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기약 없이 스프링 캠프를 중단했던 메이저리그가 우여곡절 끝에 개막했다. 그러나 개막 이후 일부 팀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해당 팀과 경기를 진행했거나 진행할 예정이었던 팀들이 영향을 받아 경기가 중단됐다.

다행히 다른 팀들은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아 기존 확진자들만 격리된 채 부상자 명단에 올랐고, 경기장의 방역을 점검한 뒤 경기를 재개했다. 그러나 김광현의 소속 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는 바람에 기약 없이 시즌이 중단되고 있다.

카디널스가 마지막으로 했던 경기는 7월 30일(이하 한국 시각)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인터리그 경기였다. 이후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시즌 5경기만 치르고 무기한 경기 중단 상태에 놓여있다. 원래 8일에 경기를 다시 시작하려 했으나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는 바람에 불발됐다.

팀내 확진자 17명, 주전 포수 몰리나도 확진

카디널스는 선수, 코칭 스태프, 구단 직원 등을 포함하여 모두 17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선수만 해도 주전 포수 야디어 몰리나를 포함하여 10명이나 됐다. 선수단은 매일 코로나19 관련 검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3일 연속으로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을 경우 경기를 다시 할 수 있다.

그러나 카디널스는 이미 한 차례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는 바람에 일정들이 꼬이게 됐다. 원래 8일에 경기를 다시 시작할 경우 카디널스는 다니엘 폰세데리온, 아담 웨인라이트, 잭 플래허티, 다코타 허드슨 그리고 김광현 순서대로 선발 로테이션을 운영할 예정이었다.

카디널스는 8월 1일부터 시작되는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원정 3연전이 취소된 것을 시작으로 4일부터 예정되었던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의 인터리그 원정 경기 일정까지 취소됐다. 확진자가 많지 않을 경우 더블헤더라도 할 예정이었지만 이 계획 역시 이뤄지지 못했다.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8일에 시작할 예정이었던 시카고 컵스와의 홈 경기도 취소됐다. 11일부터 열릴 예정이었던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홈 경기 역시 열리지 못했다.

몰리나, 폴 데용 등 기존에 확진 판정을 받았던 선수들은 최근 복귀 가능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코로나19 재검사를 실시했다. 만일 이들이 재검사를 음성으로 통과할 경우, 카디널스는 15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인터리그부터 경기를 다시 할 수 있다.

선발 기회 겨우 얻은 김광현, 3주 째 개점휴업

스프링 캠프 시범경기에서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김광현은 마일스 마이콜라스가 부상으로 인해 개막 일정을 맞추지 못하게 되면서 선발 로테이션 진입 가능성이 생겼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스프링 캠프가 중단되는 바람에 더 이상 투구수를 늘리지 못했다.

시즌이 늦춰지면서 마이콜라스는 어느 정도 회복에 성공했고, 이에 김광현은 선발 복귀를 시도하던 카를로스 마르티네스보다 기회가 밀리게 됐다. 때마침 지난 해 마무리투수를 맡았던 조던 힉스가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고 재활 중이었다.

물론 힉스가 재활을 마치고 돌아올 경우 마무리투수는 힉스의 몫이었지만, 힉스는 올 시즌 참가를 포기했다. 힉스는 지병인 1형 당뇨병을 이유로 시즌 불참을 선언했기 때문에 고위험군 선수로 분류되어 올 시즌 연봉 57만 8800달러를 그대로 받는다.

이러한 팀 사정 때문에 카디널스는 일단 김광현에게 마무리투수를 맡기기로 했다. 김광현은 KBO리그에서 정규 시즌에 세이브를 올린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한국 시리즈에서의 2세이브(2010, 2018)는 팀의 우승을 확정짓는 마지막 경기에서 시리즈를 마무리짓는다는 의미로 에이스가 등판한 관례다.

