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KBO리그의 2020년 정규 시즌도 어느덧 4일 일정밖에 남지 않았다. 당초 10월 30일 금요일에 정규 시즌을 마칠 예정이었으나, KIA 타이거즈와 NC 다이노스가 광주에서 치러야 할 1경기가 우천 순연되면서 두 팀만 31일 토요일에 정규 시즌을 끝낸다.

31일에 시즌을 끝내는 NC는 남은 3경기에 관계없이 팀 최초 정규 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3위 KT 위즈가 남은 2경기를 모두 승리하고 NC가 남은 3경기를 모두 패하더라도 NC가 82승 5무 57패(0.590), KT가 82승 1무 61패(0.573)이기 때문에 이미 NC가 승률에서 앞선다.

포스트 시즌에 진출할 5팀은 이미 모두 정해졌다. 한국 시리즈 직행을 확정지은 NC 이외 LG, KT 위즈, 키움 히어로즈 그리고 두산 베어스까지 나머지 4팀은 모두 수도권을 연고로 하는 팀이다. 다만 2위부터 5위까지의 승차가 1경기 반에 불과하기 때문에 30일까지 앞으로 이틀 동안 4팀이 치르는 5경기에서 포스트 시즌 대진표가 완성될 예정이다.

1경기만 남은 키움, 사수 위태로운 고척 돔 어드밴티지

일단 4팀 중에서 4위를 달리고 있는 키움은 대진표를 자력으로 작성할 수 없다. 잔여 경기가 편성되기 전에 이미 142경기를 치렀기 때문에 남은 경기가 2경기 밖에 없어서 자력으로 치고 나갈 기회가 너무 적다. 고척 스카이돔을 홈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우천 순연이 비교적 적지만, 돔 경기장을 쓰는 팀이 키움 뿐이라 이럴 때는 가장 불리하다.

키움은 10월에 들어와서 손혁 전 감독이 사퇴하면서 팀 분위기가 영 좋지 않다. 10월에 치른 17경기 중 9승 8패를 기록하며 간신히 5할 대 승률을 맞추고 있지만, 마지막 남은 1경기의 상대가 바로 4~5위 경쟁 상대인 두산이기 때문에 다른 팀들에 비해 중압감이 가장 클 수밖에 없다.

남은 경기가 1경기 뿐이라 키움이 3위로 올라가는 경우의 수는 단 1가지만 남았다. KT 위즈가 남은 2경기를 모두 패하고(80승 1무 63패 0.559) 키움이 두산과의 마지막 대결을 이길 경우(81승 1무 62패 0.566) 키움은 순위를 뒤집고 준플레이오프로 직행한다. KT와 키움은 정규 시즌 상대 전적이 8승 8패 동률이다.

시즌이 늦게 개막했기 때문에 올해에 한정하여 11월 15일이 포함된 시리즈부터는 실내 경기장인 고척 스카이돔에서만 경기가 진행된다. 11월 15일이 플레이오프 5차전 예정일이기 때문에 플레이오프 5경기와 한국 시리즈 7경기까지 도합 12경기가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릴 예정이며, 키움이 3위로 시즌을 끝낼 경우 사실상 모든 라운드에서 홈 어드밴티지를 얻는 셈이 된다.

정규 시즌 4위는 와일드 카드 결정전에서 1승을 먼저 갖고 2경기 모두 홈 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상당한 어드밴티지를 가져간다. 만일 두산이 키움과의 마지막 대결을 포함하여 남은 2경기를 모두 이기면 키움이 80승 1무 63패(0.559), 두산이 79승 4무 61패(0.564)가 되어 승률에서 앞선 두산이 홈 어드밴티지를 가져가게 된다.

두산은 키움과 만나기 전날 광주에서 KIA를 만나고 바로 서울로 돌아와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게다가 29일 광주 경기는 KIA 에이스 양현종의 시즌 마지막 등판이 예고되면서 두산에게는 만만치 않은 순위 경쟁이 예상된다. 올해 키움과 두산의 상대 전적은 키움이 두산에 9승 1무 5패로 앞섰다.

승차 없는 LG와 KT, 대진표 펜 쥐고 있는 한화

2위와 3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LG와 KT는 28일 경기까지 각각 79승 4무 60패(0.568), 80승 1무 61패(0.567)로 승률 0.001 차이를 보이고 있다. 게다가 LG와 KT는 서로의 맞대결이 더 이상 없기 때문에 각자의 경기에서 순위 경쟁에 대한 승부를 내야 한다.

LG는 30일 SK 와이번스와의 인천 원정 경기만 남았다. KT는 29일과 30일 한화와의 대전 2연전이 남았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LG와 KT의 포스트 시즌 대진표 작성에 있어서 이미 꼴찌를 확정한 한화가 키를 쥐고 있다. 한화는 28일 LG와의 마지막 잠실 경기에서 승리하면서 갈 길 바쁜 LG에 고춧가루를 뿌렸다.

