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발매된 아이유의 5집 정규앨범 <라일락(LILAC)>은 발매와 동시에 음반 및 음원 차트를 동시 석권하며 최정상 인기의 절정을 과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20대의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는 아이유가 다양한 분위기의 곡들로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어 4년 만에 공개된 정규 앨범을 향한 팬들의 관심과 사랑 또한 뜨겁다.

수록 트랙 대부분이 차트 상위권에 포진한 가운데 더블 타이틀 곡 '라일락'과 'Coin(코인)', 선 공개 음원 'Celebrity(셀러브리티)'는 가장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앨범과 같은 제목의 '라일락'은 발매되자마자 모든 음악 사이트 음원차트 1위를 독식하며 '음원 퀸' 아이유의 위상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 곡은 70~80년대 유행했던 펑크(Funk)와 디스코(Disco) 사운드가 충만한 레트로 음악으로 4명의 작곡가가 참여했고, 아이유가 노랫말을 썼다. 작곡 영역 중 멜로디 라인을 담당한 닥터 조(Dr. JO)는 기자와 작년 3월 인터뷰를 했던 인물이다(<트와이스부터 마마무까지... '의사 작곡가' 닥터 조의 바람> http://omn.kr/1nfdr).

병을 치료하는 의사이자 음악을 만드는 작곡가로서 살아 온 그. 멜로디와 가사를 쓰는 창작활동 13년 만에 음원사이트 정상에 오른 곡을 쓴 주인공이 됐다.

자신에게 벌어진 현상이 여전히 실감나지 않지만, 함께 작업했던 동료 작곡가들, 아이유와 프로듀서 등 모든 관계자에게 감사하며 가족과 친구, 회사 식구들과도 기쁨을 나눌 수 있어 행복하다는 작곡가 닥터 조. 지난 인터뷰 후 만 11개월 만에 만난 그의 얼굴은 상기돼 있었다. 

아이유의 새 음반과 디지털 앨범이 발매된 다음 날 오후 3시 서울 강동구 성내동에 위치한 소속사 JYP퍼블리싱 사무실에서 '의사 작곡가' 닥터 조를 인터뷰했다. 

아이유가 발표한 신곡 '라일락' 작곡가로 다시 만난 닥터 조
 
 음원차트 석권한 아이유 '라일락'의 공동작곡가 닥터 조

음원차트 석권한 아이유 '라일락'의 공동작곡가 닥터 조 ⓒ JYP퍼블리싱

 
- 오랜만이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변화를 줬던 시기였다. 작년 말 계약 기간이 만료돼 몸담았던 병원을 그만두고 음악작업에 몰두했다. 두 가지 일을 병행하는 게 점점 힘들게 느껴졌다. 여러 데모 음원과 가사작업을 해 회사를 통해 의뢰를 해왔지만 안 된 경우가 더 많았다. 그래서 우선적으로 음악에만 집중하자는 연초 계획을 실천하고 있다."

- 그 사이 어떤 작품 활동을 했나.
"여러 작품을 발표하지는 못했다. 작년 8월에 나왔던 있지(ITZY)의 EP <낫 샤이(Not Shy)>의 수록곡 '라우더(Louder)'의 작사가로 참여했고, 1월 중순에 발매된 유빈씨의 '향수(Perfume)'란 노래의 작곡과 편곡을 했다. 그 곡의 노랫말은 유빈씨와 함께 썼고, 어제 공개된 아이유씨의 정규 앨범 <라일락(LILAC)>의 동명 타이틀 트랙 '라일락'의 공동 작곡가로 작업을 했다."

- '라일락'은 발표된 후 모든 음악 사이트 음원차트 1위에 올랐다. 소감은?
"인터뷰를 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내게 일어난 일인지 싶다. 여전히 꿈만 같다.(웃음) 아이유란 최정상 아티스트의 앨범에 내 이름을 올릴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행운인데, '코인(Coin)'이란 노래와 공동 타이틀곡으로 정해져 더욱 기쁘다."

모든 음원차트 석권, 함께한 작곡가들과 기쁨 나눠
 
 음원차트 석권한 아이유 '라일락'의 공동작곡가 닥터 조

음원차트 석권한 아이유 '라일락'의 공동작곡가 닥터 조 ⓒ JYP퍼블리싱

 
- 타이틀곡이 될 줄 알았나?
"음반과 음원 발매 직전에야 알게 됐다. 요즘은 대부분 회사가 작품에 관한 정보가 사전에 누설되지 않도록 발매 전까지 철저히 한다. 앨범제목과 동일해 타이틀 음악으로 선정될 수 있지 않을까 나름 기대는 했다.(웃음) 어제 저녁 6시에 공개돼 모든 음악 사이트 실시간 음원차트 1위에 오른 후 축하 연락을 많이 받았다. 감사할 따름이다."

- 다른 3명의 작곡가들과 협업을 했다.
"그렇다. '라일락'의 트랙(반주)부분은 임수호·웅킴·N!ko 세 작곡가님들의 작업으로 구성됐고, 나는 곡의 멜로디 라인을 담당해 한 곡을 완성해 냈다. 멋진 협업의 결과로 좋은 작품이 나와 뿌듯하다."

