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부터 2016년까지 세 편의 <응답하라>시리즈로 유명세를 탄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 콤비는 2017년 <슬기로운 깜빵생활>에 이어 2020년 또 하나의 <슬기로운> 시리즈를 선보였다. 바로 99학번 의대 동기 5명이 율제병원이라는 가상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담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이었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콤비가 선보이는 의학드라마라는 점에서 방영 전부터 시청자들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하지만 시즌1을 14.1%의 시청률로 마감한 <슬기로운 의사생활>(이하 슬의생)은 작년에 방영된 시즌2 역시 14.08%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닐슨코리아 기준). 비록 <사랑의 불시착>이나 <도깨비> 수준의 폭발적인 신드롬은 아니었지만 불리한 주1회 편성의 '목요 드라마'였던 점을 고려하면 <슬의생>의 선전은 충분히 놀라웠다. 이로써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는 또 한 편의 '불패신화'를 이어가게 됐다.

<응답하라>시리즈부터 신원호PD-이우정 작가 콤비가 만든 드라마들이 대부분 그런 것처럼 <슬의생>에서도 시청자들에게 크게 알려지지 않았던 좋은 배우들이 대거 배출됐다.

그리고 이들은 <슬기로운 의사생활> 종영 후에도 각종 매체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를 비롯해 디즈니 플러스, 쿠팡플레이 등 각종 OTT채널에서 제작한 드라마에서 <슬의생>출신 배우들의 활약은 더욱 돋보이고 있다.

<지금 우리 학교는>으로 SNS 팔로워 700만 돌파
 
 조이현이 연기한 최남라 캐릭터는 해외 시청자들에게 유난히 많은 사랑을 받았다.

조이현이 연기한 최남라 캐릭터는 해외 시청자들에게 유난히 많은 사랑을 받았다. ⓒ 넷플릭스 화면 캡처

 
2022년의 절반이 훌쩍 지난 현재 <슬의생> 출연 당시와 비교해 가장 위상(?)이 크게 올라간 배우는 단연 조이현이다. <슬의생>에서 본과 실습생에서 인턴이 되는 장윤복을 연기한 조이현은 <슬의생> 출연 당시만 해도 채송화 교수(전미도 분)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제외하면 주요스토리에 거의 포함되지 못했다. 하지만 조이현은 <슬의생> 종영 후 작년 11월부터 방영된 KBS 드라마 <학교2021)에서 주인공 진지원 역에 캐스팅됐다.

하지만 조이현을 기다리고 있는 '진짜 대박'은 따로 있었다. 작년 2월에 촬영을 끝낸 동명웹툰을 원작으로 만든 이재규 감독의 학원 좀비 액션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이 지난 1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것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 학교는>은 공개 24일 만에 세계적으로 5억 6000만 시간이 넘는 시청시간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역대 1위는 16억5000만 시간 시청기록을 가진 <오징어 게임>이다).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빌런 귀남(윤인수 분)에게 물리고도 괴물이 되지 않는 '절비(절반만 좀비)' 최남라를 연기한 조이현은 안정된 연기를 통해 세계 시청자들로부터 뜨거운 지지를 얻었다. <지금 우리 학교는>이 한창 넷플릭스 시청순위 1위를 달릴 때 조이현의 SNS 팔로워수는 무려 700만 명까지 치솟기도 했다(현재는 520만). 조이현은 현재 여진구,김혜윤 등과 함께 2000년에 개봉했던 영화 <동감>의 리메이크 버전을 촬영하고 있다.

한편 <슬의생>에서 조이현이 연기한 장윤복의 쌍둥이 동생 장홍도를 연기한 배현성 역시 다양한 작품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배현성은 지난 달에  종영한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태어날 자식을 위해 자퇴를 선택한 용기 있는 예비아빠 정현을 연기했다. 그리고올해 ENA 채널에서 방영될 곽백수 작가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가우스전자>에서는 가우스전자에 입사한 파워그룹의 후계자 '백마탄'을 연기할 예정이다.

추민하 연기한 후 단숨에 주연급 배우로 성장
 
 안은진은 <슬의생> 이후 종편 드라마와 넷플릭스 드라마에서 각각 주연으로 캐스팅됐다.

