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밀라 발리예바의 도핑 스캔들 관련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여자 피겨 스케이팅 싱글 메달 수여식 취소 가능성을 보도하는 AP통신 갈무리.

카밀라 발리예바의 도핑 스캔들 관련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여자 피겨 스케이팅 싱글 메달 수여식 취소 가능성을 보도하는 AP통신 갈무리. ⓒ AP

 
금지약물 스캔들에 휘말린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의 피겨스케이팅 스타 카밀라 발리예바가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여자 싱글 메달을 따도 시상대에 오르지 못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14일 발리에바가 여자 싱글 경기에서 메달권인 3위 안에 들면 올림픽이 끝나기 전까지 메달 수여식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발리예바가 메달권에 들지 못하면 정상적으로 시상식을 연다.

IOC는 앞서 스포츠중재재판소(CAS)가 발리예바의 여자 싱글 경기 출전을 허용하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관련 기사: '도핑 스캔들' 발리예바, 피겨 싱글 출전한다).

CAS는 금지약물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인 발리예바에게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가 베이징 동계올림픽 출전을 허용한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의 결정에 반발해 IOC, 세계반도핑기구(WADA), 국제빙상경기연맹(ISU)가 제기한 이의 신청을 기각했다.

작년 12월에 했던 금지약물 검사 결과가 뒤늦게 통보되어 발리예바가 법적으로 자신을 방어할 권리를 침해당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또한 발리예바가 '보호선수'에 해당하는 만 16세 이하라는 점도 내세웠다.

IOC "발리예바가 메달 따면 시상식 적절치 않아"

그러나 CAS는 발리예바의 여자 싱글 출전을 허용한 것일 뿐, 금지약물에 대한 무죄를 결정한 것이 아니다. 향후 발리예바가 메달을 따더라도 향후 조사 결과에 따라 메달을 박탈당할 수 있다.

IOC는 "공정성을 위해 이번 올림픽에서 시상식을 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not be appropriate)"라며 "모든 것이 확실해지면 위엄있는 시상식을 열 것"이라고 밝혔다.

IOC는 앞서 ROC가 발리예바를 내세워 금메달을 딴 피겨 단체전 시상식도 열지 않았다. 만약 단체전 금메달까지 박탈 당하면 미국(은메달), 일본(동메달), 캐나다(4위)가 한 계단씩 승격하게 된다.

또한 발리예바가 오는 15일 열리는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상위 24위 안에 든다면 17일 열리는 프리스케이팅에서 25위 선수도 출전할 수 있도록 했다. 쇼트프로그램에서 24위 안에 들어야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할 수 있지만, 공정성을 위해 발리예바의 자리를 예외로 둔 것이다.

단체전 은메달을 딴 미국의 사라 허쉬랜드 올림픽·패럴림픽위원장은 "선수들이 메달을 받지 못하고 베이징을 떠나게 되어 유감이지만, 올바른 수상자에게 메달을 수여하려는 IOC의 뜻에 감사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든 선수는 공정한 경쟁을 펼칠 권리가 있다"라며 "이번 논란은 러시아가 클린 스포츠를 조직적으로 무시한 또 하나의 사례로 보인다"라고 비판했다.

김연아 "도핑 위반하면 출전할 수 없다"... 피겨 전설들 '쓴소리'
 
 금지약물 복용 선수의 올림픽 출전 금지를 주장하는 김연아의 인스타그램 계정 갈무리.

금지약물 복용 선수의 올림픽 출전 금지를 주장하는 김연아의 인스타그램 계정 갈무리. ⓒ 김연아 인스타그램

 
러시아는 정부 차원에서 자국 선수들의 금지약물 복용과 도핑 샘플을 조작한 혐의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2020 도쿄 하계올림픽, 2018 베이징 동계올림픽까지 3회 연속 올림픽에 자국명을 쓰지 못하고 러시아출신올림픽선수(OAR)라는 이름으로 출전하고 있다.

역대 여자 피겨의 전설들도 일제히 쓴소리를 냈다. 2010 밴쿠버 올림픽 여자 싱글 금메달리스트 김연아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검은 배경과 함께 "도핑 규정을 위반한 선수는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라며 "이 원칙에는 예외가 없어야 한다. 모든 선수의 노력과 꿈은 공평하고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라고 썼다.
 
김연아는 2014 소치 올림픽에서는 판정 논란 끝에 아델리나 소트니코바(러시아)에게 금메달을 내준 바 있다. 그럼에도 당시 별다른 불만을 나타내지 않고 은메달을 받아들였지만, 금지약물에 대해서는 엄격한 목소리를 낸 것이다.

1984 사라예보, 1988 캘거리 올림픽에서 올림픽 여자 싱글 2연패를 달성한 카타리나 비트(독일)은 발리예바가 아닌 러시아에 화살을 돌렸다.

비트는 "발리예바는 코치와 의료진의 조언에 따랐을 것"이라며 "운동 선수들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들을 신뢰하며, 발리예바는 책임이 없다"라고 밝혔다. 미성년 선수인 발리예바가 타의로 금지약물을 복용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와 반면에 2014 소치 올림픽 단체전 동메달리스트 애슐리 와그너(미국)는 "나는 13세 때 처음으로 금지약물 검사를 받았고, 어렸을 때부터 약물에 대해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배웠다"라며 "누군가 나에게 약물을 주었을 때, 그것을 믿는 것은 자신의 책임"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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