- 어떤 계기로 참여하게 됐는지?
"작년 여름 싹쓰리의 '그 여름을 틀어줘'를 만들었던 심은지 작곡가의 추천이 그 시작이었다. 이번 <라일락> 앨범의 음악 프로듀싱을 한 이종훈 프로듀서와 두 분이 선후배 관계다. 3년 전 유빈씨가 발표했던 <숙녀>란 곡을 만든 사람이 나였던 것을 알고 지난해 12월 초 연락을 직접 주셨다. 70~80년대 인기가 많았던 펑키하면서도 리듬감 넘치는 댄스 팝 스타일의 곡을 수록할 계획이 있고, 곡의 멜로디 작업에 참여해 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 큰 기회일 수 있지만, 심적 부담도 있었을 것 같다.
"당연할 수밖에 없다. 우선 해보겠다고 말했지만, 제의 후 처음 만들었던 선율은 정말 최악이었다. '잘해야 한다!'는 압박이 심했다. '포기해야겠다!'라고 결심하고 욕실에서 샤워를 하는데, 찰나의 순간 지금 '라일락'에서 들을 수 있는 주요 멜로디라인이 떠올랐다. 이후에 30개가 넘는 변주된 버전을 보냈고, 결국 한 곡이 완성될 수 있도록 역할을 조금이나마 한 것 같다."

여성 뮤지션들과의 음악작업, 작곡가 닥터 조 알리는 기회 돼

- 나중에 아이유와 곡 작업을 함께 할 일이 생긴다면?
"다양한 분위기의 노래들이 이번 앨범에 수록돼있다. 만약 내게 그런 일이 또 주어진다면 아이유란 뮤지션이 지금껏 해보지 않은 스타일의 곡을 써보고 싶다."

- 아이유·유빈·있지·에이핑크 등 여성가수(그룹)와의 작업이 유독 많았다.
"그런가?(웃음) 굳이 여성 아티스트들과의 작업만을 고집했던 건 아니지만 1~2년 사이 곡 또는 가사가 내가 원하는 만큼 나왔던 것은 맞다. 앞으로 남성 음악인들을 위한 노래도 잘 만들 수 있으니 연락 많이 주셨으면 좋겠다.(웃음)"

- 레트로 팝·댄스 계열 전문 작곡가로 인식된다면?
"음악계에서 그런 평가를 내게 해준다면 감사할 따름이다. 전문작곡가로서 인정받고 있어 다행이란 생각도 있지만 그 틀 안에 갇혀 있고 싶지는 않다. 여러 음악적 시도를 해보고, 다양한 곡을 세상에 내놓는 창작자의 길을 가려한다."

- 음원차트 1위곡을 만든 작곡가 대열에 올랐다.
"함께 기쁨을 나눌 수 있는 공동 작곡가들이 있어서 더 좋다. 앞부분에서 말한 것처럼 여전히 실감이 안 나고 내 일 갖지도 않다. 꾸준히 창작활동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곡 의뢰가 들어왔으면 하는 예전부터의 바람은 변함이 없다."

아이유의 '라일락', 작곡가로서의 인생 2막을 여는 노래

- 청하와 있지에 곡을 주고 싶다고 이전 인터뷰에서 답했었다.
"맞다. 기억이 난다. 있지 팀과는 작업을 했으니 소원의 반은 이뤘다.(웃음) 1년 사이 생각이 바뀌어 이제는 음악이란 공감대로 같이 할 수 있는 뮤지션이라면 어느 누구든 환영한다."

- 작곡가로 품었던 꿈은 이뤄나가고 있는지?
"1막을 끝내고 2막을 시작하는 느낌이다. 수년간 쌓았던 커리어들이 토대가 돼 감사하게도 작가로서 한 단계는 올라 온 심정이다. 어떤 미래가 펼쳐질 지 장담할 수 없기에 겸손하고 성실한 마음가짐으로 잘 해 나가려 한다. 오랫동안 활동할 수 있는 음악인의 꿈, 이제 다시 시작이다."

- 후배 창작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자신이 곡을 쓸 수 있도록 정신적·육체적·경제적 여건을 어느 정도는 갖춘 후 이 길을 걸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히트메이커가 되는 것, 정말 힘든 과정이고 보장도 없다. 음악과 완전 다른 취미생활을 하거나 기분전화를 할 수 있는 여가를 즐기는 것도 좋다고 본다. 또한 장시간 견딜 수 있는 체력도 중요하고, 무명생활을 버텨낼 수 있는 금전의 여유도 필요하다."

- 끝으로 올해 활동계획 알려 달라.
"일본출신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수활동을 하고 있는 여성뮤지션 유키카(YUKIKA)의 첫 EP에 담긴 '비밀리에'란 노래가 내 작품이다. 4월 7일 발매된다고 하니 많이 들어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좋은 곡들 발표해 보답하는 2021년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잘 하고 싶다."
닥터조 아이유 라일락 의사작곡가 음원차트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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