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오랜만에 골맛을 보고도 팀 패배로 웃지 못했다. 경기중 상대 선수에게 가격을 당했고, 경기장 밖에서는 팬들에게 인종차별까지 당했다. 가뜩이나 토트넘의 부진으로 팀분위가 뒤숭숭한 상황이라 씁쓸하지 않을 수 없었다.  

토트넘은 12일(한국시간) 영국 런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2020-21시즌 프리미어리그(EPL) 31라운드 경기에서 1-3으로 패했다. 토트넘은 맨유전 패배로 14승7무10패(승점 49점)의 성적으로 리그 7위를 기록하게 됐다. 2위 맨유는 18승9무4패(승점 63점)를 기록하게 됐다.

손흥민이 이날 부상 복귀 두 번째 경기 만에 선발출장하여 득점포까지 가동한 것으 그나마 위안이었다. 하지만 손흥민의 득점에도 불구하고 토트넘은 후반에만 내리 3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후반 12분 프레드에 동점골, 34분 에딘손 카바니에게 역전 결승골을 내줬고 추가시간에는 메이슨 그린우드에게 쐐기골까지 허용하며 무너졌다. 4위 웨스트햄(승점55)과 승점 6점차를 좁히지 못한 토트넘에 다음 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주어지는 톱4 진입에 빨간불이 켜졌다.

손흥민은 경기 안팎으로 수난까지 당했다. 전반 36분 손흥민은 볼 경합 상황에서 맨유 맥토미니에게 얼굴을 가격당하여 한동안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그 사이 맨유는 포그바의 패스를 받은 카바니의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주심은 VAR 판독 결과 이전 상황에서 맥토미니의 반칙을 지적하며 맨유의 선제골을 취소했다.

이 장면은 전문가와 축구팬들 사이에서도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일각에서는 맥토미니에게 퇴장 판정이 내려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맥토미니가 팔을 휘두르다 볼을 경합하던 손흥민의 얼굴을 가격했다. 맥토미니는 이미 이전에 경고를 한 장 받은 상황이었기에 손흥민을 가격한 행위로 추가 옐로카드를 받았다면 퇴장당했을 것이고, 경기의 흐름도 전혀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다.

반면 맥토미니의 동작이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있었다. 손흥민이 먼저 맥토미니를 저지하기 위하여 팔을 붙잡으려고 했고 맥토미니는 뿌리치려는 상황이었기에 축구에서 자연스러운 동작이며 파울이 아니라는 것이다.

맨유 감독의 비아냥, 인종차별 메시지까지

경기 후 올레 군나르 솔샤르 맨유 감독은 손흥민의 이름(SON)까지 빗대 내 아들이 3분 동안 누워 있고 자신을 일으키려 10명의 친구가 도와야만 하는 상황을 연출했다면 난 아들에게 어떤 음식도 주지 않을 것"이라며 비난했다. 손흥민의 행동이 할리우드 액션이었다는 뉘양스의 비아냥이었다. 이에 대해 무리뉴 감독은 "손흥민 아버지가 좋은 사람이라 다행"이라며 반격했다.

심지어 이 문제는 장외에서 더 큰 논란의 불씨를 초래하고 말았다. 경기 후 일부 맨유 현지팬들이 손흥민의 SNS에 찾아와 노골적인 인종차별 메시지를 남긴 것. 솔샤르 감독의 발언을 근거로 손흥민이 할리우드 액션을 했다며 '다이버'라고 비난하는가하면, '개고기' '군대' '눈이 작은 동양인' 등 인신공격성 메시지도 쏟아졌다. 결국 토트넘 구단은 공식발표를 통하여 손흥민에 대한 인종차별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프리미어리그 사무국과 함께 조사에 나설 것이라 예고했다.

인종차별은 유럽축구계와 영국 사회에서도 오랜 문제로 지적되어 왔고, 최근 코로나19 사태 이후로는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 범죄가 더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EPL도 'Say No to Racism'(인종차별에 반대)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분위기에서 손흥민에게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은, 개인의 문제을 넘어 EPL의 수치라고 할 수 있다.

손흥민과 토트넘 모두에게 힘든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토트넘은 올 시즌 각종 대회에서 줄줄이 탈락하며 무관의 위기에 몰려있다. 사령탑 무리뉴 감독은 이날 맨유전 패배로 지도자 커리어 최초로 단일 시즌 리그 두 자릿수 패배를 당했다. 주축 선수들과의 불화설까지 이어지며 무리뉴 감독이 시즌을 완주하지 못하고 경질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한 토트넘이 만일 리그에서 올 시즌 톱4 진입마저 실패할 경우 에이스 해리 케인을 비롯한 핵심 선수들이 줄줄이 이적을 추진하는 엑소더스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손흥민 역시 계약기간이 남아있음에도 최근에만 바이에른 뮌헨-유벤투스는 여러 명문구단들에 이적설이 오르내리기도 했다. 안팎으로 내우외환에 휩싸인 토트넘과 불투명한 미래에 놓인 손흥민의 운명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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