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방영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록'의 한 장면.

지난 16일 방영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록'의 한 장면. ⓒ CJ ENM

 
16일 방영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록> 111화는 '신묘한 씨앗 사전'이라는 이름으로 꾸며졌다. 한톨의 씨앗이 되어 세상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작은 힘을 보태고 있는 인물들을 만나 그들이 말하는 소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한 것이다. 8년 전 <무한도전> 어린이 PD로 출연했던 대학생, 세상에 온기를 심는 '온기 우체부', 지구의 종말을 대비해 씨앗을 보관하는 창고인 '시드볼트' 근무자 등이 출연해 각양각색 삶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특히 이날 방송 마지막 손님으로 출연한 남수단 출신 의사 토마스 타반 아콧의 이야기는 단순한 흥미를 넘어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그는 2010년 개봉된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마 톤즈>의 주인공이기도 한 고(故) 이태석 신부의 제자로 한국으로 와 의대 공부를 마치고 의사가 된 인물이다. 

의사, 그리고 선생님이었던 '팔방미인' 신부님
 
 지난 16일 방영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록'의 한 장면.

지난 16일 방영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록'의 한 장면. ⓒ CJ ENM

 
토마스는 이태석 신부가 현지 봉사 활동을 펼치면서 만난 수많은 학생 중 한 명이었다. 제대로 된 교실도 없어서 나무 그늘 밑에서 수업을 받아야만 했지만 배움에 목말라했던 수단 어린이들에겐 이마저도 큰 힘이 될 수 있었다. 당시 이태석 신부는 환자 진료, 학교 선생님 역할뿐만 아니라 브라스 밴드를 결성해 음악을 가르치는 일에도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그 시절 신부님에 대해 토마스는 '팔방미인'이란 한마디로 정의했다.

토마스의 말을 빌자면 영어조차 모르는 남수단 사람들과의 소통을 위해 이태석 신부는 현지어인 '딩카어'도 배울 만큼 헌신적으로 봉사활동에 임했다. 그런 신부의 옆에서 미사를 돕고 간단한 통역 일을 하면서 토마스는 조금씩 의사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그리고 토마스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이태석 신부는 "한국에서 공부해볼래?"라고 제안했고 고민 끝에 그는 한국행을 선택했다.

한국에 오자마자 토마스는 투병 중인 신부님을 만났다고 한다. 남수단에서 봤던 것과는 전혀 다른, 무척 수척하고 뼈만 남은 신부님의 모습에 "말도 안 나오고, 눈물도 안 나왔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런 토마스를 보자 이태석 신부는 "잘 왔다"며 밝은 얼굴로 제자를 반겼다고 한다. 본인의 고통은 뒤로 한채 꿈을 키우기 위해 이국 땅을 밟은 토마스를 위해 격려를 아끼지 않은 이태석 신부는 얼마 후 암이 전이 되어 4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한국말 몰랐던 아프리카 소년, 의사가 되다
 
 지난 16일 방영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록'의 한 장면.

지난 16일 방영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록'의 한 장면. ⓒ CJ ENM

 
한국어라곤 고작 단어 3개만 알았던 토마스는 신부님을 보내고 1년간 어학당에서 공부하면서 의대 입시 준비에 돌입했다. 그리고 이태석 신부가 다녔던 의대에 당당히 입학했고 국가고시에 합격해 의사가 됐다.

교육 환경과 시스템이 전혀 다르다보니 토마스는 "한국 학생들보다 100배 정도 공부를 해야 했다"고 말했다. 선배가 작년 자료를 자신에게 주면 미리 예습하고 수업에 임하는 방식으로 학업에 전념했다.

토마스는 하루 3-4시간 정도 자면서 주말도 없이 공부해야 했다고 말했다. 부족한 걸 보충할 수 있는 시간은 주말 뿐이었기 때문이다. "무조건 통과를 해야 했기 때문에 여유가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한 토마스의 이야기는 많은 것을 생각해게 해준다. 

휴식 같은 역할을 맡아준 건 다름 아닌 TV. 한국어 실력이 좋지 못했기 때문에 드라마 등을 보면서 한국어 공부를 했단다. 끈기와 노력으로 자신을 지탱했지만 그런 토마스에게도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어찌할 수 없었다. 문득 "나 여기 왜 있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며 그럴 때마다 마음을 다잡고 이겨냈다고 말했다.

"병원이라는 씨앗을 심겠다" 청년 의사의 꿈
 
 지난 16일 방영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록'의 한 장면.

지난 16일 방영된 tvN '유퀴즈' 온 더 블록'의 한 장면. ⓒ CJ ENM

 
의대 졸업식 날 이태석 신부의 흉상에 학사모를 씌운 후 펑펑 눈물을 쏟았다는 그. 만약 스승이 살아 있었다면 무슨 말을 했을까. MC 유재석의 질문에 토마스는 "그동안 고생 많이 했다, 잘했다 라고 말씀해주셨을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한국에서 의사가 된 것을 기적이라고 말하는 토마스는 고향 남수단에 병원이라는 씨앗을 심고 싶다는 포부를 내보였다. 불과 몇분 거리에 병원이 넘쳐나는 한국과 달리 그곳은 며칠 걸어가야 병원을 볼 수 있기에 병원이 한 곳이라도 더 있으면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을 것이란다.

"남수단으로 돌아간다면 이태석 신부님이 하셨던 일을 하고 싶다. 한국에서 산다면 잘 살 수 있겠지만 신부님이 원하시는 바가 아닐 것이다."

토마스는 스스로를 이태석 신부의 씨앗이라고 말했다. 스승이 남긴 씨앗은 어느새 열매가 되었고 척박한 땅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한 또 다른 씨앗이 되어 줄 것이다. <유퀴즈> 속 아프리카 청년 의사의 소박한 꿈이 현실이 되는 그날이 찾아오길 바라본다. 그리고 그를 마음속으로마나 계속 응원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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