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노회찬, 6411>의 한 장면.

다큐멘터리 영화 <노회찬, 6411>의 한 장면. ⓒ 명필름


"유세하러 가는 차 안에서였나, 방송 대기실이었나 기억은 잘 안나요. 그런데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당신이 꿈꿨던 세상은 아마도 당신이 죽은 후 50년은 지나야 올 수 있을 거라고. 아니 이렇게 기약 없는 일에 삶을 거시는 분라고? 힘들잖아요. 살아 있을 때 이뤄도 시원찮은데, 죽은 뒤 50년을 말씀하시다니. 그때 생각했죠. 이 분은 진짜다." (방송인 이금희, 영화 <노회찬, 6411> 중)

지난 4월 29일부터 한창 진행 중인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화제작 중 하나는 고인이 된 노회찬 의원의 다큐멘터리다. <노회찬, 6411>, 즉 고인이 진보정당 당대표 수락 때 언급한 버스 번호를 붙인 제목이다. 명연설로 남은 그때 그가 언급한 6411번 버스는 이른 새벽부터 해가 질 때까지 노동하는 서민이지만 우리 사회에서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고인의 의지가 투영된 존재기도 하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도 소환될 만큼 노회찬이 한국 정치에 끼친 영향은 크다. 입으로는 대변한다고 하지만 현실 정치에선 쉽게 무시당하기에 십상이던 보통의 노동자들을 온몸으로 껴안고 함께 고민하며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 갔던 노회찬이 이 다큐멘터리 곳곳에 녹아 있었다.

영화는 노회찬의 인천지역 민주노동자연맹 활동 직전부터 진보정당의 창당과정과 분열, 그리고 고인의 죽음 당시와 그 이후를 지인들의 증언을 통해 복기해 나간다. 대중과 거리가 멀어진 운동권 문화, 민주화 항쟁과 투쟁의 결과를 품고 대중 속으로 들어가 진보 대중 정치를 꿈꿨던 그의 발자취를 약 18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 담아냈다. 

노회찬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이 다양하다. 전 보좌관, 함께 운동해 온 동지, 고향 친구 등. 그의 삶을 지켜보고 때로 적극 함께 하거나 그의 선택을 질타하기도 한 장본인들이다. 관점과 생각이 조금씩 다른 이들이지만 공통적으로 말하는 한 가지가 있었다. 노회찬은 참 '좋은 사람'이었다는 사실 말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노회찬, 6411>의 한 장면.

다큐멘터리 영화 <노회찬, 6411>의 한 장면. ⓒ 명필름

 
노회찬은 현재까지 거의 유일하다시피 한 스타 진보 정치인이다. 사회 변화를 꿈꾸고 노동자들, 약자와 소수자의 세상을 꿈꾼다지만 어렵고 경직된 용어와 분위기 속에서 일반 시민들과 거리가 멀어진 진보 정치 가치를 손에 잡히게끔 제시한 인물이 바로 그다. 날카로운 논리와 재치를 섞어 가며 알아듣기 쉬운 말로 진보 정당의 가치를 설파한 그는 결국 정치자금법의 굴레에서 스스로 괴로워하다 안타까운 선택을 한다.

영화는 그의 정치적 활동 혹은 죽음의 이유에 대해 판단하진 않는다. 지인의 증언들로 채우며 관객으로 하여금 판단하게 한다. 국내 다큐멘터리 및 독립영화를 고루 경험한 민환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노무현입니다>로 세상에 노무현식 가치를 알린 제작자 최낙용이 프로듀싱을 맡았다. <노회찬, 6411>은 새로운 시각과 시대 정신을 품은 장편 작품을 지원하는 전주시네마프로젝트 선정작이기도 하다.

영화는 오는 3일, 5일에 걸쳐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다.
노회찬, 6411 전주국제영화제 노회찬 다큐멘터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