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5시 30분,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20 K리그1' 19라운드 강원FC(이하 강원)와 인천유나이티드(이하 인천)의 경기에서 인천 무고사가 득점 후 골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인천 무고사 ⓒ 한국프로축구연맹

 
시작 후 127초만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성남 FC 오른쪽 윙백 이태희가 스로인한 공을 받은 주장 연제운이 어이없는 트래핑 실수로 인천 유나이티드 골잡이 무고사에게 공을 빼앗긴 것이다. 그대로 무고사를 내버려두었다가는 골키퍼 김영광과 직접 만나야 한다고 판단했기에 연제운이 잡기 반칙을 저질렀다. 페널티 구역 바로 밖이었고 경고 조치가 나왔다. 그런데 조지음 주심은 VAR(비디오판독심판) 온 필드 뷰 절차를 거친 뒤 카드 색깔을 빨강색으로 바꿨다. 꼴찌 팀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보기 드문 6골 대잔치를 펼쳐 파이널 라운드 B그룹 판도를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었다.

조성환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27일 오후 2시 탄천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2020 K리그 1 파이널 라운드 B그룹 성남 FC와의 어웨이 게임에서 6-0으로 믿기 힘든 대승을 거두고 강등 피하기 싸움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어놓았다.

성남 FC 주장 연제운 퇴장 변수

너무 이른 시간에 퇴장당한 성남 FC 주장 연제운은 한동안 라커룸 입구에서 그라운드를 바라보았다. 주장으로서 동료들이 고립되는 장면들을 바라보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이 흐름을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놓치지 않았다. 12분에 공격형 미드필더 김준범이 침착한 왼발 슛으로 첫 골을 성공시킨 것이다. 아길라르의 로빙패스가 상대 선수 몸에 맞고 솟구쳐 올랐지만 김준범이 오른발로 부드럽게 공을 세워놓고 성남 FC 수비수 임승겸 다리 사이를 노려 왼발 인사이드 킥을 정확하게 굴려넣었다.

좋은 흐름을 잡은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이 기세를 몰아 7분 뒤에 귀중한 추가골을 터뜨렸다. 아길라르가 왼발로 감아올린 오른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에서 간판 골잡이 스테판 무고사가 성남 FC 임승겸의 몸싸움을 뿌리치고 빠져나오면서 정확한 헤더 슛을 왼쪽 구석에 꽂아넣었다. 

이에 성남 FC 김남일 감독은 수비 구멍을 메우기 위해 첫 실점 직후 왼쪽 윙백 유인수를 빼고 센터백 자원인 안영규를 들여보냈지만 탄탄한 조직력을 갖춘 인천 유나이티드 FC를 흔들어놓지 못했다. 

인천 유나이티드 FC 주장 완장을 차고 뛰는 미드필더 김도혁은 54분에 동료 골잡이 무고사의 재치있는 패스를 받아 비교적 먼 거리에서 왼발 기습 슛을 성공시켜 시즌 첫 골 기록까지 남겼다. 성남 FC의 노련한 골키퍼 김영광도 예측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기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지만 김도혁의 왼발에 묵직하게 맞은 공은 왼쪽 구석으로 빨려들어갔다.

무고사 또 해트트릭, 꼴찌 탈출 성공

성남 FC는 이번 시즌 홈 게임 승률이 22.7%(1승 3무 7패)로 가장 낮은 도깨비 팀이다. 이 게임 전까지 11게임을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치르며 단 1승을 거둔 것이 전부다. 그런데 이번 시즌 첫 홈 게임 승리 기록이 현재 우승 다툼을 흥미롭게 펼치고 있는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와 만나서 2-0으로 이긴 것이다. 이번 파이널 라운드 B그룹 최종 일정이 공지되었을 때 꼴찌 인천 유나이티드 FC와의 만남이 홈 게임이 된 것이니 그동안 형편없던 홈 게임 기록을 말끔하게 지울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성남 FC는 이상할 정도로 안방에서 또 흔들렸다. 10명이 뛰느라 후반전 추가 실점을 예상할 수 있었지만 이렇게 많은 골을 내주며 주저앉는다는 것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이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낸 주인공은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구세주라 할 수 있는 몬테네그로 국가대표 골잡이 스테판 무고사였다. 

