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수가 시리아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이후 벤치로 달려가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김진수가 시리아전에서 선제골을 넣은 이후 벤치로 달려가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한국 축구가 중동의 복병 시리아를 제압하고, 월드컵 10회 연속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1일(이하 한국 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위치한 라시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리아와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8차전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6승 2무(승점 20)을 기록한 한국은 남은 2경기 결과에 관계 없이 카타르행을 조기에 확정지었다.

벤투호, 측면 공략으로 시리아 밀집 수비 분쇄

이날 한국은 4-1-3-2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김승규가 골문을 지킨 가운데 포백은 김태환-김민재-김영권-김진수로 구성됐다. 수비형 미드필더는 백승호, 2선은 이재성-황인범-정우영, 투톱은 조규성-황의조가 포진했다. 지난 레바논전과 비교해 3명이 바뀐 라인업이었다.

킥오프 하자마자 공을 소유하며 점유율을 확보한 한국은 1분 만에 정우영의 슈팅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전반 10분 세트 피스에서 한 차례 불안함을 노출했다. 하르빈의 헤더가 골망을 갈랐으나 VAR 판독 결과 오프사이드로 선언됐다.

이후에는 한국의 일방적인 우세로 흐름이 전개됐다. 상대 진영에서 빠른 템포의 전환과 좌우 측면을 활용하는 공격으로 시리아 수비를 공략했다. 또, 수비라인을 끌어올리며 강도 높은 압박을 통해 여러 차례 공을 탈취했다.

전반 13분 왼쪽에서 정우영의 크로스가 수비에 걸리고 흐른 공을 김진수가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옆그물을 때렸다. 전반 17분 먼 거리에서 백승호의 과감한 슈팅은 골문 오른쪽으로 벗어났다.

전반 23분 순간적인 집중력 부족으로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을 맞았다. 김진수의 안일한 백패스로 마와스가 김승규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섰지만 골문을 벗어났다.

하지만 전반 중반 이후의 경기력은 큰 아쉬움이 남았다. 좌우 윙어가 후방까지 내려와서 6백을 형성한 시리아의 수비 집중력이 돋보였다. 전반은 결국 득점 없이 종료됐다.

벤투 감독은 후반전이 시작되자마자 정우영 대신 권창훈을 교체 카드로 꺼냈다. 이재성이 왼쪽 미드필더, 권창훈이 오른쪽 미드필더에 포진했다. 후반 4분 세트피스에서 바보울리의 프리 헤더는 골문 위로 떠올랐다. 후반 6분 백승호의 감아찬 프리킥 슈팅은 골키퍼가 몸을 날려 잡아냈다.

좀처럼 시리아 골문을 열어제치지 못한 한국은 후반 8분 드디어 선제골을 엮어냈다. 좌우 풀백 김진수와 김태환의 합작품이 돋보였다. 오른쪽 측면에서 김태환이 길게 크로스를 띄웠고, 페널티 박스 안으로 쇄도한 김진수가 헤더로 마무리지었다.

한국은 한 골 리드에 만족하지 않고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후반 21분 권창훈의 전진 패스와 조규성의 스루 패스가 연결되면서 황의조가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 놓였지만 마무리 슈팅이 걸리고 말았다.

벤투 감독은 후반 24분 조규성을 불러들이고, 이동준을 넣으며 4-2-3-1 포메이션으로의 변화를 꾀했다. 이재성을 공격형 미드필더, 권창훈을 오른쪽 윙어로 바꾼 전략이 2분 만에 적중했다. 후반 26분 오른쪽에서 권창훈이 이재성과 원투 패스를 주고받으며 중앙으로 좁혀온 뒤 강력한 왼발슛을 성공시켰다.

시리아는 반격에 나섰다. 후반 44분 오른쪽에서 올라온 크로스가 김승규 골키퍼 키를 넘어가면서 하르빈의 머리에 닿았지만 골 포스트를 강타했다. 이후 한국은 실점 없이 시리아의 공격을 틀어막으며 결국 승리를 거두고, 카타르행을 자력으로 확정지었다.

부상-코로나 등 악재 극복한 벤투호

벤투호는 이번 월드컵 최종예선 중동 원정 2연전 기간동안 여러가지 악재를 맞았다. 벤투호의 좌우 측면을 책임지는 핵심 자원인 손흥민과 황희찬이 부상으로 명단에서 제외됐다.

