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화드라마 <그 해 우리는>이 최웅(최우식)과 국연수(김다미)의 따뜻한 해피엔딩을 보여주며 막을 내렸다. 25일 밤 방송된 <그 해 우리는> 최종회에서는 긴 시간을 돌고 돌아 재회한 두 커플이 마침내 결혼에 이르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최웅은 국연수에게 함께 유학을 가자고 제안했다. 최웅은 "그동안 내 인생에 한심해보였을 거 안다. 그래서 이제는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보려고. 그런데 니가 꼭 있어야해, 혼자는 못할 것 같아. 너 없으면 안돼"라며 진심을 고백한다. 망설이던 국연수는 "생각해볼게, 그리고 너 한심해보였던 적 한번도 없다"며 최웅을 격려했다.
 
한편 국연수는 장도율(이준혁)에게서도 파리 본사에서 함께 일하자는 뜻밖의 제안을 받는다.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한참 고민하던 국연수는 솔이네에서 최웅을 만나 "나 안가"라며 결론을 밝힌다. 국연수는 "내 인생이 처음으로 좋아지기 시작했어. 내가 살아온 길이 뚜렷하게 보여. 그래서 조금 더 지금을 돌아보면서 살고 싶어"라며 최웅과의 유학도, 파리행도 거절하고 자신만의 길을 선택한다.
 
잠시 침묵하던 최웅은 담담하게 국연수의 결론을 받아들인다. "얼마나 걸릴까 생각했어. 내가 너한테 어울리는 사람이 되려면 얼마나 더 걸릴까 하는 생각"이라며 "너는 내 예상을 뛰어넘을 만큼 멋진 사람인데, 나는 너무나 많은 시간을 낭비해왔잖아. 그런데 나는 이제야 내가 뭘 하고 싶었는지, 원하는지, 그리고 내가 누구인지 보여"라며 그간의 속내를 고백한다. 최웅의 결론은 국연수없이 혼자서라도 유학을 떠나겠다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손을 맞잡고 각자의 선택을 존중하며 진심과 신뢰를 확인했다. 국연수는 "괜찮아 웅아. 다녀와. 그래도 우리 괜찮아"라고 격려했고, 최웅 역시 "오래 걸리지 않을 거야. 변하지도 않을 거고. 꼭 다시 돌아올 거야. 그러니까 나 좀 꼭 기다려줘"라고 당부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얼굴을 응시하며 따뜻한 미소를 보냈다.
 
한편 김지웅(김성철)은 어머니 정경희(박미현)을 용서하고 그녀의 마지막 소원대로 함께 다큐멘터리 촬영을 시작했다. 아이돌 스타 엔제이(노정의)는 데뷔 10주년 다큐멘터리 영상을 통해 최정상 연예인으로서가 아닌 평범한 청춘으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고백하며 공감대를 자아냈다.
 
최웅과 국연수는 장거리 연애를 이어가며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 국연수는 가끔 술에 취하여 최웅을 그리며 눈물을 짓기도 했고, 최웅과 통화로 티격태격하면서도 변함없는 사랑을 지켜갔다. 세월이 흐르고 겨울이 되어 여느 때처럼 전화로 최웅과 이야기를 나누던 국연수는 "사랑해"라는 갑작스러운 고백에 놀라 발걸음을 멈춘다.
 
감격한 국연수는 "그 말 하는데 얼마나 오래 걸렸는지 알아? 이런 건 얼굴 보고 해야지"라며 짐짓 투정을 부린다. 최웅은 "알겠어. 뒤돌아봐"라고 답하고, 뒤돌아본 국연수의 뒤에는 바로 한국에 깜짝 귀국한 최웅이 서 있었다. 최웅은 국연수의 눈앞에서 다시 한번 "사랑해"라며 진심을 고백하고 국연수는 눈물을 흘렸다. 두 사람은 포옹과 입맞춤으로 애틋했던 그리움을 드러낸다.

2년 후 최웅은 유학을 마치고 돌아왔다. 책 기부 행사를 준비하며 서가에서 함께 책을 정리하던 두 사람은 학창 시절을 회상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국연수는 최웅이 책에 무언가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국연수가 뺏아든 책 속에는 바로 최웅이 첫눈에 반했던 학창시절 국연수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최웅은 '사람들은 누구나 잊지 못하는 그 애가 있다고 해요. 그 기억으로 모든 해를 살아갈만큼 오래도록 소중한'이라고 독백한다. 최웅에게 국연수는 바로 그 소중한 첫사랑이었다. 국연수는 그림을 보고 당혹스러워했고, 최웅은 그 손을 잡으며 "결혼하자, 우리"라고 달달한 프러포즈를 전한다.