LG가 SK와의 남은 1경기를 이기더라도 80승 4무 60패(0.571), KT가 남은 2경기를 모두 이기면 82승 1무 61패(0.573)가 되어 승률 0.002 차이로 KT가 마지막 날 순위를 뒤집을 수 있다. LG가 마지막 경기를 패하고(79승 4무 61패 0.564) KT가 1승 1패를 하더라도(81승 1무 62패 0.566) KT가 마지막 날 순위를 뒤집게 된다.

결국 LG의 입장에서는 플레이오프에 직행하려면 한화가 KT를 상대로 2경기 모두 이겨주기를 바라면서 마지막 남은 1경기도 무조건 이기는 수 밖에 없다. 플레이오프에서 만날 수도 있는 두 팀의 정규 시즌 상대 전적에서는 LG가 KT에 9승 7패로 앞섰다.

시즌 마무리가 불안한 NC

올 시즌 NC는 전반기에 압도적인 선두를 달렸다. 5월을 18승 5패(승패 마진 +13)로 마친 NC는 이후 7월까지 45승 2무 22패(승패 마진 +23)로 전반기를 마쳤다. 8월에 11승 12패(-1)로 불안했지만, 다시 9월에 17승 1무 8패(+9)로 치고 나가면서 정규 시즌 우승을 확정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NC는 28일까지 10월 23경기에서 9승 2무 12패(-3)로 흔들렸다. 또한 포스트 시즌 경험은 꽤 많지만 시리즈에서 NC가 시리즈에서 승리한 경험은 2016년과 2017년의 포스트 시즌 뿐이다. 2016년은 플레이오프부터 시작해서 한국 시리즈 준우승을 기록했으며, 2017년에는 와일드 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를 승리했다.

올해 포스트 시즌에 진출하는 다른 4팀들 중 NC가 상대 전적에서 압도했던 상대는 KT(10승 1무 5패) 뿐이라는 점도 불안한 요소다. 두산을 상대로는 9승 7패로 간신히 우세를 보였으며, 키움과는 8승 8패로 우열을 가리지 못했고, LG를 상대로는 4승 3무 9패로 크게 밀렸다.

이 때문에 NC가 한국 시리즈에서 KT를 제외한 다른 팀들을 상대로 시리즈를 쉽게 끝내고 우승하기는 다소 힘이 들 수도 있다. 21세기에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하고 한국 시리즈에 올라온 팀 중에서는 2001년 두산(VS 삼성), 2015년 두산(VS 삼성) 그리고 2018년 SK(VS 두산) 이렇게 3번 뒤집기 우승이 나온 적 있다.

마지막 자존심, 5할은 넘겨야 하는 KIA와 롯데

포스트 시즌 진출은 실패했지만, KIA와 롯데에게는 아직 한 가지 목표가 남았다. 두 팀 모두 지난 해 극심한 부진으로 인해 겨울에 감독이 교체되었고, 새로운 감독과 함께 치르는 첫 시즌이었던 만큼 팀 재건에 대한 성과는 보여야 한다.

두 팀 모두 야심차게 시작했던 2020년 시즌이었기 때문에 더 아쉬웠던 시즌이 되었다. 지난 해 꼴찌였던 롯데는 겨울 스토브 리그부터 시작하여 각종 화제를 끌었고, 8월까지 47승 1무 43패로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뒷심 부족으로 9월 이후 23승 28패로 미끄러지며 포스트 시즌 진출에 실패하게 됐다.

지난 해 5월 꼴찌까지 내려갔다가 7위로 시즌을 마무리했던 KIA는 맷 윌리엄스 감독의 지도 하에 나름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였다. 에이스 양현종이 다소 부진했으나 애런 브룩스와 드류 가뇽 두 외국인 투수의 활약 덕분에 한때 포스트 시즌 진출에 대한 희망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9월 22일 브룩스의 가족들이 미국에서 교통사고를 당했다. 특히 아들 웨스틴 브룩스가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수술을 받아 한쪽 눈을 잃을 위기에 처하자, KIA는 브룩스의 가족들이 만날 수 있게 미국으로 가는 항공편을 최대한 빠르게 연결해줬다.

브룩스 가족들의 건강을 돌봐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KIA는 추진력을 잃었다. 9월 20일까지 59승 50패를 기록했던 KIA는 브룩스가 가족들을 만나러 간 이후 13승 19패로 급격히 추락했다. 결국 5위권과 점점 승차가 벌어지면서 KIA는 포스트 시즌 도전을 멈춰야만 했다.

가을에 들어와서 추진력을 잃어버린 KIA와 롯데지만, 내년에 더 나은 모습을 위해서 최소한 5할 승률이라는 유종의 미는 거둬야 한다. 포스트 시즌 진출은 실패했지만 최소 5할 승률은 지키는 것이 경기장까지 직접 찾아주고 랜선으로 응원하는 팬들을 위한 마지막 예의다.

9위와 10위가 확정된 SK와 한화 역시 시즌 막판 상위권 팀들의 포스트 시즌 대진표 작성과 관련하여 중요한 키를 쥐게 됐다. 이렇듯 시즌 막판까지 숨막히는 포스트 시즌 대진표 작성이 과연 어떻게 마무리될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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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포스트시즌 대진표작성 팀간상대전적 순위경우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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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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