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한 두 분이 만나서 재혼할 결심으로 한 번 지내보자. 또 실수를 할 수 없으니, 재혼 전엔 저런 과정이 보이는구나. 시청자들에게 보여주는 그런 것도 있을 거 같아서. 그런 부분까지 편하게 말씀하실 수 있으신지..."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 한 장면.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 한 장면. ⓒ TV조선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 제작진이 출연자인 김동성과 그와 재혼을 고려중이라는 여자 친구 인민정에게 물었다. '우리 재혼해도 될까요?(특별편)'를 제작한 제작진의 의도가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제작진은 이러한 편집과 자막을 통해 지난해 10월 김동성과의 첫 만남 이후 11월 말 두 번째 촬영에서 출연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네, 그럼요"라는 여자 친구의 대답 이후론 일사천리였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달릴 악플을 걱정해줬고, 여자 친구는 "(각종 사건사고가) 본인은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라며 "나라도 오빠를 지켜 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등장한 것은 김동성의 모친이었다. 아들을 걱정하는 마음이었는지, 김동성의 모친은 조심스레 방송 출연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근래 들어 사건사고로 인해 뉴스에 출현하는, TV에 등장하는 아들의 모습을 보며 마음고생이 심했다는 토로와 우려가 이어졌다. 진행자들은 안타깝다는 듯 "아..."하는 탄성을 연발했다.

그러자, 김동성은 TV 출연 결정이 "출연료가 나오니까 아이들 양육비를 충당되니까"라며 "그것 때문에 방송을 하는 이유도 있고"라고 말했다. 더 이상 양육비가 밀리지 않는 것을 넘어 향후 아이들의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이 방송 출연의 목적 중 하나라는 설명이었다.

지난 1일 방송된 <우리 이혼했어요>는 이렇게 '배드파더스' 등재 등 김동성의 사건사고를 감출 의도가 없어 보였다. 뒤이어 김동성이 어떻게 돈을 벌고, 재혼을 위해 여자 친구와 어떤 미래를 꿈꾸고 있으며, 이를 위해 김동성이 일상에서의 시선을 비롯해 어떤 고난을 감내하고 있는지를 '리얼'하게 보여줬다.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 한 장면.

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 한 장면. ⓒ TV조선

 
사랑하는 남자친구를 걱정하는 여자 친구의 눈물도 여지없이 등장했다. 여기에 진행자들은 여성이 연상이고 남성이 연하인 재혼 비율이 높아지는 추세라는 등 재혼의 긍정성을 부각시키는 대화로 일종의 추임새를 넣기 바빴다.

이러한 편집이 가리키는 초점은 명확했다. 사건사고의 중심이었던 '한때 국민영웅' 김동성의 재활 프로젝트 말이다. 특히 분량 초반, TV 출연 결정 중 하나가 양육비를 고려한 결정이었다는 김동성의 말은 강력한 감정적 동기로 작용하고 있었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양육비를 주기 위해 TV까지 나왔을까 하는 동정의 유발 말이다.

그런데 방송 이후, 김동성의 전처라고 밝힌 A씨가 방송 내용을 반박하고 나섰다. <우리 이혼했어요>란 형식 자체가 지닌 함정이 제작진으로부터 섭외를 받았다는 '리얼 월드'속 출연자의 전처를 통해 부각되는 순간이었다.

반박에 이은 재반박

"이제 저는 또 애들에게 어떠한 말로 위로를 해줘야할지... 이 엄마가 속상할까봐 기사를 봐도 내색도 하지 않고 속으로 겹겹이 쌓아두는 아이들입니다. 제 선택 때문에 우리 아이들까지 힘드는 걸 보는 게 제일 가슴이 아파요.

이제 이혼한지 2년이 넘어가고 있어서 아이들과 저 어느 정도 안정기가 찾아왔는데 아이 아빠의 행동 때문에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아요. 재혼은 너무 축하해주고 싶어요. 내일부터 저는 애들이 기사를 봤나 안 봤나 눈치게임을 시작으로 상황을 설명해 줘야 해요. 부디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근데 방송은 두 번 다시 안 나왔으면 좋겠네요."


자신도 <우리 이혼했어요>의 출연 요청을 받았지만 아이들이 "우리들의 엄마로만 살아주세요"란 한 마디에 거절의사를 밝혔다는 A씨. 2018년 김동성과 이혼한 그는 방송 이후 양육비해결총연합회 공식 카페에 올린 장문의 글을 이렇게 마무리하고 있었다.

현재 중학생과 고등학생인 아들과 딸을 키우고 있다는 A씨는 "길어봐야 5년 둘째까지 양육비를 주면 됩니다"라면서 그간 김동성의 양육비 미지급과 '배드파더스' 등재 과정 등에 대해 요목조목 설명했다. 물론, <우리 이혼했어요>에 비친 김동성의 짤막한 언급과는 결이 많이 달랐다.

"그렇게 방송은 안 나오겠거니 했는데 2020년 12월 23일 김동성씨의 변호사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출연료를 일부 양육비로 미리 입금할 터이니 배파(배드파더스)사이트에서 내려줄 것과 방송 출연 후에 저에게 언론플레이를 하지 말아달라는 조건이었습니다.

