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논란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배우 김정현의 복귀작인 MBC 새 금토드라마 <꼭두의 계절>(극본 강이헌, 허준우/연출 백수찬, 김지훈)이 베일을 벗었다. 지난 27, 28일 방송된 <꼭두의 계절> 첫 회에서는 사신(死神) 꼭두(김정현)와 한계절(임수향)의 수백년에 걸친 비극적인 운명으로 연결된 사연이 그려졌다.
 
지방 병원의 응급의학과에 근무하던 의사 한계절은, 자신이 돌보던 환자를 통하여 공녀(임수향)와 무사(김정현)의 설화를 듣는다. 무사는 공녀를 구하려다가 죽고, 공녀는 그 복수로 적국의 군주를 암살한 뒤 본인도 자결한다. 두 사람은 수십 명의 사람들을 살해한 죄로 공녀는 소중한 사람을 잃고 자살하는 운명을 이승에서 반복하게 되었고, 무사는 영원히 저승길에 묶인 꼭두가 되어 영영 만날 수 없게 된 벌을 받게 됐다고. 한계절은 꼭두의 이야기에 기시감을 느끼며 관심을 보인다.
 
한계절은 자신에게 부당한 의료 소송을 건 한 환자 가족(정영주)와 갈등을 빚다가 다니던 병원에서 해고당한다. 구직을 위해 면접을 보던 한계절은 국내 최대의 병원인 필성병원에서 면접을 보다가 꼭두를 꼭 닮은 의사 도진우(김정현)와 재회한다.
 
도진우는 병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력에 결점이 있는 한계절의 '낙하산' 채용을 성사시킨다. 한계절은 도진우와 함께 근무하면서 점점 호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한계절과 앙숙이자 도진우를 좋아하는 태정원(김다솜)은 한계절을 견제하며 의미심장한 경고를 한다.
 
사실 도진우가 한계절에게 접근한 속내는 따로 있었다. 도진우는 과거 자신이 수술을 집도했던 환자가 악성 종양 부작용으로 수술 중 사망했고, 그 해당 환자가 자신의 어머니였다는 놀라운 사실을 고백한다. CT 사진이 누군가에게 바꿔치기되는 바람에 도진우는 어머니의 종양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한계절은 의료사고의 진실을 알고 있는 병원장 김필수(최광일)의 대화를 우연히 엿들었던 목격자였다. 이 사실을 안 도진우는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한계절을 채용했던 것.
 
도진우의 호의가 자신에 대한 호감이라고 착각했던 한계절은 배신감을 느끼고 처음엔 그의 제안을 거절한다. 하지만 도진우의 간곡한 설득과 애처로운 모습에 마음에 움직인 한계절은 결국 그를 돕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이러한 도진우의 움직임을 김필수도 먼저 눈치챈다.
 
한계절은 도진우를 만나러 그의 집으로 향하다가 건물에서 의문의 추락을 당한 도진우를 목격한다. 피투성이가 된 도진우는 끝내 사망하고, 한계절은 패닉에 빠져 눈물을 흘린다.
 
그런데 사망한 도진우의 몸에서 꼭두가 환생한다. 놀라면서도 기뻐하는 한계절의 목을 졸라 내팽개치고 꼭두는 유유히 자리를 떠난다. 꼭두는 99년 만에 강림한 사신이었고, 가끼이서 이를 몰래 지켜보던 반신(半神)인 옥신(김인권), 각신(차청화)이 꼭두를 보필한다.
 
꼭두는 99년 만에 이승에 강림하자마자 불법촬영으로 한 모녀의 인생을 파멸로 몰아넣은 악인을 살해하며 사신의 광기를 드러낸다. 꼭두에게는 저승에서는 망자들을 이끌고 이승에서는 살인을 되풀이해야 한다는 신의 형벌이 내려진 상태였다. 꼭두는 간절하게 사랑했던 여인 설희(임수향)을 기다리기 위하여 죽음의 순리까지 거스르려다가 신의 노여움을 산 것. 억겁의 세월 동안 이어진 저주에서 벗어나려면 긴긴 염원의 근원인 그녀의 환생을 찾아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야만 했다.
 
