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좋은 빛, 좋은 공기> 관련 이미지.

다큐멘터리 영화 <좋은 빛, 좋은 공기> 관련 이미지. ⓒ 반달

 
햇살 좋은 5월은 봄기운이 완연하다. 따뜻하고 적당한 온도의 봄날은 분명 설레고 기쁘게 다가오겠지만 누군가에겐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올 법하다. 바로 광주 민주화 운동 유족들이다. 

지금껏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로 광주 항쟁을 다룬 여러 작품이 있었는데 임흥순 감독의 <좋은 빛, 좋은 공기>는 좀 더 특별하게 기억될 것 같다. 지난 15일 언론 시사회에서 감독이 스스로 밝혔듯 항쟁 당시의 아픔과 사건의 진실을 좇기 보단 남은 사람들에게 시선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지구 반대편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민들의 목소리를 담으며 보다 보편적 시선을 담으려 한 노력이 보인다.

영화는 신군부 세력, 군사 쿠데타로 목숨을 잃은 광주와 부에노스아이레스를 함께 조명한다. 우리와 전혀 연관이 없을 법한 나라인데 비슷한 비극을 겪었다. 권력의 총칼에 스러져 간 사람들, 자식과 가족을 잃고 남은 사람들의 기억 투쟁이 교차로 등장한다. 여기에 더해 앳된 학생들이 당시 사건을 3D 맵핑 기술로 직접 재현해 낸 영상을 가미해 일종의 시각적 새로움을 담보하려 했다.

제목은 두 도시가 품고 있는 사전적 의미를 그대로 따왔다. 빛고을이란 뜻을 지닌 광주, 그리고 좋은 공기라는 뜻을 품은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제목으로 놓고 역사적 아이러니를 강조하려 했다. 인심 좋고 공기 좋은 풍요로웠던 두 도시는 군부 세력에 의해 피로 얼룩졌고, 저항한 시민들은 빨갱이 혹은 정치병자로 몰렸다.

<좋은 빛, 좋은 공기>는 피해자와 유족들에 깊이 들어간 것처럼 보이지만 시종일관 제법 거리감을 유지한다. 옛 전남 도청 건물 복원운동을 벌이는 광주 어머님들과 자신의 가족을 앗아간 권력에 항의하고 진실을 밝히기 위한 5월 투쟁을 이어가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어머님들을 전면에 배치해 놓고 그들의 이야기를 담담히 카메라에 담는다. 어떤 감정적 동요를 위한 극적 구성을 한 게 아니라, 흑백과 컬러 화면을 교차로 제시하면서 영상 예술적 구성을 하려 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좋은 빛, 좋은 공기> 관련 이미지.

다큐멘터리 영화 <좋은 빛, 좋은 공기> 관련 이미지. ⓒ 반달

  
 다큐멘터리 영화 <좋은 빛, 좋은 공기> 관련 이미지.

다큐멘터리 영화 <좋은 빛, 좋은 공기> 관련 이미지. ⓒ 반달

 
그래서 영화를 보다 보면 눈물을 흘리기보다는 오히려 이성적으로 해당 사건과 유족들을 바라보게 된다. 감정적으로 분노하기 보단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시민 중심의 민주화 운동 정신을 깊게 생각하게끔 하려 한 감독의 의도가 읽힌다.

미술 작가이자 영화인인 임흥순 감독은 한국인 최초로 베니스 비엔날레 미술전에서 은사자상을 받으며 그간의 작업을 인정받아 왔다. 역사에 대한 문제의식 또한 꾸준한 그의 관심사다. 그의 장편 영화 데뷔작 <비념>은 제주 4.3을 다뤘고, <위로공단>으론 이름이 거세된 우리 사회의 여성 노동자들을 조명했다. 그밖에도 통일 문제, 이념 문제를 그만의 예술 세계에 녹여 관객과 소통해왔다. 

<좋은 빛, 좋은 공기>는 대한민국에 국한한 것처럼 보인 민주화 정신이 사실은 세계 시민 모두의 것이며 지금도 유효함을 증명하는 작품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 말미 자막을 통해 미얀마 시민들의 항쟁을 지지하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41년 전 광주 사람들은 고립과 외로움과도 싸워야 했다면 21세기의 민주화 운동은 세계적 연대의 움직임이 보인다. 이는 앞서서 싸워온 시민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흐름이 아닌가 싶다. 광주와 부에노스아이레스, 그리고 미얀마로 이어지는 항쟁의 정신이 영화 곳곳에 진하게 녹아 있다.

한줄평: 행동하는 시민, 특히 어머님들의 위대함이 빛난다
평점: ★★★☆(3.5/5)

 
영화 <좋은 빛, 좋은 공기> 관련 정보

감독: 임흥순
제작: 반달
배급: 엣나인필름
러닝타임: 110분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21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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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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