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팀' 페퍼저축은행이 마침내 연패의 늪에서 탈출했다.

페퍼저축은행은 18일 오후 광주 페퍼스타디움에서 열린 도드람 2021-2022 V리그 여자부 4라운드 IBK기업은행과의 홈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0(25-18, 25-22, 25-21)으로 승리하며 17연패를 끊어냈다.

김형실 감독은 IBK기업은행의 부름을 받고 한국으로 들어온 김호철 감독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고, 김호철 감독의 여자부 데뷔전 때 직접 현장에 방문해 격려를 건네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만큼은 적으로 만난 두 사령탑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페퍼저축은행이 18일 오후에 열린 IBK기업은행과의 홈 경기서 값진 1승을 거두었다.

페퍼저축은행이 18일 오후에 열린 IBK기업은행과의 홈 경기서 값진 1승을 거두었다. ⓒ KOVO(한국배구연맹)

 
IBK기업은행의 연승을 허락하지 않은 페퍼저축은행

IBK기업은행은 직전 경기였던 흥국생명과의 원정 경기서 김호철 감독 부임 이후 첫승을 기록했다. 당시 세터 김하경이 눈물을 흘리는 등 선수단 전체가 모든 것을 쏟아부은 경기였고, 김호철 감독도 선수들에 대한 고마움을 아끼지 않았다.

그 상승세가 광주에서도 이어지는 듯했지만, 연패 탈출에 대한 의지가 강력했던 페퍼저축은행은 결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1세트 초반까지만 해도 상대에 리드를 내줬던 페퍼저축은행이 8-10에서 이한비의 연속 득점에 이어 엘리자벳 이네 바르가(등록명 엘리자벳)의 블로킹 득점까지 터졌다.

1세트 중반 이후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은 페퍼저축은행은 박경현까지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하며 순조롭게 경기를 풀어갔고, 1세트를 손쉽게 따낼 수 있었다. 두 팀이 나란히 20점 고지를 밟고 나서 페퍼저축은행이 상대를 거세게 몰아붙인 2세트 역시 승리로 장식했다.

이제 딱 한 세트가 남은 상황, 오히려 긴장한 쪽은 IBK저축은행이었다. 흥국생명전서 23득점으로 펄펄 날았던 외국인 선수 달리 산타나(등록명 산타나)가 침묵으로 일관했고, 사실상 김희진과 표승주가 팀을 이끌고 있었다.

페퍼저축은행은 3세트 후반 한때 동점을 허용하며 위기를 맞이했으나 21-21에서 연속 4득점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이한비가 오픈 공격을 성공시키는 순간, 웜업존에 있던 선수들까지 모두 뛰쳐나와 연패 탈출의 기쁨을 만끽했다.
 
 이날 양팀 통틀어 최다 득점을 올린 엘리자벳

이날 양팀 통틀어 최다 득점을 올린 엘리자벳 ⓒ KOVO(한국배구연맹)


가능성 엿본 경기, 홈 팬들에게 큰 선물 안겼다

이날 경기 전까지 페퍼저축은행의 최근 승리는 지난해 11월 9일, 공교롭게도 그때 역시 상대가 IBK저축은행이었다. 다만 화성 원정에서 거둔 승리였기 때문에 광주 홈 경기에서만 놓고 보면 첫승이라고 할 수 있다.

승리의 일등공신은 단연 엘리자벳이었다. 서브득점 1개와 블로킹 4개를 포함해 양 팀 통틀어 최다득점(23득점)을 책임졌고, 공격성공률은 42.86%였다. 여기에 감초 같은 역할을 해준 박경현이 11득점으로, 엘리자벳의 부담을 덜어주었다.

특히 개인 기록 만큼이나 눈에 띄는 것은 디그다. 94번의 시도서 79개의 디그를 기록, 어떻게든 공을 살리려고 했던 페퍼저축은행 선수들의 투지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웬만한 공격을 다 막아낸 덕분에 IBK기업은행의 주축 선수들을 꽁꽁 묶었다.

선수들의 물세례로 옷이 흠뻑 젖은 김형실 감독은 만족감을 숨기지 않았다. 김 감독은 "연패 기간 동안 선수들의 열등 의식이 컸다. 선수들이 오늘 각오를 단단히 하고 나온 것 같다"고 선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18일 경기를 끝으로 올스타 휴식기에 돌입, 잠시 숨을 고를 수 있게 된 페퍼저축은행 선수들은 김형실 감독의 결정에 따라 꿀맛 같은 3박 휴가를 받았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 페퍼저축은행이 후반기에는 더 나은 모습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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