레바논전에서 황의조-조규성 투톱 조합을 앞세워 1-0으로 승리한 벤투호는 이번 시리아전을 앞두고 또 한 차례 시련을 맞았다. 왼쪽 풀백 홍철이 두바이 입국 직후 공항에서 실시한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것이다.

이에 선수단은 한 차례 훈련을 취소하고 코로나 19 추가 검사를 한 뒤 격리에 돌입했다. 추가 검사 결과 홍철을 제외한 선수단 55명 중 선수들을 포함한 54명은 음성 판정을 받으면서 한 숨을 돌렸다.
 
벤투호는 지난 2020년 11월 오스트리아 원정 평가전(멕시코-카타르)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해 선수들이 무더기 확진 판정을 받으며 큰 전력누수를 떠안은 기억이 있다.

여기에 수비형 미드필더 정우영이 경고 누적으로 이날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다. 이러한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벤투호는 흔들림이 없었다. 손흥민과 황희찬 부재에 따른 플랜B를 이미 마련한 벤투호는 레바논에 이어 이번 시리아전에서도 승점 3을 챙겼다. 전체적으로 한국이 능동적으로 경기를 컨트롤하며, 시리아를 압도했다.

특히 왼쪽 풀백 김진수는 평소 터치 라인보다 페널티 박스 안쪽으로의 쇄도에 치중했다. 반대편에 위치한 김태환은 직선적인 측면 돌파와 크로스로 비대칭을 이뤘는데, 이러한 전략이 주효했다. 전반 45분 동안 높은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소득을 얻지 못한 벤투호는 후반 초반 김태환과 김진수의 합작골로 골 갈증을 해소했다.

후반 중반에는 4-2-3-1 포메이션으로 변화를 통해 권창훈-이재성이 두 번째 골을 생산하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비판 여론 잠재운 벤투호, 결국 결과로 증명하다

2018년 8월 한국 대표팀의 새로운 수장으로 부임한 벤투 감독은 공을 오랫동안 소유하고, 경기를 능동적으로 지배하는 축구를 선호한다. 데뷔전인 코스타리카전부터 밑그림을 그려나간 벤투 감독은 칠레, 파나마, 우루과이 등 피파 랭킹이 높은 중남미 팀들을 상대로 내용과 결과를 잡아내며 호평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벤투호가 처음으로 시행착오를 겪은 것은 밀집 수비를 펼치는 아시아 약체팀들과의 경기였다. 2019 아시안컵에서 필리핀, 키르기스스탄, 바레인, 카타르 등을 상대로 졸전 끝에 8강 탈락에 머물렀다.

이후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서 경기력 부진이 이어지자 외부에서 벤투호를 흔들기 시작했다. 2019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에서 우승을 차지하긴 했지만 확고한 믿음을 주지 못했다.

2020년 불어닥친 코로나19의 변수도 간과할 수 없었다. A매치가 취소됨에 따라 대표팀을 소집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2020년 11월 멕시코전, 지난해 3월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패한데 이어 지난해 9월 이라크와의 월드컵 최종예선 1차전서 무기력하게 비기자 벤투 감독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자신의 축구철학을 고수했다. 지난해 9월부터 1개월 간격으로 A매치 데이 때 대표팀을 소집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서 되면서 선수들도 벤투 감독이 추구하는 전술에 녹아들기 시작했다.

레바논과의 2차전에서 첫 승을 거둔 이후 확연한 오름세로 전환했다. 이 가운데 아시아에서 FIFA랭킹이 가장 높은 이란 원정 경기는 벤투호의 비관론을 완전히 잠재웠다. 상대의 강한 압박에 당황하지 않은 채 볼을 소유하고, 경기를 컨트롤하며 능동적으로 흐름을 이끌었다. 여기에 속도와 강한 압박 전술이 더해지면서 한층 완성도 있는 팀으로 변모했다.

지난해 11월 열린 UAE-이라크전 2연승에 이어 이번 중동 원정 2연전 레바논-시리아를 모두 제압한 벤투호는 2경기를 남겨두고 월드컵 본선행을 조기 확정지었다. 지난 2014, 2018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탈락 위기에 놓이며 고전했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예선은 매우 순탄하게 치러냈다.

특히 1986년 멕시코 대회부터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업적을 이뤄낸 것을 주목해야 한다. 전 세계를 통틀어도 축구 강국 브라질(22회), 독일(18회), 이탈리아(14회), 아르헨티나(13회), 스페인(12회) 등이 보유한 대기록이다.

통산 6번째로 10회 연속으로 월드컵 본선국 대열에 합류한 한국은 오는 11월 22일 개막하는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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