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방영된 KBS 1TV 다큐멘터리 <코로나 200일의 기록-바이러스와 국가> 1부 '병든 신세계'를 통해, 취재팀은 미국, 중국, 일본, 이탈리아, 브라질 등 7개국의 '코로나 19' 방역 현장을 담아냈다.

'코로나 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러 나라들은 입을 모아 대한민국을 칭찬했다. 발 빠른 국가의 대처와 국민들의 방역 참여로 신속하게 '코로나 19' 확산을 방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여전히 진실을 숨기고 국민들에게 피해를 전가하고 있는 나라들도 많았다.

하지만 다큐멘터리는 그 자부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덧붙인다. 1부에 이어 2일 방영된 '바이러스가 묻다' 편에서는 지난 200일 동안 벌어진 주요 사건과 핵심 당사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혁혁한 성과 이면에 있는 교훈들까지 짚었다. 
 
 KBS 1TV <코로나 200일의 기록-바이러스와 국가> 2부 '바이러스가 묻다' 편의 한 장면

KBS 1TV <코로나 200일의 기록-바이러스와 국가> 2부 '바이러스가 묻다' 편의 한 장면 ⓒ KBS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감염병의 등장, 정부는 우한 교민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충남 아산 인근에 교민들을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일부 국민들과 아산 주민들은 반발했다. 민간 시설과 떨어진 곳이지만, 백신조차 없는 바이러스의 위험성에 대한 국민적인 공포는 더욱 컸다. 다큐멘터리는 '바이러스의 공습이 객관적인 데이터를 넘어서 우리 사회를 정신적 아노미 상태에 빠지게 했다'고 말한다. 

2월 18일 대구에서 확진자가 대량 발생하기 시작한 때부터 '코로나 19' 대유행이 우리 사회를 덮쳤다. 위기 상황에 다시 한 번 정부와 국민들은 지혜를 모았다.

지역의 부족한 의료 시스템을 대신해, 정부 당국은 대구 지역의 환자들 중 일부를 다른 지역에서 치료받게 했다. 또한 중앙 연수원을 생활치료센터로 활용하며 보건 시스템의 위기를 돌파하기도 했다. 민간 병원이었던 대구 동산 병원은 지역사회 확산을 막는 '노아의 방주' 역할을 자처하는 등, K-방역이라 칭송받은 이면에는 시민사회의 다양한 노력과 헌신이 있었다.

의병만으로는... 코로나 팬데믹의 그림자들 

그러나 전문가들과 의료진들은 이러한 대처 과정에 대해 입을 모아 '운이 좋았다'고 말한다. 아이를 두고 한 달 넘는 기간 동안 대구에 있었던 의료진, 매일 환자를 보러 갈 때마다 전쟁터에 나가는 기분으로 나섰던 사람들. 다시 이런 일이 생긴다면 또다시 이같은 성과를 낼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은 회의적이다. 지난 200일 동안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이들에게 내려진 지침은 '무조건 희생하라'였기 때문이다. 

즉, 감염병과의 전쟁에서 우리가 승리했던 이유는 의병과도 같은 헌신적인 민간 의료진들 덕택이었다. 거기에 대구였기에 가능한, 운 좋은 상황도 놓쳐서는 안 된다. 대구 지역에 위치한 의과대학만 총 4곳이다. 대구는 다른 지자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병상 자원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의료 시스템의 붕괴를 걱정해야 할 만큼 위험한 상황을 맞이했다.

그 위기를 메꾼 건, 시스템이 아니라 자원 봉사에 나선 사람들이었다. 미약한 시스템을 의병들이 몸을 던져 막은 것이다. 그렇기에 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는 한, 이런 운 좋은 상황을 다시 기대하기는 어렵다. 전문가들과 의료진들은 또 다시 발생할 지도 모를 감염병에 대비해 정규군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다큐멘터리는 그동안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우리 보건 시스템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고도 지적했다. 경북 청도 대남병원발 코로나 19 확진자들이 급증하자, 사람들은 그 병원과 관계자들을 '파렴치한 가해자'처럼 취급했다.

대남병원은 좁은 폐쇄 병동에서 환자들이 한 방에서 공동생활을 하고 있었고, 기저질환이 있는 고령층 환자가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소독업체도, 도시락 업체도 방문을 거절하는 등 '코로나 19'로 인한 정신병동의 편견만 더욱 강화됐다. 이는 그간 우리 의료계의 해묵은 문제였지만 이번에도 사회적 관심을 받지 못했다. 코로나 19 대량 감염 사태를 놓고, 수용소와 다를 바 없는 정신질환 장기 입원 시스템의 문제를 고민해 볼 여지는 없었다.
 
 KBS 1TV <코로나 200일의 기록-바이러스와 국가> 2부 '바이러스가 묻다' 편의 한 장면

KBS 1TV <코로나 200일의 기록-바이러스와 국가> 2부 '바이러스가 묻다' 편의 한 장면 ⓒ KBS


누구에게도 공평하지 않았던 '코로나 19' 감염

한편 구로 콜센터와 온라인 쇼핑 물류센터에서 발생한 집단 코로나 19 발병은 감염병이 국민들 모두에게 공평하지 않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시작은 한 사람의 거짓말이었다. 확진자가 줄어들고 '사회적 거리두기'도 느슨해지던 시점, 서울 이태원에 위치한 한 클럽에 다녀간 사람들에게서 대량 확진자가 발생했다. 감염병 관리 지원단은 접촉자를 파악하고 방역을 통해 더이상의 확산을 막으려 했다. 그러나 학원강사로 일했던 경력을 숨긴 확진자의 거짓말에는 속수무책이었다.

거짓말로부터 시작된 집단 감염은 올해 수능을 앞둔 수험생, 대형 물류센터 직원들에게까지 이어졌다. "마스크도 잘 쓰고, 장갑도 잘 끼고 공공시설 이용도 안 했는데 억울하다"는 물류센터 확진자의 감염은 아이와 남편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 

152명이나 되는 대규모 감염에 대해 물류센터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을 보인다. 코로나 19로 인해 무척 빠르게 '비대면 문화'가 확산됐다. 그 여파는 온라인 쇼핑과 택배로 그대로 이어졌다. 물류센터의 배송 물량은 하루 180만 건에서 300만 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결국 시간에 맞춰 모든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안전보다는 실적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방역은 국민 모두에게 이익이 되어야 했지만, '호구지책'이 우선하는 저소득층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구로 콜센터 감염도 마찬가지다. 확진자가 마스크를 쓰지 않고 화물 엘리베이터에 타면서 대규모 감염이 시작됐다. 마스크를 쓰고 하루 종일 쉬지 않고 고객을 응대해야 하는 콜센터 업무는 '사회적 격리'와 '언택트'를 표명한 코로나 19 방역의 또 다른 얼굴이었다. 

전문가들은 지난 200일 동안 우리가 자화자찬한 '코로나 19' 방역 성공에는 보건의료적인 측면과 사회경제적인 측면, 두 얼굴이 있다고 지적한다. 청도 대남병원의 대규모 감염 사례에서는 방역 시스템의 그림자가, 쿠팡 물류 센터와 구로 콜센터의 집단 감염에서는 사회 경제적인 시스템의 그림자가 드러났다는 것이다. 피해는 언제나 그랬듯 취약 계층에 집중되었다. 시스템의 사각지대를 대비해야 하는 까닭이다. 다큐멘터리는 이대로라면 언제 어디서든 또 다시 이러한 황망한 결과를 받아들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KBS 특집 프로그램- 코로나 200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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