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위기에 몰린 한국 야구가 뒤늦은 첫 승을 올렸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12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B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체코를 7-2로 물리치고 이번 대회 첫 승리를 거뒀다. 

1차전 호주, 2차전 일본에 패하면서 2연패를 당하며 탈락 위기에 몰린 한국은 이날 선발 라인업에 대폭 변화를 줬다.

박건우를 1번 타자로 올리고 토미 에드먼을 9번으로 내렸다. 강백호가 1루를 맡는 대신 박병호가 지명 타자로 나섰고, 이틀 연속 홈런포를 터뜨린 양의지도 6번으로 올라섰다. 선발은 예고한 대로 박세웅이 마운드에 섰다. 
 
 12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한국과 체코의 경기가 한국의 7대3 승리로 끝났다. 경기를 마친 한국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12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한국과 체코의 경기가 한국의 7대3 승리로 끝났다. 경기를 마친 한국 선수들이 기쁨을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각성한 한국 타선, 1회부터 5득점 '폭발'

박세웅이 1회초 체코 타선을 삼자범퇴로 처리하며 산뜻하게 출발한 한국은 심기일전하고 나선 타선이 1회말부터 폭발했다. 

리드오프로 나선 박건우가 2루타와 상대 실책으로 단숨에 3루까지 갔고, 2번 타자 김하성이 3루수 파울 뜬공으로 물러났으나 3번 타자 이정후가 중전 적시타를 터뜨리면서 가볍게 선제 득점을 올렸다.

박병호의 우전 안타로 1사 1, 2루 찬스를 이어간 한국은 호주전에서 '세리머니사(死)'를 당했던 강백호가 속죄의 적시타를 터뜨리며 이정후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양의지와 김현수가 볼넷을 얻어내며 1점을 더 올린 한국은 계속되는 만루 찬스에서 타석에 들어선 에드먼의 2타점 적시타로 강백호와 양의지가 모두 홈을 밟으면서 1회말에만 5득점에 성공했다. 

기선을 제압한 한국은 이번 대회 9타수 무안타로 침묵하던 김하성이 2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좌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터트리며 자신의 첫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했다.

'안경 에이스' 박세웅, 무실점 역투
 
 12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체코와 한국의 경기. 8회말 무사 1루 상황에서 한국 최정의 병살타로 1루주자 김혜성이 포스아웃되고 있다.

12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 1라운드 체코와 한국의 경기. 8회말 무사 1루 상황에서 한국 최정의 병살타로 1루주자 김혜성이 포스아웃되고 있다. ⓒ 연합뉴스

 
마운드에서는 박세웅의 호투가 빛났다. 박세웅은 1회초 선두 타자 보이테흐 멘시크를 삼진으로 잡아낸 것을 시작으로 체코 타선을 압도했다. 

타선이 1회말에만 5점을 올리며 넉넉한 지원까지 받고 어깨가 가벼워진 박세웅은 2회초 마르틴 체르벤카-마테이 멘시크-마르틴 무지크로 이어지는 체코 중심타선을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관중석의 탄성을 자아냈다. 

3회초에도 첫 타자 윌리엄 에스칼라를 2루 땅볼로 잡아냈고 페트르 지마를 헛스윙 삼진, 필리프 스몰라를 1루 땅볼 처리하며 투구 수를 아끼면서 무실점 활약을 이어갔다. 

박세웅의 '퍼펙트' 행진은 5회초 깨졌다. 선두 타자 체르벤카에게 좌익선상 2루타를 맞았으나, 후속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내며 스스로 위기에서 탈출했다. 박세웅은 이날 4.2이닝 1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으로 역투하며 자신의 임무를 마치고 구원투수 곽빈에게 마운드를 물려줬다. 

1, 2차전에서 마운드를 총동원하며 출혈이 컸던 한국으로서는 적은 투구 수로 최대한의 이닝을 막아준 박세웅의 활약 덕분에 남은 경기를 한결 수월하게 대비할 수 있게 됐다.

다음 상대는 중국... '8강행' 경우의 수는?

한국은 7회초 곽빈이 연속 안타를 맞으며 흔들리자 정철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정철원도 적시 2루타를 맞고 2실점하면서 체코에 추격을 허용했다. 다행이 마운드에 오른 고영표가 특유의 날카로운 변화구로 삼진을 잡아내며 더 이상 실점 없이 위기를 막았다. 

또한 7회말 김하성이 선두 타자로 등장해 우측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터뜨리며 7-2로 달아났다. 8회초 이용찬의 폭투를 양의지가 놓치면서 1점을 더 내줬으나, 용찬의 마운드를 끝까지 지키며 큰 위기 없이 7-3 승리를 확정했다. 

이로써 한국은 일단 13일 열리는 중국전에서 승리하고, 체코가 13일 호주를 잡아준다면 한국과 체코, 호주가 모두 2승 2패로 맞물리게 된다. 이때 최소 실점을 따져 조 2위로 2라운드(8강)에 진출하는 목표를 그리고 있다. 

경우의 수를 따지면서 중국전에 나설 한국이 과연 기적처럼 2라운드 진출 티켓을 획득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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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야구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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