한편 한계절은 사고 이후 흔적도 없이 사라진 도진우 때문에 병원 내에서 억울한 누명을 쓰고 중징계를 받으며 의사 커리어를 모두 잃을 위기에 처했다. 사력을 다하여 도진우를 찾아다니던 한계절은 SNS에 올라온 목격자들의 도움을 받아 마침내 영포에서 도진우의 몸을 한 꼭두를 발견한다. 꼭두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한계절의 목을 조르지만 그녀의 말한마디에 자신도 모르게 손을 풀어버리는 모습에 스스로 당황한다.
 
한계절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꼭두를 보고 도진우에게 기억장애가 온 것으로 착각한다. 한계절은 꼭두를 더 이상 귀찮게 하지 않는 조건으로 병원으로 돌아와 자신의 결백을 증언해줄 것을 부탁한다. 꼭두는 약속대로 병원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한계절을 찾아오지만, 도진우가 조사하던 김필수의 비리를 폭로하고 본인이 기억상실이라는 사실까지 밝히며 한계절을 더욱 난처한 상황에 몰아넣고 만다.
 
한계절은 유유히 자리를 떠나는 꼭두를 따라나와 그간의 울분을 쏟아낸다. 꼭두는 그런 한계절을 무시하려고 떠나려고 하지만, "내 앞에 와서 무릎꿇고 사과해!"라는 한계절의 말 한 마디에 또다시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몸이 움직이며 그녀 앞에서 무릎을 꿇는 자신의 모습에 당혹감을 느낀다.
 
꼭두는 문득 묘한 기시감에 운명의 징표였던 반지를 꺼내보이며 "이 반지를 아느냐"라고 묻는다. 반지를 알아보는듯한 한계절의 반응을 느낀 꼭두는 당혹감에 자리를 피하려는 그녀의 팔을 부여잡고 "네가 설희냐?"라고 물으며 충격에 빠졌다.
 
<꼭두의 계절>은 99년마다 인간에게 천벌을 내리러 이승에 내려와 사람을 죽이는 사신 꼭두와, 사람을 살리는 의사 한계절을 만나 벌이는 판타지 환생 로맨스를 표방했다.
 
주연배우 김정현이 과거 드라마 <시간> 촬영 당시 불성실한 태도 논란과, 전 연인인 배우 서예지가 관련된 가스라이팅 의혹으로 도마에 오른후 첫 공식 복귀작이라는 점에서 더 화제를 모았다. 김정현은 제작발표회에서 과거의 논란을 거듭 사죄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과거와 현재, 시대극과 현대극을 넘나드는 설정상, 두 주연 남녀배우가 모두 1인 2역 이상을 소화해야했다. 특히 김정현은 비극적인 개인사를 가슴에 담은 진중한 의사 도진우를 비롯하여, 광기와 순정의 양면성을 지닌 꼭두를 연기하며 매 장면마다 시시각각으로 색깔이 변하는 입체적인 캐릭터를 넘나들어야했다.
 
김정현-임수향의 연기력과 안정적인 호흡은 비현실적인 이야기에 설득력을 불어넣었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아직 밝혀지지 않은 두 사람의 비밀을 둘러싼 미스터리한 전개도 궁금증을 자아냈다.
 
하지만 <꼭두의 계절>의 전망이 그리 밝은 편은 아니다. 판타지 로맨스의 장르적 특성상 배우들의 매력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배우 김정현을 둘러싼 대중의 부정적인 시선이 적지 않다는 것은 캐릭터에 몰입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여기에 동시간대에 이미 두 자릿수 시청률을 돌파하며 먼저 인기몰이를 선점한 SBS <법쩐>을 비롯하여 tvN <일타 스캔들>, JTBC <대행사> 등 화제작들이 운집한 대진운도 매우 불리하다. 실제로 27일 첫 방송에서 전국가구기준 4.8%의 시청률로 출발했던 드라마는 불과 2회만에 2.2%(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하락하며 반토막이 났다.
 
환생과 윤회라는 익숙한 설정에서 느껴지는 <도깨비>의 기시감,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초반 몰입도를 높이기에는 지나치게 복잡하고 산만했던 이야기 구성, 꼭두라는 캐릭터의 개연성에 대한 초반 설득력 부족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끌어들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험난한 출발을 알린 <꼭두의 계절>이 본격적인 로맨스를 통하여 여론을 반전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꼭두의계절 김정현 임수향 판타지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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