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비도' 연습장면.

연극 '비도' 연습장면. ⓒ 극단 피어나

 
"저희는 빨갱이가 아니라 그냥 제주도에서 농사나 짓는 세상물정 모르는 촌것들이란 말이오."
 
연극 <비도(悲島)>는 1947년에서 1949년까지 슬픈 섬 제주의 비극적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인천지역에서 활발한 공연활동을 펼쳐온 '극단 피어나'가 '제주 4·3항쟁' 75주년을 맞아 이데올로기에 미쳐 인간성을 상실했던 그때의 이야기를 무대에 올린다.
 
연극은 태어나서부터 평생을 한마을에서 살아온 친구 창희와 영제의 엇갈리는 비극적인 운명을 중심으로 평화로웠던 섬 제주에서 영문도 모른 채 빨갱이로 몰려 죽어간 사람들을 이야기 한다.
 
"일본 놈들 물러가고 이제 좀 먹고 살만한가 했는데... 이젠 조선 놈들끼리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네. 이승만이든 김일성이든 우리가 무슨 상관이라고 먼 제주까지 와서 이 지랄난리들인지."
 
하루하루 먹고 사는 게 최대 삶의 목표였던 사람들이다. 삼시세끼 굶지 않고 영제도, 기철도, 동우도, 동우의 아내도... 결국 시대와 이념의 희생양이 된다.
 
무엇이 그들을 죽음으로 내 몰았는가. 작품은 그것을 이야기 한다.
 
"우리를 사람으로 안보니까 그렇겠지... 그냥 제주도에 살고 있는 개, 돼지들이지."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삶과 죽음이 갈리고, 의도하지 않았지만 가해자와 피해자로 갈린 운명.
 
    연극 '비도' 연습장면.

연극 '비도' 연습장면. ⓒ 극단 피어나

 
"세상이 미쳐돌아가는데 어쩔 수 없다는거 너도 알고, 나도 알잖아?"
 
제대로 된 화해와 치유의 과정 없이 70년이 넘도록 드리워진 이데올로기의 망령.
 
"우리는 공산주의자로부터 제주를 지키기 위한 임무를 띠고 내려온 투사들이다."
 
그럼에도 살아야 했던 사람들. 연극 <비도>는 또한 그들의 이야기이다.
 
"너 정말 살고 싶으냐?"
 
희곡을 집필한 김재훈 작가는 <인천게릴라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인천사람인 제가 '제주 4·3사건'을 다룬다는 것에 부담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제주 4.3사건은 기억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비극적 역사의 하나인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억울한 희생을 알리고 싶었다"며 "이유도 모른 채로 사건에 휘말려 피난을 가야했고, 죽음을 당해야 했던 수없이 많은 당시 제주민들의 아픈 이야기와 살기 위해 가해자가 되기를 선택해야만 했던 제주 4.3 사건의 참혹함을 알리고 나아가 역사적 교훈을 담고자 했다"고 밝혔다.
 
연출을 맡은 송수영 연출가는 "정치적이거나 이념을 이야기하지 않으려 한다. 아무것도 모른 채로 비극의 주인공이 됐던 그들의 시간과 우리가 영원히 기억해야 하는 그들의 삶과 죽음을 이야기 하려 한다"고 말했다.
 
'제주 4·3 항쟁'을 소재로 한 연극 <비도>는 제43회 인천연극제에 출품돼 4월 19일 오후 7시 문학씨어터 소극장에서 초연될 예정이다.
 
"연극 '비도'"  '극단 피어나'가 인천에서는 처음으로 '제주 4·3 항쟁'을 소재로 한 연극 '비도'로 인천연극제 무대에 오른다.

▲ "연극 '비도'" '극단 피어나'가 인천에서는 처음으로 '제주 4·3 항쟁'을 소재로 한 연극 '비도'로 인천연극제 무대에 오른다. ⓒ 극단 피어나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인천게릴라뉴스(www.ingnews.kr)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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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한 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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