배파사이트는 저번에 한 번 내려줬을 때 약속을 안 지켰기에 그건 확실히 하기 전엔 안 된다고 못을 박았고, 언론플레이는 사실만 얘기하면 나도 하지 않겠노라 약속했습니다. 또한 변호사는 이미지 쇄신을 해야 돈을 벌어서 양육비를 줄 수 있다고 하더군요. 사실 양육비 문제를 다 해결하고 떳떳하게 방송에 나오는 게 먼저 아닐까요?"


A씨를 진짜 놀라게 한 건 방송 내용이이라고 했다. A씨는 김동성이 300만 원을 벌어 양육비로 200만 원을 지급했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A씨는 김동성이 이혼 직후 김동성의 사건사고의 대상 중 한 명인 내연녀가 구치소에 수감된 지 두 달 만에 (또 다른 여성과) 동거를 시작했고, 그 이후 수중의 현금으로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하면서도 양육비 지급은 지정된 기일을 지키지 않거나 미루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자, 김동성도 반박에 나섰다. 방송 이틀 후인 3일 여자친구의 소셜 미디어에 게재한 장문의 글을 통해서였다.

해당 글에서 김동성은 양육비 미지급과 관련해선 친형의 의료비 지출과 코로나19로 인한 수입 감소 등을 이유로 들었다. 또 올림픽 금메달로 인한 연금은 전처가 미국 영주권을 신청하면서 박탈됐다고 밝혔다.

이어 자신은 최대한 양육비 지급을 위해 노력해왔으며 개인 삶을 위해 지급을 안 한 적도 없었고, 양육비 조정신청을 시도하려다 아이들이 눈에 밟혀 취하했다는 사연도 소개했다. 또 방송출연을 통해 출연료를 선 지급 받아 밀린 양육비 중 천만 원을 지급했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김동성은 또 "전처만 허락한다면 저는 아이들을 키우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라며 "양육비 전액을 다 맞추어주지 못 해 배드파더스에 등재가 되어있다 하더라도 밀린 양육비를 지급하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면서 아이들에게 부끄러운 아빠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효도하는 아들이 될 것"이라는 다짐과 함께. 그런데 마무리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공인 운운한 부분이 특히 그랬다.

"공인이라는 이유로 잘못에 대해 손가락질 받는 거 당연하다, 현실이 힘들고 버거워도 아이들에게 책임지지 못한 대가다. 반성하고 반성하며 하루를 한 달을 억지로 웃으며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이기에 사람이니까 실수, 잘못할 수 있다. 라고 너그럽게 때론 사납게 채찍질 해주면서 지켜봐주십시오 변하겠습니다. 변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무슨 죄인가

과연 공인이라는 이유로 김동성을, 그의 잘못을 손가락질 하는 이가 있을까. 도리어 TV조선 제작진은 김동성이 이혼 전 본인 스스로 저지른 사건사고를 말 그대로 '사건사고'라고 두루뭉술 넘어갔다. 그 사건사고들을 구구절절 언급할 생각은 없다. 다만, A씨가 반박을 하지 않았다면, TV조선을 통한 김동성의 '재활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비치지 않았을까.  

양육비를 벌기 위해 각고로 동분서주하고, 세간의 비난이나 관심에도 애틋한 사랑을 키워가고, 재혼 상대에게 이해와 노력을 기울이는 '재혼남'으로서 말이다. 하지만 김동성이 그 뒤로 변호사를 통해 A씨에게 요구사항을 전달했다는 사실을 시청자들은 알 길이 없었다. 분명한 것은 그 누구도 김동성에게 '손가락질' 받을 일을 하라고 강요하지도, TV 출연을 종용하지도 않았다는 사실이다. 

김동성 편이 '특별편'이란 이름을 달기는 했다. 그럼에도 여타 실제 이혼 커플이 각자의 입장을 털어 놓는 <우리 이혼했어요>와의 기존 형식과는 분명 달랐다. 일방의 시각을 전달하는 형식 그 자체부터 논란을 잉태하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과연 김동성 편이 누구를 위한 재활 프로젝트인지, 시청자들은 왜 이러한 예고된 논란을 목도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A씨가 출연을 거부했음에도 김동성 편을 '특별편'으로 제작한 제작진의 의도가 김동성을 위한 배려인지, 시청률 상승을 위한 '노이즈 마케팅'의 일환인지도 의문이다. 

양육비 미지급 남편들을 고발하는 사이트인 '배드파더스' 관련 문제만 봐도 그렇다. 2년이 넘는 논란 와중에 법원은 지난해 1월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이트 관계자에게 무죄를 선고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또한 공익을 이유로 사이트 차단을 불허했다. 배드파더스가 지난해 12월 9일 국회를 통과한 '양육비 이행법'(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의 여론 환기에 기여했다는 점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간 쌍방의 입장을 고루 들으며 시청자들에게 이혼 당사자들의 사연을 파악하게(하는 형식의 편집을 취하려 노력)했던 <우리 이혼했어요>는 왜 이런 무리수를 둔걸까. 이 프로그램이 나름 이혼과 재혼에 대한 고찰과 시청자와의 소통에 성공하며 높은 시청률을 기록해 왔던 것을 감안하면, 의아해지는 대목이다.

'리얼'을 취하면서도 제작진의 편집 방향이 개입할 수밖에 없는 형식 자체의 한계였을까, 김동성 편을 위한 의도된 수순이었을까.
우리이혼했어요 김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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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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