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서 엘라이크는 소프 서울(Soap Seoul) 등지에서 플레이하던 DJ 활동기를 거쳐 프로듀서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프로듀서 엘라이크는 소프 서울(Soap Seoul) 등지에서 플레이하던 DJ 활동기를 거쳐 프로듀서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 L-Like

 
엘라이크(L-like)는 소프(Soap Seoul)에서 DJ로 플레이하며 언더그라운드 신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염따, 스프레이 & 블라세(Spray & Blase)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과의 작업에 참여하며 주목받았고  유튜브 기반 뮤직 큐레이션 크루 코지팝(KozyPOP)과 수민, 죠지가 함께한 '아껴줄게'의 프로듀서로 대중에게도 이름을 알렸다.

주목받는 신예 아티스트인 그는 지난 7월 20일 두 번째 EP <올리브(Olive)>를 발표하며 솔로 활동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14일 코로나 19 수도권 4단계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준수하여 엘라이크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프로듀서 엘라이크가 7월 20일 발표한 두번째 EP <올리브(Olive>의 앨범 커버

프로듀서 엘라이크가 7월 20일 발표한 두번째 EP <올리브(Olive>의 앨범 커버 ⓒ L-Like

 
첫 번째 EP <프로세스(Process)>는 소금(sogumm), 큐 더 트럼펫(Q the Trumpet)만 참여했던 것에 비해 EP <올리브>에는 소금, 수민, 서현수, 쿤디판다, CHE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이름을 올렸다. EP로 꽤 많은 숫자인 9곡이 수록되어있기도 하다. 

"처음에는 정규 앨범을 생각했어요. 고민하며 작품을 만들다 보니 하나의 스토리라인으로 이어지기보다는 각 트랙 별로 여러 가지 느낌과 감정을 담은 작품이라는 인상으로 느껴지더라고요. 그 생각과 주변의 조언을 받아들여 EP로 발표하게 됐습니다."

'인스트루멘탈 곡은 소리 그 자체로 이야기를 끌어가고 감정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한 엘라이크는 이번 앨범에서 세 곡의 연주곡 'Harmonic', 'Espresso Build', 'Butterfly'를 수록했다. 해당 곡들은 <올리브>를 이해하는 핵심 노래다. 

"'Harmonic'은 자연 다큐멘터리에 종종 등장하는 저속 촬영 영상을 보고 영감을 받았어요. 나무가 자라나는 모습을 담고 싶었어요. 곡 후반부 '드드드득'하는 소리가 크게 뒤틀리며 위로 솟아오르는 모습을 표현한 거에요. 그렇다고 제목을 'Tree', '나무'라고 하면 이상하니까 (웃음) 'Harmonic'이라고 정했습니다."

"'Espresso Build'의 경우엔 제가 워낙 커피를 좋아해요. 커피를 음악으로 표현하고자 했을 때 가장 먼저 들어온 음료가 에스프레소였죠. 현악기의 트레몰로 주법, 피치카토 주법 등이 내게는 에스프레소를 내리며 층별로 쌓아가는 과정처럼 느껴졌어요. 자주 가는 카페 사장님께 이런 현상을 표현하는 용어가 있나 싶어 여쭤봤는데, 옆 자리 앉아있던 바텐더 분이 '빌드(Build)'라는 단어를 추천해 주셨어요."

"'Butterfly'는 드럼만 나오는 인스트루멘탈 곡에 관심이 많아서 만들고 싶었던 노래에요. 만들자마자 꼭 앨범에 싣고 싶어 간직하고 있었던 곡이었다. 날아오르는 느낌, 예쁜 나비의 하늘하늘 날갯짓보다 무언가 갈망하며 상승하는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올리브>는 9곡의 EP 앨범이지만 선명한 자아 확장의 서사를 담고 있다. 'Harmonic'으로 기지개를 켜고 'Espresso Build'부터 세상을 바라보며, 'Butterfly'를 통해 내면을 추스른 다음 세상에 자신의 날개를 펼쳐 보이는 단계. 이와 같은 짜임새있는 구성이 프로듀서 엘라이크의 앨범을 돋보이게 만드는 으뜸의 요소다.

보컬과 함께한 곡들의 존재감도 상당하다. 소금과 함께한 소소한 곡 '난 좋아'는 공간감 있게 팽창하는 소리가 급격히 미니멀한 보컬 곡으로 연결되는 지점이 흥미롭다. 서현수가 목소리를 더한 '신호등'에는 '터벅터벅', '젖은 머리' 등 사람들이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을 표현하는 가사가 편안하게 이어진다. 내면을 끄집어내는 수민의 '내가 아니면'과 쿤디판다의 'Inside' 역시 인상적이다. 

"코로나 19 팬데믹 상황이다 보니 과거 몸 가는 대로, 생각하지 않고 즐기던 파티의 순간이 그리워졌어요. 작업 과정에서 아티스트에게 곡에 대한 정보를 하나도 주지 않고 느끼는 대로 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죠. 수민과 쿤디 판다 모두 제가 원하던 바를 가사로 너무 잘 표현해 주었어요."
 
 엘라이크가 7월 29일 샤이 아시안(Shy Asian)과 함께 발표한 앨범 <미셸(Michel)>은 고요손 작가의 첫 개인전 '미셸'을 위한 사운드트랙이다.

엘라이크가 7월 29일 샤이 아시안(Shy Asian)과 함께 발표한 앨범 <미셸(Michel)>은 고요손 작가의 첫 개인전 '미셸'을 위한 사운드트랙이다. ⓒ 포크라노스

 
최근 엘라이크는 밴드 바우어의 멤버 샤이 아시안(Shy Asian)과 함께 고요손 작가의 첫 개인전 <미셸(Michel)>의 사운드트랙을 작업했다. 7월 18일부터 31일까지 총 14명의 퍼포머가 참여한 이 전시를 위해 <올리브> 이후 곧바로 작업에 들어가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시시로 움직이는 스토리와 상황에 맞춰 엘라이크는 전시장에서 실제로 회전하는 테이블을 음악으로 풀어낸 'Revolving table', 미셸 공드리 감독의 <무드 인디고>를 참조한 'Graycity' 등을 작업했다. 전시 스토리를 기반으로 작업했지만 엘라이크의 감정을 통해 또 다른 스토리라인을 제시한 것이 인상적이다. 

존 메이어, 알 자로, 데오다토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로부터 영감을 얻는다고 말한 엘라이크는 최근 덴마크 작가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의 말에 감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예술은 한 데 다 같이 모이기도 하지만, 서로 다른 가치관으로 뻗어나갈 수도 있다는 말이 좋았어요." 풍부한 음악 자양분을 바탕으로 자신의 세계를 가꿔나가는 모습에서 <올리브>를 시작으로 더 넓은 세상을 열어갈 엘라이크의 미래를 그릴 수 있었다.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아티스트, 누군가의 시야를 넓혀줄 수 있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제 음악을 통해 좋은 에너지를 전달하고 싶고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도헌 시민기자의 개인 뉴스레터 제너레이트(https://zenerate.glivery.co.kr/p/2260591595165)에도 실렸습니다.
엘라이크 L-LIKE 코지팝 인디 올리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중음악평론가 -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 (2013-2021) - 대중음악웹진 이즘(IZM) 편집장 (2019-2021) 메일 : zener1218@gmail.com 더 많은 글 : brunch.co.kr/@zenerkrepresent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