전반전 헤더 골을 터뜨린 무고사는 후반전에 김도혁의 시즌 첫 골을 돕더니 종료 시점이 가까웠음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결정력을 자랑하며 시즌 두 번째 해트트릭을 완성시켰다. 사실 성남 FC로서는 77분에 내준 네 번째 실점이 뼈아팠다. 수비수로 변신한 이창용이 패스한 공이 교체 선수 윤용호에게 미치지 못했고 이 공을 가로챈 김도혁이 골키퍼 김영광까지 완벽하게 따돌리고 빈 골문에 공을 밀어넣어 점수판을 4-0까지 만든 것이다.

많은 실점에 자포자기한 성남 FC 선수들은 인천 유나이티드 FC 핵심 선수들을 위험 지역에서 밀어내지 못했고 무고사에게 연속 쐐기골을 얻어맞았다. 84분에 송시우의 전진 패스를 받은 무고사가 마크 맨 없이 완벽한 오른발 감아차기 골을 성남 FC 골문 오른쪽 구석에 꽂아넣었고, 추가 시간 1분도 안 되어 왼쪽 측면을 파고든 송시우가 완벽한 컷 백 크로스로 무고사에게 멋진 해트트릭 선물을 안겨주었다. 무고사는 지난 6일 강릉에서 시즌 첫 번째 해트트릭을 완성시키며 강원 FC를 상대로 짜릿한 3-2 승리를 거둔 주역이었기에 인천 팬들에게 9월의 시작과 끝을 완벽하게 장식한 선물을 준 셈이다.

이로써 파이널 라운드 B그룹 순위표는 또 한 번 크게 흔들렸다. 꼴찌였던 인천 유나이티드 FC가 승점(21점)-다득점(21득점)까지 똑같은 부산 아이파크를 골 득실차(인천 유나이티드 FC -9, 부산 아이파크 -12)로 밀어내고 11위로 올라선 것이다. 바로 위 성남 FC와의 승점 차가 1점, 9위 수원 블루윙즈와의 승점 차도 3점밖에 안 되기 때문에 다음 라운드에 또 순위가 요동칠 것이 분명하다.

이번 시즌 K리그 1 최다 골 차 승리라는 놀라운 기록을 만들어낸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이제 다음 달 4일 오후 7시 수원 블루윙즈(9위)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으로 불러들이고, 성남 FC도 같은 날 강릉으로 찾아가 강원 FC(7위)를 만난다.

2020 K리그 1 파이널 라운드 B 결과(27일 오후 2시, 탄천종합운동장)

성남 FC 0-6 인천 유나이티드 FC [득점 : 김준범(12분,도움-아길라르), 무고사(19분,도움-아길라르), 김도혁(54분,도움-무고사), 김도혁(77분), 무고사(84분,도움-송시우), 무고사(90+1분,도움-송시우)]

성남 FC 선수들
FW : 나상호, 김현성(73분↔양동현) 
MF : 유인수(13분↔안영규), 김동현(65분↔윤용호), 이재원, 박태준, 이태희
DF : 임승겸, 연제운(5분-퇴장), 이창용
GK : 김영광

인천 유나이티드 FC 선수들
FW : 아길라르, 무고사
MF : 정동윤, 김도혁(81분↔구스타보), 문지환, 김준범(55분↔송시우), 김준엽
DF : 오반석(46분↔김성주), 양준아, 김연수
GK : 이태희

2020 K리그 1 파이널 라운드 B 현재 순위표
7 강원 FC 27점 7승 6무 10패 29득점 36실점 -7
8 FC 서울 25점 7승 4무 12패 20득점 40실점 -20
9 수원 블루윙즈 24점 6승 6무 11패 23득점 27실점 -4
10 성남 FC 22점 5승 7무 11패 19득점 32실점 -13
11 인천 유나이티드 FC 21점 5승 6무 12패 21득점 30실점 -9
12 부산 아이파크 21점 4승 9무 10패 21득점 33실점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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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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