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울의 봄' 600만 돌파를 축하하는 이미지와 전두광 역을 맡은 배우 황정민의 대국민 사과 영상 갈무리

영화 '서울의 봄' 600만 돌파를 축하하는 이미지와 전두광 역을 맡은 배우 황정민의 대국민 사과 영상 갈무리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 <서울의 봄>이 17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면서 6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9일(토) 오전 12시 2분 기준 <서울의 봄>은 개봉 18일 만에 누적 관객 수 600만 754명을 기록했다. 

<서울의 봄>은 올 한 해 유일하게 천만 관객을 돌파한 <범죄도시3> 이후 가장 빠르게 흥행하고 있다. 그러나 무대 인사를 위해 극장을 찾은 배우들은 사과하기에 바빴다. 

투자 배급사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측이 SNS에 공개한 영상에는 "<서울의 봄> 무대인사 대국민 반란군 사죄 중입니다"라는 글과 함께  연이어 "어제에 이은 반란군 대국민 사죄 릴레이 국방장관님 김의성 배우까지 합류하셨습니다"라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전두광 역의 배우 황정민도 "일단 죄송하다. 모든 욕은 얼마든지 나에게 해주시고, 욕받이가 되겠다"며 "동시에 영화를 너무너무 사랑해 주셔서 무대인사를 다닐 때마다 힘이 나고 감사하다"고 밝혔다. 

배우 황정민이 연기한 전두광에 대한 분노는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일부 영화관에는 전두광 얼굴의 포스터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들이 분노를 참지 못해 주먹으로 얼굴을 때린 것으로 알려졌다. 

배우 김성균은 인상 깊었던 영화평에 대해 묻는 질문에 "황정민 팬분인가 봐요. 욕을 하면서 당장 나가 우리 오빠 몸에서 이 독재자 XX야"라며 "관객분들의 재치와 순발력은 어디까지 인가"라고 말해 무대 인사를 하러 온 배우들과 관객들에게 큰 웃음을 주기도 했다. 

암울했던 현대사를 돌이켜보는 시간
 
 영화 '서울의 봄'에서 전두환을 모델로 한 전두광의 모습. 그는 영화에서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라고 말한다.

영화 '서울의 봄'에서 전두환을 모델로 한 전두광의 모습. 그는 영화에서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라고 말한다. ⓒ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관객들이 전두광을 향해 분노를 터트리는 가장 큰 이유는 한마디로 답답함이다. 누리꾼들은 쿠데타를 막지 못한 무능한 지휘부와 쿠데타 세력들이 승승장구하며 제대로 처벌하지 못한 우리 역사를 가리켜 "마치 고구마 열 개를 꾸역꾸역 먹은 느낌"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영화 <서울의 봄>이 분노만을 유발하지는 않는다. 영화 흥행이 이어지면서 '한국 근현대사 영화 다시 보기' 열풍도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인기 콘텐츠에는 <남산의 부장들>, <화려한 휴가>, < 1987 >, <태극기 휘날리며>, <남영동 1985>, <택시운전사> 등이 목록에 올라오기도 했다. 한국 현대사를 더 알고 싶어 하는 갈증을 영화로 해소하겠다는 자발적 노력으로 풀이된다. 

영화를 통해 우리나라 현대사를 이해하려는 움직임은 '좌파 영화'라는 공격을 받았다. 서울 시내 모 초등학교에서는 단체로 <서울의 봄> 영화를 관람하려다가 일부 극우 유튜버들의 민원으로 취소하기도 했다. 
 
  조선일보의 1996년 8월 6일 1면,

조선일보의 1996년 8월 6일 1면, ⓒ 조선일보 갈무리

 
영화 <서울의 봄>이 일부 내용을 각색했다고 해도  '쿠데타'를 일으킨 이들이 범죄자인 것만은 분명하다. 

전두환과 노태우를 비롯해 쿠데타 세력이었던 하나회 주요 인물들은 '반란수괴', '반란모의참여', '상관 살해', '내란 수괴', '내란모의 참여', '내란목적 살인' 등 무시무시한 죄목으로 사형과 무기 징역, 징역 등이 구형됐다. 비록 끝까지 온전하게 형이 집행되지는 않았지만 대한민국 대법원이 그들을 범죄자로 판결했다. 

영화 <서울의 봄>은 전두광이 단순한 분노유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전두환이 범죄자임을 세상에 다시금 알리는 계기를 만들었다. 책으로만 배운 역사를 현실로 드러나게 만든 셈이다. 역사에 대한 갈증을 불러일으킨 영화 <서울의 봄>은 전국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덧붙이는 글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서울의봄 전두광 황정민 전두환 분노유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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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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