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영화 포스터

▲ <리스타트> 영화 포스터 ⓒ 콘텐츠판다


매일 아침 7시가 되면 똑같은 방식으로 공격하는 정체 모를 킬러들과 싸워야 하는 로이(프랭크 그릴로 본). 특정한 하루가 무한하게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킬러들과 싸우다 12시 47분 이상을 못 넘기던 그는 벤터(멜 깁슨 분) 대령이 지휘하는 연구소에서 의문의 기계 '스핀들'을 연구하던 전 부인 젬마(나오미 왓츠 분)가 남긴 단서를 기억하게 된다. 젬마와 아들을 구하기 위해 로이는 벤터 일당을 향한 반격에 나선다.

'타임루프(Time Loop)'는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SF의 하위 장르로서 주인공이 특정한 시간대를 반복하게 되는 상황을 플롯의 기본적인 뼈대로 삼는다. 소설론 켄 그림우드의 <리플레이>와 츠츠이 야스타가의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유명하다. 영화에선 <사랑의 블랙홀>(1993)이 타임루프물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최근엔 SF <엣지 오브 투모로우>(2014), 호러 <해피 데스데이>(2017), 미스터리 < 7번째 내가 죽던 날 >(2017), 로맨틱 코미디 <팜 스프링스>(2019) 등 다양한 장르가 입혀진 타임루프 작품이 나오며 인기를 구가하는 중이다.
 
<리스타트> 영화의 한 장면

▲ <리스타트> 영화의 한 장면 ⓒ 콘텐츠판다


영화 <리스타트>는 무한한 시간에 갇힌 남자가 아내와 아들의 소중함을 깨닫고 자신을 죽이려는 킬러들에 맞선다는 내용을 그린다. 메가폰은 <나크>(2002), <스모킹 에이스>(2007), <A-특공대>(2010), <더 그레이>(2012)를 연출하고 <나쁜 녀석들: 포에버>(2020)의 각본과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파이트월드>(2018) 제작에 참여한 조 카나한 감독이 잡았다. 그는 <리스타트>가 "액션뿐만 아니라 코미디, 드라마까지 녹여져 있는 점"에서 다른 타임루프 소재 작품들과 차별화된다고 설명한다.

<리스타트>는 액션으로 해석된 타임루프 영화답게 카체이싱을 비롯해 맨손 격투, 칼싸움, 총격전 등 거의 모든 종류의 액션 시퀀스가 쉴 새 없이 쏟아진다. 십여 명에 달하는 암살자들은 칼, 총, 폭탄 등 각기 다른 무기를 활용하여 로이를 노린다. 영화는 로이와 킬러가 벌이는 싸움에 코미디를 섞어 만화적 과장법을 꾀한다. 진지함과 장난기를 넘나드는 로이 캐릭터는 똘끼 충만한 슈퍼히어로가 등장하는 <데드풀>(2016)을 연상케 한다.
 
<리스타트> 영화의 한 장면

▲ <리스타트> 영화의 한 장면 ⓒ 콘텐츠판다

 
타임루프 영화의 반복 구조는 게임과 비슷하다. 외계 종족에 침입에 대항하여 죽음과 부활을 반복하며 끊임없이 전투를 벌이는 주인공이 나오는 <엣지 오브 투모로우>는 아예 게임의 내러티브를 전면에 내세웠을 정도다. 

<리스타트>는 오프닝 장면을 1980년대 8비트 게임을 떠올리게 하는 화면과 사운드로 꾸몄다. 게임의 문법을 따르겠다는 선언이다. 로이가 '컨티뉴(<리스타트> 프로젝트가 시작할 당시 붙여진 이름)'를 반복하며 킬러들을 하나둘 제거하며 '보스 레벨(<리스타트>의 원제)'까지 가는 과정은 게임의 공략을 빼닮았다. 공략 횟수가 늘어날수록 로이가 발전하는 설정을 액션 영화로서 더 강해지는 '게임 캐릭터'와 가족 영화로서 더 나아지는 '남편과 아버지'란 두 가지 성장으로 조명하는 영리함도 보여준다.

극 중엔 1980년대 오락실 게임을 즐기는 로이의 아들이 <스트리트 파이터 2>, <수왕기>, <더블 드래곤> 등 당시 최고 인기를 구가하던 게임을 언급하는 대목도 나온다. 3편의 게임은 단순한 언급일 수도 있지만, 킬러 캐릭터(스트리트 파이터 2), 스테이지 전개 방식(더블 드래곤), 자주 잘리는 머리(수왕기)로 연결한 건 아닐까 하는 상상도 든다.
 
<리스타트> 영화의 한 장면

▲ <리스타트> 영화의 한 장면 ⓒ 콘텐츠판다


로이 역할로 분한 배우 프랭크 그릴로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2014),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에서 쉴드의 '스트라이크 팀'의 팀장이자 '하이드라'의 행동대장 크로스 본즈 역으로 친숙하다. <리스타트>에서 몸을 사라지 않는 액션을 선보인 프랭크 그릴로는 최근 액션 장르의 간판인 리암 니슨, 크리스 헴스워스, 제라드 버틀러, 키아누 리브스, 드웨인 존슨과 다른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액션 아이콘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프랭크 그릴로와 다섯 차례나 호흡을 맞춘 조 카나한 감독은 "프랭크 그릴로를 위해 대본을 상세히 썼다"며 "그를 위해 장면을 맞춤 제작했기 때문에 영화 속에서 끝내주는 연기를 펼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액션 연기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조 카나한은 로이가 캡틴 아메리카의 명대사 "하루 종일 할 수도 있어"를 패러디하고 영화 작업을 함께한 리암 니슨을 언급하는 농담을 던지는 장난도 친다.
 
<리스타트> 영화의 한 장면

▲ <리스타트> 영화의 한 장면 ⓒ 콘텐츠판다

 
<리스타트>는 각본상으로 설명이 미흡한 구석도 있다. 악당의 음모는 독창적이지 않으며 캐릭터 개발은 약해서 멜 깁슨, 나오미 왓츠, 켄 정, 양자경 등 할리우드 스타들을 제대로 활용하질 못한다. 할리우드론 중급 규모인 4천 5백만 달러로 제작된 탓에 규모와 CG엔 아쉬움을 남긴다. 

<리스타트>의 장점은 단순한 즐거움이다. <사랑의 블랙홀>(타임루프와 그 속에서 깨달음을 얻는 주인공)과 <존 윅>(자신을 죽이려는 무수한 킬러 에 맞서는 상황) 시리즈가 만난 <리스타트>는 액션 영화 팬들을 위한 재미로 가득하다. 게임 팬들이 느낄 향수와 애정도 넘친다. 코로나19의 우울함을 날려버리기엔 안성맞춤인 B무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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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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