어쨌든 개막전에서 마무리투수로 등판했던 김광현은 이닝 초반에 다소 당황했지만 포수 몰리나의 리드를 믿고 던졌다. 초반에 수비 실책 등이 겹치며 2실점(1자책)했으나 김광현은 9회를 무사히 마무리하고 정규 시즌 커리어 첫 세이브를 올렸다.

이후 김광현은 세이브 기회가 생기지 않아 한동안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마이콜라스는 부상이 재발하여 다시 재활에 들어갔다. 재활 기간을 감안하면 단축 시즌 시기에 복귀하기 힘들었는데, 선발 로테이션 진입 경쟁 상대였던 마르티네스까지 부상자 명단에 들어가면서 김광현에게 선발 등판 기회가 왔다.

그런데 팀내 코로나19 확산 문제로 김광현은 등판 준비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메이저리그에 왔지만, 막상 코로나19 때문에 시즌도 제대로 치르지 못하는 상황을 맞이하면서 김광현은 카디널스에서 그 누구보다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경기 재개 가능성 ↑, 선발 등판 일정 조만간 잡힐 듯

다행히 카디널스는 8월 10일부터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13일까지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카디널스는 15일 화이트삭스와의 원정 경기부터 리그 일정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카디널스는 7월 30일 폰세데레온이 마지막으로 선발 등판했다. 선발투수들의 운동 루틴을 감안하여 폰세데레온이 15일 경기에 등판할 수도 있으나, 개막전 선발투수였던 플래허티부터 다시 순서대로 돌아갈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김광현은 17일 화이트삭스와의 경기 또는 18일에서 20일 사이 컵스와의 경기 일정 중 선발로 등판할 가능성이 있다. 물론 그동안 투구수를 많이 끌어 올리지 못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긴 이닝을 던질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던질 수 있는 데까지만 던지고 점차 투구수를 늘릴 계획이다.

김광현은 8월 7일 시뮬레이션 게임에서 2이닝 투구를 한 것이 팀 훈련의 마지막이었다. 8일에 팀 일정이 재개될 경우에 대비한 훈련이었으나 이후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는 바람에 팀 훈련도 사실상 멈춘 상태다.

다만 경기 재개 결정이 내려진다면 김광현은 다시 공을 던질 수 있다. 당분간 단계적으로 투구수를 늘려가야 하기 때문에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과 마찬가지로 5이닝 이상 투구하여 승리투수 요건을 충족하는 데에는 몇 차례의 등판이 필요할 수도 있다.

꿈을 향해 던지는 공, 김광현은 다시 웃을 수 있을까

가족들도 고향에 두고 혼자 미국 땅을 밟은 김광현은 지금도 고독하게 마운드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다. 카디널스와의 계약 기간은 2년 밖에 되지 않는데, 코로나19 때문에 그 2년 중 첫 해의 시간이 자꾸만 흐르고 있다.

미국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의 지역 언론인 세인트루이스 포스트 디스패치에서는 김광현이 꿈을 좇지 않았다면 지금쯤 야구를 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김광현이 던지는 커브처럼 잔인한 아이러니에 직면했다고 표현했다. 비록 지연 개막했지만 선수들 중 확진자 없이 안전하게 KBO리그 시즌이 진행되고 있음을 간접 언급한 것이다.

카디널스의 존 모젤리악 사장 역시 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광현이 꿈을 이루기 위해 미국에 왔는데, 대한민국은 코로나19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고 있으나 미국이 코로나19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음을 지적했다. 김광현 특유의 미소를 언급하면서 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사장 역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카디널스가 30팀 중 가장 힘든 상황을 겪고 있지만, 이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흐를지 알 수 없다. 카디널스의 경기가 재개될 경우, 카디널스는 밀린 경기 일정까지 합하여 30팀 중 가장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그러나 김광현은 험난한 여정 속에서도 특유의 미소를 잃지 않았다. 개막전에서도 다소 상기된 모습이었지만, 세이브를 기록하고 난 뒤 몰리나와 함께 기쁨을 나눴던 그 모습처럼 선발로 등판한 마운드에서도 미소를 지으며 이닝을 마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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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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