이어진 에필로그에서는 또다시 다큐멘터리 촬영을 제안받는 최웅과 국연수의 모습이 그려졌다. 두 사람은 "미쳤냐. 우리한테 사생활은 없는 거냐"라고 투덜거리면서도 결국 촬영에 응한다. 카메라 앞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은 "안녕하세요, 최웅-국연수 부부입니다"라는 오프닝으로 행복한 한쌍이 되었음을 보여주며 피날레를 장식했다.
 
<그해 우리는>은 학창 시절의 연인이었다가 헤어진 두 남녀가 수년이 흘러 방송 다큐 촬영 때문에 다시 강제로 재회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청춘 로맨스를 그려냈다. 영화 <마녀>에서 강렬한 액션으로 호흡을 맞췄던 최우식과 김다미가 180도 다른 장르인 로맨스물에서 커플 케미를 선보이는 것으로도 화제가 됐다. 젊은 배우들중 인상적인 필모그래피와 연기력을 보여준 두 배우지만, 조연이 아닌 메인 주인공 커플로 나선 경험은 많지 않은데다 최근 정통 로맨스물이 좋은 성적을 거둔 경우가 드물다는 점에서 기대치가 높지 않았다.
 
하지만 <그 해 우리는>는 방송을 거듭하며 자극적이거나 과장된 설정없이도 현실적이하고 공감대 넘치는 스토리와 캐릭터, 두 남녀주인공의 자연스러운 케미가 빛을 발하며 입소문을 탔다. 시청률은 4%대를 꾸준히 유지하면서 폭발적인 반응은 아니었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완만한 상승세를 탔고, 최종회에서는 전국 5.3% 수도권 5.9%, 순간 최고시청률은 6.8%(닐슨코리아 기준)까지 치솟으며 자체 최고성적으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또한 한국 넷플릭스 TOP 10 콘텐츠에서 1위를 기록하고 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고르게 상위권을 유지하는 등 오히려 국내보다 해외팬들로부터 더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그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드라마는 얼핏보면 헤어진 연인들의 재회, 첫사랑 서사, 4각관계 등 로맨스물의 익숙한 설정들을 반복하는 것처럼 보인다, 접점이 없고 성향도 전혀 다른 두 남녀가 한 달간 방송 다큐 촬영 때문에 강제로 인연을 하며 가까워진다는 설정은, 자칫 작위적으로 보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드라마는 큰 줄기를 이루는 사건에 무게를 두기보다는, 서로 다른 성격을 지닌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며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고 마음속에 스며들어가는 디테일한 감성에 초점을 맞춘다.
 
학창시절 전교 1등이었던 국연수의 현실은 직장인으로서 고단한 일상을 살아가야했다. 꼴찌였던 최웅은 성공한 일러스트레이터 작가가 되어었었지만 정작 국연수와의 이별이 준 트라우마를 여전히 마음에 간직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공통적인 마음속 상처는 자신의 꿈과 다른 현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당당하지 못한 자신에 대한 '열등감'이었다. 또한 남녀주인공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은 대부분 부모와 관련된 상처(입양, 사망 등으로 인한 부재)를 간직하고 있다는 것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본받을 수 있는 이상적인 '역할모델'의 부재로 혼란을 겪고있는 청춘을 상징한다.
 
소심하지만 섬세한 최웅과 당차면서도 여린 면모를 가지고 있는 국연수는 티격태격하지만 서로의 약한 부분을 보듬어주는 친구같은 커플이다. 때로는 찌질하고 비겁해보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현실에서도 사랑에 시행착오를 겪고 이별하는 많은 청춘들의 실제 모습이기도 하다. 두 사람이 성인이 되어 다시 재회하고 가까워지는 모습은, 연애물이라는 외피를 통하여 결국 자기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함께 성숙한 어른이 되어가는 '성장드라마'에 가깝다.
 
<그 해 우리는>는 MZ세대의 한국적인 청춘 로맨스 장르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한다. 극적인 이야기와 갈등보다는 캐릭터의 감정선을 차분하게 따라가는 리얼리티 연애 다큐같은 전개를 통하여, 자칫 감정과잉이 되기쉬운 로맨스 서사를 담백하고 세련되게 전달한다. 드라마속의 다큐라는 설정상, 독백과 나레이션을 적절히 활용하여 현실 청춘의 속마음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명대사들도 자연스러운 공감대를 자아냈다.
 
성공한 로맨스 드라마는 판타지적인 사랑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들의 치유와 성장이 함께 뒷받침되어야 한다. 청춘의 멀고 긴 성장통을 극복하며 다시 사랑을 시작하고 결실을 맺은 최웅과 국연수의 잔잔하고 현실적인 해피엔딩에 많은 시청자들이 공감한 이유일 것이다.
그해우리는 로맨스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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