안은진은 <슬의생> 이후 종편 드라마와 넷플릭스 드라마에서 각각 주연으로 캐스팅됐다. ⓒ tvN 화면캡처

 
OTT 드라마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배우는 조이현 뿐만이 아니다. <슬의생>에서 양석형 교수(김대명 분)를 짝사랑하는 산부인과 레지던트 추민하 역으로 시청자들을 설레게 했던 안은진은 지난 2월에 종영한 jtbc드라마 <한 사람만>을 통해 주연신고식을 치렀다. 그리고 현재는 유아인과 전성우,김윤혜 등과 함께 소행성 충돌을 200일 앞둔 세상에서 남은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드라마 <종말의 바보>를 촬영하고 있다.

<슬의생> 시즌2에서 이익준(조정석 분)의 동생 이익순을 연기한 곽선영은 흉부외과 김준완 교수(정경호 분)와의 사랑과 이별, 재결합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애타게 했다. <슬의생> 이후 곧바로 jtbc드라마 <구경이>에서 경찰출신의 보험조사관 나제희를 연기했던 곽선영은 올해 하반기에 공개될 예정인 디즈니플러스의 오리지널 드라마 <무빙>에서 류승룡이 연기하는 장주원의 아내로 출연할 예정이다.

'국민 첫사랑' 수지의 연기변신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쿠팡플레이의 오리지널 드라마 <안나>에서도 <슬의생> 출신 배우를 두 명이나 만날 수 있다. 유미가 신분을 바꾼 안나의 남편이자 서울시장 후보 최지훈을 연기한 김준한은 <슬의생> 시즌1에서 채송화 교수를 좋아하던 신경외과 펠로우 안치홍을 연기한 바 있다. 그리고 마레 갤러리의 김실장을 연기하는 김수진 역시 <슬의생>에서 외과 병동의 수간호사 송수빈을 연기했었다.

응급의학과 조교수 봉광현은 율제병원의 99학번 5인방의 학창시절에 대해 모르는 게 없다. 봉광현 역의 최영준은 보컬그룹 7Days로 데뷔해 뮤지컬, 연극배우를 거쳐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드라마 활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작년 <슬의생2> 종영 후 <구경이>에 출연한 최영준은 올해 tvN <우리들의 블루스>와 SBS <왜 오수재인가>, 넷플릭스 드라마 <안나라수마나라>에 잇따라 출연하며 올해 최고의 '다작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99학번 4인방(?)도 각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 중
 
 전미도는 <서른, 아홉>에서 <슬의생>의 채송화 교수와는 다른 매력의 연기를 선보였다.

전미도는 <서른, 아홉>에서 <슬의생>의 채송화 교수와는 다른 매력의 연기를 선보였다. ⓒ jtbc 화면 캡처

 
준주연 또는 조연들이 OTT 드라마를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처럼 <슬의생>의 주인공이었던 99학번 5인방 역시 부지런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소아외과 안정원 역의 유연석은 차태현과 함께 영화 <멍뭉이> 촬영을 마쳤고 35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윤종빈 감독의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에도 출연할 예정이다. 당초 영화로 구상됐던 <수리남>은 유연석 외에도 하정우와 황정민,박해수 등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는 작품이다.

매사에 장난스럽지만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이익준 교수 역의 조정석은 <슬의생2> 종영 후 영화에 집중했다. 작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이선균,유재명과 함께 <광해>를 만들었던 추창민 감독의 신작 <행복의 나라> 촬영을 마친 조정석은 <가장 보통의 연애>를 만들었던 김한결 감독의 신작 <파일럿>에도 출연할 예정이다. <파일럿>은 대부분의 영화에서 공동주연이 많았던 조정석의 첫 단독주연 영화가 될 전망이다.

까칠하면서도 섬세한 김준완 교수 역의 정경호는 2020년 마동석과 영화 <압구정 리포트>의 촬영을 마친 후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내년 상반기에는 전도연과 함께 tvN 드라마 <일타스캔들>에 출연할 예정이다. 푸근하고 인간적인 산부인과 양석형 교수를 연기했던 김대명은 오는 20일 개봉 예정인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에서 목소리 출연을 할 예정이다(김대명은 지난 2013년에도 <더 테러: 라이브>에서 목소리로만 출연한 바 있다).

철 없는 4명의 친구들을 이끄는 실질적인 리더 채송화 교수를 연기했던 전미도는 지난 3월 jtbc 드라마 <서른, 아홉>을 끝내고 오랜만에 작품활동 없이 휴식기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그 많은 영화와 드라마, 뮤지컬 제작사들이 재주 많은 배우 전미도를 오랜 기간 쉬도록 내버려 둘리는 만무하다. 물론 많은 시청자들이 가장 기다리고 있는 전미도의 차기작은 제작진과 배우들이 교체되지 않은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3일 것이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OTT 드라마 조이현 안은진 최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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