현재 시스템 상 광주와 이천은 팀훈련 역시 따로 하고 있기 때문에 무분별한 엔트리 교환은 팀 조직력에도 문제를 보이게 된다고 생각한다."

-지적하신 대로 상무팀 내에서 무분별한 엔트리 교환이 이뤄지고 있다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은?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선수선발 과정에서부터 광주 상무는 프로출신 선수들을 선발하고, 이천 상무는 아마출신의 유망주를 선발해 원천적으로 선수 교환을 할 수 없게 해야 한다." / 이권재
2004-06-08 09:01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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