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외국인 투수 애런 브룩스는 올 시즌 빼어난 활약으로 팀의 에이스 노릇을 톡톡히 해주고 있었다. 올 시즌 23경기에서 11승 4패 평균자책점 2.50이라는 눈부신 성적을 기록했다. 특히 9월들어서는 4경기에 선발 등판해 4승 무패 평균자책점 0.95로 호투하며 삼진 28개를 잡는 동안 4사구 3개만을 내주는 안정감을 자랑했다. KIA가 9월 11승 6패의 상승세를 보이며 5강경쟁을 이어갈 수 있었던데는 브룩스의 활약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브룩스는 남은 시즌을 더 이상 함께하기 어렵게 됐다. KIA 구단은 22일 브룩스가 교통사고를 당한 가족의 간호를 위해 오후 미국으로 출국했다고 밝혔다. 구단이 밝힌 바에 따르면 안타깝게도 브룩스의 부인과 자녀 2명이 타고 있는 차량이 신호 위반 차량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윌리엄스 KIA 감독이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직접 상태가 '심각한 사고'라고 언급할만큼 상황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KIA 구단은 브룩스에게 특별 휴가를 허용했고 최대한 빨리 출발하는 항공편을 마련해줬다. 지금으로서 브룩스가 언제 복귀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현실적으로 봤을 때 단기간에 복귀는 쉽지 않다. 어느덧 시즌 막바지에 접어든 일정상 브룩스가 재입국 후 자가격리 와 컨디션 회복 기간까지 고려하면 더 이상 정규시즌 출장은 기대하기 힘들다. 또한 몸이 돌아온다고 해도 가족의 사고로 심리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브룩스가 이전처럼 야구에 얼마나 집중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만일 KIA가 5강진출마저 실패한다면 올시즌 브룩스가 다시 마운드에서 던지는 모습은 볼 수없게 된다.

올시즌 윌리엄스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첫해,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도 가을야구를 향한 경쟁을 이어왔던 KIA로서는 안타까운 악재다. 하지만 윌리엄스 감독도 KIA 선수단도 모두 '야구'나 '순위'보다는 브룩스에 대한 동료애와 존중이 먼저였다. 브룩스의 공백으로 감수해야 할 손익계산 따위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에이스가 이탈해야 하는 상황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인생에는 야구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훨씬 많다. 가족, 사랑, 존중같은 가치들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의의로 이런 당연한 '상식'들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사례도 많았다. 과거에는 일본야구 문화의 영향을 받아 선수의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이 갑작스러운 사고 혹은 지병으로 운명을 달리한다고 해도 찾아가지도 못하고 야구장을 지켜야 했던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마치 '진정한 프로의식'처럼' 미담으로 여기는 분위기도 강했다. '공과 사'라는 개념을 내세워 개인의 희생 정도는 당연시하는 집단주의적 체육문화에서 비롯된 관행이었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한국이나 일본과 달리 제도적으로 출산 및 가족상 등에 대한 공식 휴가를 보장하고 있다. 이런 문화에 익숙한 미국이나 중남미 출신 선수들은 시즌중이나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도 개인 휴가를 요청하는데 거리낌이 없다. 한국에서는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이나 트레이 힐만 전 SK 감독 등 주로 외국인 감독들이 국내 선수들에게도 개인사로 인한 휴가를 종종 보장해준 사례가 있다.

KIA는 공교롭게도 브룩스가 자리를 비운 이후 2연패를 당했다. 5위 두산과는 불과 0.5게임차이다. 5강진출을 위한 고비에서 브룩스의 빈 자리가 커보이는 것은 부정할수 없다. 그 빈 자리는 드류 가뇽, 양현종, 임기영, 이민우 등 남은 선발투수들이 메워야한다. 예년보다 5강 경쟁의 커트라인이 높아지고 2-6위권의 승차가 박빙인 가운데 KIA에 어려운 상황임은 분명하다.

만에 하나, 브룩스의 공백이 끝내 올시즌 KIA의 가을야구와 맞바꾸는 결과로 드러난다 할지라도 절대로 아쉬워 할 필요는 없다. KIA 구단은 올바른 선택을 했고 팬들도 그 사정을 충분히 납득하고 있다. 오히려 이럴때 일수록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동료의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서 남은 KIA 선수들이 더욱 똘똘 뭉쳐야 한다.

후회없이 최선을 다하고 결과는 하늘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불가능에 가까운 어려운 난관에도 좌절하지 않고 도전하는 과정이야 말로, 우승이나 순위같은 결과를 뛰어넘는 스포츠의 진정한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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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룩스 KIA타이거즈 프로선수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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