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에베레스트' 포스터

'에베레스트' 포스터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중국의 국가성장에 맞춰 문화시장 역시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중국에서 흥행하면 제작비는 전액 회수가 가능하다는 말이 나오는 걸 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히어로 영화 '아쿠아맨'의 경우 미국보다 중국에서 먼저 개봉해 막대한 흥행수익을 올린 바 있다. 중국 역시 자체적으로 문화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에베레스트>는 할리우드에서나 볼 법한 블록버스터의 규모를 선보이는 영화다. <유랑지구>, <몬스터 헌트> 등에서 볼 수 있듯 중국영화는 기술적인 측면에서 놀라운 발전을 이뤘다. 물오른 경제력을 영화시장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 전염성이 강한 영화의 특성상, 이를 통해 세계시장에 힘을 과시하고자 하고 있다 때문에 미국식 영웅주의처럼 중국식 영웅주의가 진하게 묻어난 작품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에베레스트' 스틸컷

'에베레스트' 스틸컷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미국식 영웅주의는 '미국이 세계를 구한다'라는 생각을 기반으로 한다. <인디펜던스 데이> 등 작품을 보면 외계인이 지구에 쳐들어왔을 때 세상을 구하는 건 미국이다. 중국식 영웅주의 역시 마찬가지다. <유랑지구>를 통해 지구를 구하는 건 미국이 아닌 중국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줬다. 영화 <에베레스트>는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에베레스트 산을 정복하는 건 중국이고, 결국 중국이 세계를 정복할 수 있다는 걸 암시적으로 보여준다.

1975년 에베레스트 최정상에 오른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놀라운 이야기에 더해 긴박감 넘치는 연출과 에베레스트란 자연이 지닌 공포를 실감나게 표현했다.

1960년, 방오주를 비롯한 대원들은 에베레스트 정상을 향한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재난으로 카메라를 들고 있던 대원 송림과 카메라 중 선택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되고, 개당 방오주는 당연히 송림을 택한다. 한데 이 선택은 이후 15년간 방오주를 비롯한 대원들을 괴롭힌다. 에베레스트 정상에 오른 걸 인정받기 위해서는 기록이 필요한데 카메라가 없기에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에베레스트' 스틸컷

'에베레스트' 스틸컷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중국으로 돌아온 방오주와 대원들은 사기꾼 취급을 받게 된다. 때문에 방오주는 다시 한 번 에베레스트에 가고 싶어 한다. 그리고 15년 뒤, 드디어 기회가 오게 된다. 에베레스트 등반대를 모집하게 된 것. 그리고 15년 전 아픈 과거를 지닌 이들이 속속 모이게 된다.

여전히 강한 신념과 육체를 지닌 방오주와 방오주를 위해 소련에서 기상학을 공부하며 이날만을 기다려온 연인 서영, 베이스캠프의 총지휘자로 돌아온 송림이 그들이다.  

감독 이인항은 할리우드에 필적하는 자본력과 기술력에 중국식 영웅주의를 적절하게 투입한다. 세찬 눈바람이 몰아치고 언제 땅이 갈라지고 눈덩이가 떨어질지 모르는 에베레스트의 환경은 극한의 긴장감을 보여준다.    
 
 '에베레스트' 스틸컷

'에베레스트' 스틸컷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최근 할리우드 재난영화가 희생정신이나 극한의 상황설정 대신 다소 담백한 맛을 유지하는 것과 달리 이 중국 재난영화는 오락적인 재미를 강하게 끌어 올린다. 등반대가 절벽 아래로 떨어질 위기에 처하는 장면이나, 강한 눈보라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철조물에 몸을 묶어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 빠르게 움직이는 장면은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을 보여준다.  

여기에 새로운 등반대 대장이 되는 젊은 피 이국량과 그를 짝사랑하는 모란의 사랑, 연인의 꿈을 위해 헌신을 바치는 서영의 순정 등은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애정과 희생정신을 보여준다. 신파적인 요소가 강하지만 마음을 자극하는 힘이 있다. 국가의 명예를 강조하며 애국심을 들끓게 만드는 스토리는 <유랑지구>, <열화영웅> 등에서 보여줬던 중국식 영웅주의와 유사하지만 거슬리는 수준은 아니다.

<에베레스트>는 중국 블록버스터의 성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영화다. 동시에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자취를 감춘 현재 그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다. 재미에 중점을 둔 극한의 상황설정은 보는 내내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고, 사랑과 우정, 신념이 담긴 이야기는 감정을 자극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에베레스트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