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권> 포스터

<태백권> 포스터 ⓒ (주)그노스 , 꿀잼컴퍼니(주)

  
한때 명절만 되면 TV에선 성룡이 주인공인 코믹액션 영화가 방영됐다. 외화뿐 아니라 국내 영화 중에도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코믹액션이 많았다. 이 장르 영화들은 명절과 극장가의 단골손님이었다.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통해 최초로 공개된 <태백권>은 코믹액션의 부활을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작품은 한국식 서민 히어로 무비를 선보인다. 어린 시절부터 사형 진수(정희욱 분)와 함께 산속에서 태백권을 연마한 성준(오지호 분)은 최종 태백권 계승자를 가리기 위한 대결을 앞두고 진수가 사라지자 그를 찾기 위해 도시로 향한다. 우연히 보미(신소율 분)를 만난 성준은 결혼을 하게 되고, 속세에 눌러앉게 된다. 문제는 성준이 세상물정 모르는 순수남이라는 점이다. 보미는 유일하게 할 줄 아는 게 태극권인 성준을 위해 지압원을 열어주지만 진수는 돈을 벌지 못한다.
  
 <태백권> 스틸컷

<태백권> 스틸컷 ⓒ (주)그노스 , 꿀잼컴퍼니(주)

 
작품은 대한민국 산 3개의 이름을 따 3대 무술을 설정한다. 그중 태백권은 인체의 혈을 공격하는 권법이다. 때문에 성준은 관절과 근육 문제에 있어 어디에 침을 놓고 지압을 해야 빨리 나을 수 있는지 알고 있다. 그런데 이 순수청년은 돈이 없는 노인들을 걱정해 아내 몰래 치료비를 받지 않는다. 이에 보미는 불같이 화를 낸다. 지압원을 차리는데 빚까지 졌기 때문. 그 사실을 모르는 성준은 아들과 장난치며 놀기에 바쁘다.
 
작품은 성준과 보미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담아낸다. 보미는 남편을 통해 돈을 벌어보려는 야망을 지닌 아내로, 성준은 그런 아내의 기에 눌려 살지만, 말은 또 잘 안 듣는 남편으로 등장한다.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돈을 벌기 위해 분투하는 보미의 모습은 속물적이기보다는 귀엽게 보이고, 보미에 의해 허준처럼 옷을 입고 지압을 하며 투덜거리는 성준은 웃음을 자아낸다.
  
 <태백권> 스틸컷

<태백권> 스틸컷 ⓒ (주)그노스 , 꿀잼컴퍼니(주)

 
이런 코믹함에 액션은 필살기처럼 작용한다. 성준이 사는 동네는 재개발을 노리는 지역이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쉽지가 않다. 이에 건설사는 깡패 만가진을 고용해 일을 빠르게 처리하고자 한다. 만가진에게는 비장의 무기가 있다. 바로 북한에서 온 탈북자 장만웅이다. 장만웅은 태백권과 함께 3대 무술 중 하나인 백두권의 계승자다. 그는 강한 힘으로 지역을 초토화시킨다.
 
성준과 만웅의 무술은 다른 색을 보여준다. 성준의 무술이 부드러움 속에 강인함을 지니고 있다면, 만웅은 인간의 육체를 한계까지 단련시킨 듯한 단단함을 선보인다. 물, 대나무, 바람 등 태백권을 상징하는 자연의 느낌을 담은 성준과 호랑이로 대표되는 기백으로 무장한 만웅의 충돌은 코믹과는 다른 박진감 넘치는 액션으로 기대감을 충족시킨다.
 
이 작품이 서민적인 영웅을 그려내는 건 이 지점이다. 성준에게는 세상을 지키고자 하는 원대한 꿈이나, 세상을 지킬 만한 강한 힘이 없다. 그저 내 동네, 내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을 지키고자 한다. 여기에 성준은 가난한 지압원 원장이다. 그는 싸움이 있으면 태백권 계승자가 되지만 평소에는 사람들을 지압해준다. 영웅이 그 정체성을 알게 된 후 세상을 떠돌며 악을 처단하는 반면, 이 서민적인 히어로는 다른 선택을 한다. 
 <태백권> 스틸컷

<태백권> 스틸컷 ⓒ (주)그노스 , 꿀잼컴퍼니(주)

 
IPTV 공개 후 폭발적인 반응으로 극장 역개봉 신화를 이뤄낸 <공수도> 제작사인 ㈜그노스는 <태백권>을 통해 그 열풍을 이어가고자 한다. 전작처럼 코믹액션을 선보이며 전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재미를 준다. 과격하지 않은 액션과 자극적이지 않은 웃음은 추후 (주)그노스의 작품을 기대하게 만든다. 
 
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통해 최초로 공개된 <태백권>을 본 배우들은 작품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최상훈 감독은 촬영 일정이 짧은 힘든 상황 속에서도 가족 같은 분위기로 함께해준 배우들에 대해 고마움을 표했다. 다만 영화에 있어 몇몇 부분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 달 뒤 개봉을 앞둔 <태백권>이 얼마나 더 좋은 작품이 되어 웃음과 쾌감을 안겨줄 것인지 기대를 모은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태백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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