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다리 페스타 2021' 포스터

'잔다리 페스타 2021' 포스터 ⓒ 잔다리 페스타 사무국

 
'한국지명유래집'에 따르면, 잔다리는 마포구 서교동 일대를 가리키는 이름이라고 한다. 이 지역에서 한강을 가기 위해서 작은 다리를 건너야 했고, 이 다리를 '잔다리'라고 부른 것에 근거했다. 갑자기 옛 지명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따로 있다. 잔다리는 2012년부터 홍대앞에서 열려온 뮤직 페스티벌의 이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잔다리 페스타'는 경록절 등과 함께 홍대의 명절로 유명하다. 잔다리 페스타는 2012년 10월에 시작된 이후 한국 인디 음악과 라이브 공연 신(scene)을 중심으로 한 쇼케이스형 뮤직 페스티벌을 지향해 왔다. 지금까지 전 세계 뮤지션 1600여 팀이 참여했으며 142개의 공간에서 펼쳐졌다. 

나는 2019년 잔다리 페스타에 참석했다. 국내외의 많은 뮤직 페스티벌을 경험해보았지만, 이곳은 다른 뮤직 페스티벌과 성격이 달랐다. 홍대앞 여러 클럽에서 끊임없이 공연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보물찾기'를 하듯 다양한 공연장들을 돌아녀야 한다. 캐나다의 언더그라운드 힙합 그룹, 대만의 인디 밴드 등의 공연을 보고 있을 때에는 세계 여행과 같은 느낌이 든다.

공연이 전부가 아니다. 공식 쇼케이스, 해외 각 나라 음악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스페셜 쇼케이스,  세계의 라이브 음악과 트렌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컨퍼런스, 오프닝/애프터 파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어 왔다. 자신의 공연을 마친 아티스트들은 다른 아티스트의 공연을 보기 위해 홍대 일대를 돌아다닌다. 관객들 역시 세계적인 음악 산업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술판을 벌이기도 한다. 뮤지션, 음악산업 관계자, 일반 관객이 한 공간에 어우러져 새로운 음악을 접하고, 맥주를 마시며, 서로 소통하며 네트워크가 만들어지는 곳이다.

세계 최고의 뮤직 페스티벌인 '글래스턴베리(Glastobury)'의 메인 프로그래머 마틴 엘본은 잔다리 페스타를 통해 한국을 찾았는데, 이것은 2018년 평화를 테마로 한 'DMZ 피스트레인 뮤직 페스티벌'이라는 이색적 축제가 탄생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뿐 아니라 국내 뮤지션들이 잔다리를 통해 스페인의 대형 뮤직 페스티벌인 프리마베라 사운드 무대에 서기도 했다.

북적이던 홍대 앞을 기억하는 아카이빙

매년 가을 홍대 앞에서 펼쳐졌던 낙원 역시 팬데믹의 영향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지난해 잔다리 페스타는 코로나 19 상황을 고려하여 비대면 페스티벌인 '잔다리 언리얼 2020'을 열었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여전히 세계의 뮤지션과 음악 산업 관계자들이 한국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에 따라 잔다리 페스타는 정상적인 오프라인 페스티벌의 개최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지난 10년의 시간을 기록하는 데에 힘을 집중하고자 했다. 잔다리 페스타는 지난 10년의 역사, 그리고 한국 인디 음악과 라이브 공연씬을 기록한 '잔다리 페스타 리얼북'을 출판할 예정이며, 김경진 음악평론가가 직접 큐레이션에 나선 '잔다리 페스타 포토북' 역시 공개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굿즈를 포함하여 오는 17일까지 텀블벅에서 모금을 진행한다. 

오는 10일에는 오후 10시부터 '네이버 나우'를 통해 지금까지 잔다리 페스타 무대에 올랐던 팀들의 사전 녹화된 쇼케이스 공연과 인터뷰가 방송된다. 잠비나이와 이날치, 이디오테잎, 나인, 지윤해, 코토바, 불고기디스코, 드링킹소년소녀합창단, 스트릿건즈, 까데호, 헝가리 밴드인 몽구즈앤더마그넷(Mogooz and the Magnet), 프랑스의 플레쉬 러브(flèche love) 등이 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단순히 공연뿐 아니라 과거 잔다리 페스타의 기억, 한국 라이브 신, 위기를 겪고 있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할 예정이다. 잔다리 페스타의 공윤영 총감독은 "음악과 관련된 공간, 또는 음악인들이 음악 활동을 유지하도록 한 공간의 의미와 가치를 되돌아보는 계기를 만들고 싶었다"라는 소회를 밝혔다.

16일 밤 8시부터는 홍대 1969에서 잔다리 페스타 10주년을 축하하는 아티스트들의 라이브 무대가 실시간으로 진행된다. 세이수미, CHS, 키라라, 갤럭시익스프레스, 구남 등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이 이 공연에 참여한다.

2020년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홍대 앞 여러 라이브 클럽이 문을 닫았다. 과거 잔다리 페스타에 참여했던 공간인 무브홀, 브이홀, 명월관(MWG), 에반스라운지 등 수많은 공간 역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지난 2년 동안 많은 이들은 페스티벌과 라이브 공연의 감각을 잊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잔다리 페스타의 과거 소환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홍대 앞 공연장에서 사람들이 모이던 시절, 그 시절에 비로소 누군가의 삶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위드 코로나' 시대는 곧 '위드 라이브' 시대가 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힘주어 환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잔다리 페스타 홍대 라이브 클럽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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