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헌터> 영화 포스터

▲ <몬스터 헌터> 영화 포스터 ⓒ 소니픽처스코리아


흔적도 없이 사라진 부대원들을 찾기 위해 파견된 UN 합동 보안 작전부 소속 대위 아르테미스(밀라 요보비치 분)는 수색하던 중 갑작스러운 모래폭풍과 번개에 휩쓸려 다른 차원의 '신세계'로 떨어진다. 그곳에서 믿을 수 없을 만큼 강력하고 거대한 몬스터들의 공격을 받으며 부대원들이 하나둘 사망한다. 유일한 생존자가 된 아르미테스는 몬스터 헌터(토니 자 분)의 도움을 받아 원래의 '현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몬스터들에 맞서기 시작한다.

1993년 최초로 게임을 실사화한 영화 <슈퍼 마리오>이래 <스트리트 파이터>(1994), <모탈 컴뱃>(1995), <던전 드래곤>(2000), <툼 레이더>(2001), <레지던트 이블>(2002), <하우스 오브 더 데드>(2003), <사일런트 힐>(2006), <히트맨>(2007), <맥스 페인>(2008), <페르시아의 왕자: 시간의 모래>(2010), <니드 포 스피드>(2014), <워 크래프트: 전쟁의 서막>(2016), <어쌔신 크리드>(2016), <램 페이지>(2018), <명탐정 피카츄>(2019), <슈퍼 소닉>(2020) 등 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들은 꾸준히 제작되는 중이다. 하지만 몇몇 작품을 제외하곤 대체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으며 흥행 성적도 안 좋았다. 영화 제작진의 원작 게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영화의 짧은 러닝 타임 안에 게임의 긴 스토리를 넣는 각색 과정이 부실했던 탓이다.

폴 앤더슨 감독은 상업적 성공과 관객의 호평 모두를 거머쥔 <모탈 컴뱃>과 전 세계에 좀비 신드롬을 일으키며 12억 불 이상의 흥행 성적을 거둔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를 통해 '인기 게임의 영화화를 가장 성공적으로 이룬 감독'이란 평가를 받는다. 그의 신작 <몬스터 헌터>(2020) 역시 일본의 게임회사 캡콤사가 발매한 동명의 게임 시리즈를 원작으로 삼는다. 2008년 처음 <몬스터 헌터> 게임 시리즈를 접한 폴 앤더슨 감독은 "게임의 이미지, 풍경, 그리고 몬스터들에 푹 빠졌다"며 "게임을 하며 수많은 요소를 상상하기 시작했다"고 영화화를 결심한 배경을 설명한다.
 
<몬스터 헌터> 영화의 한 장면

▲ <몬스터 헌터> 영화의 한 장면 ⓒ 소니픽처스코리아

 
<몬스터 헌터>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신세계'에 간 아르테미스 대위가 '몬스터 헌터'라 불리는 전사들의 도움을 받아 거대 몬스터들과 싸워 '현세계'로 돌아오는 내용이 전부다. 각본은 다른 두 세계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등 (영화 나름의) 논리적 설명엔 관심조차 없다. 아르테미스가 휘두르는 검은 왜 불을 내뿜는지에 대해 의문을 가져선 곤란하다. 각본은 인간과 거대 몬스터 간의 '대결'을 보여줄 최소한의 구실만 제공할 뿐이니까 말이다.

<오즈의 마법사>의 단순화된 판타지 액션 버전 같은 <몬스터 헌터>는 내용보다 볼거리에 치중한다. 가장 큰 볼거리는 단연 거대 몬스터들이다. 사막에 서식하며 거대한 날개를 활용해 압도적인 스피드로 땅속을 이동하는 '디아블로스', 어둠 속에서 활동하며 날카로운 발톱과 독이 있는 침으로 먹잇감을 사냥하는 '네르스큐라', 하늘을 날며 절대 뚫을 수 없는 비늘과 화염을 내뿜는 '리오레우스' 등 게임의 거대 몬스터는 CG의 힘을 빌려 영화의 거대 몬스터로 새롭게 태어났다. 영화는 리얼리티를 더하기 위해 스튜디오와 그린 스크린을 활용한 촬영은 최소화하고 대부분을 실제 로케이션으로 찍었다는 후문이다.

동서양의 액션 영화 아이콘의 만남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에서 좀비들에 맞서 인류를 구원하는 역할을 맡았던 밀라 요보비치가 분한 '아르테미스'는 군인답게 맨손 격투부터 소총, 기관총, 단검 등의 다양한 무기를 자유자재로 다룬다. <옹박> 시리즈에서 리얼한 액션을 선보였던 토니 자는 '몬스터 헌터' 역할을 맡아 뛰어난 무술 실력뿐만 아니라 대검과 거대한 활을 이용한 액션까지 보여준다. 다른 언어를 쓰는 두 사람이 티격태격하다가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는 과정이 주는 버디 무비의 재미도 상당하다. 이 외에 '제독'으로 등장하는 배우 론 펄먼은 짧은 분량에서도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몬스터 헌터> 영화의 한 장면

▲ <몬스터 헌터> 영화의 한 장면 ⓒ 소니픽처스코리아

 
폴 앤더슨 감독이 연출을 맡은 <이벤트 호라이즌>(1997)과 제작에 참여한 <팬도럼>(2009)은 <에이리언> 시리즈의 영향 아래 있다. 그가 <에이리언 VS. 프레데터>(2004)의 감독을 맡은 건 우연이 아니다. <몬스터 헌터>에서도 네르스큐라에 잡힌 아르테미스가 눈을 떴을 때 마주하는 광경과 연출은 <에이리언> 시리즈의 것을 그대로 가져온 느낌이다. 전투 장면의 연출도 <에이리언> 외에 <프레데터>(1987) <불가사리>(1990), <스타쉽 트루퍼스>(1997)를 연상케 한다. 폴 앤더슨 감독이 게임 <스타 크래프트>의 실사판을 만든다면 상당히 멋진 작품을 만들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스친다.

캐릭터와 이야기보단 볼거리와 액션의 쾌감에 우선하는 <몬스터 헌터>는 "현실을 잊게 만드는 엔터테이닝 무비(Bloody Disgusting)"다.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를 비롯해 <모탈 컴뱃>, <이벤트 호라이즌>, <솔저>(1998), <에이리언 VS. 프레데터>, <데스 레이스>(2008), <삼총사 3D>(2011) 등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줄곧 장르적 재미를 추구한 폴 앤더슨의 스타일은 변함이 없다.

반면에 문제점도 다분하다. 게임의 고증이나 각본의 완성도를 떠나 <몬스터 헌터>는 인종 차별적 요소가 문제다. 중국에서 상영 금지 조치를 부른 특정 대사(현재 우리나라 상영판엔 인종 차별 대사가 들어간 장면이 삭제되었다)나 아르테미스(백인)가 준 초콜릿을 먹고 좋아하는 몬스터 헌터(동양인)를 묘사하는 대목은 가벼이 넘어가기 어렵다. 분명 동양인의 입장에선 불쾌할 수밖에 없는 '차별'이다. 폴 앤더슨 감독이 다음 작품에선 인종 차별 요소를 검수하는 데 더욱 노력을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처음 영화를 만들었던 1990년대엔 문제가 안 되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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