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의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 가능성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 토트넘은 3일(한국시간) 영국 셰필드의 브라몰 레인에서 치러진 셰필드 유나이티드와 2019-2020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32라운드 원정에서 1-3으로 완패했다. 손흥민은 이날 후반 45분 해리 케인의 추격골을 어시스트하며 최근 2경기 연속이자 리그 9호 도움을 기록했으나 팀의 패배를 막지 못했다.

토트넘은 이날 패배로 12승9무11패(승점 45점)를 기록하며 9위로 추락했다. 토트넘을 잡은 셰필드(승점 47)는 7위로 올라섰다. 리그가 6경기 밖에 남지 않은 가운데 다음 시즌 UCL 출전권이 주어지는 4위 첼시(승점 54)와의 승점차는 무려 9점이다. 이대로라면 UCL은 물론이고 유로파리그 진출권조차 놓칠 수 있는 최대 위기다.

토트넘은 코로나 사태 이후 인한 리그 중단기 이후 3개월만에 재개된 EPL에서 사실상 가장 수혜를 입은 구단으로 꼽혔다. 손흥민을 비롯하여 해리 케인, 무사 시소코, 스티븐 베르흐베인 등 장기 부상으로 이탈해있던 선수들이 모두 회복하며 완전체 전력을 가동할 수 있게 된 것. 다음 시즌 UCL 출전권이 걸려있는 톱4 수성이 마지막 현실적인 목표였던 토트넘으로서는 남은 매경기가 결승전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토트넘은 리그 재개 이후 3경기에서 최상의 전력을 가동하고도 고작 승점 4점(1승1무1패)을 추가하는데 그치며 4위권과의 격차를 좁히는데 실패했다. 맨유전에서는 선제골을 넣고도 1-1로 비겼고, 웨스트햄에 2-0으로 승리하며 7경기 연속 무승의 사슬을 끊는데 성공했으나 다셰필드에 덜미를 잡히며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첼시가 직전 웨스트햄 원정에서 2대3으로 패하며, 모처럼 승점 차를 줄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에 더욱 뼈아팠던 장면이다.

셰필드전은 토트넘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경기였다. 토트넘은 포체티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2010년대 중반부터 EPL의 새로운 강호로 부상했으나 정작 각종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는 단 한 번도 들어 올리지 못했다. 리그와 컵대회 모두 우승의 중요한 길목에서 어이없이 덜미를 잡히는 경우가 많았다. 토트넘은 압박감이 큰 빅매치에서 경기가 의도대로 풀리지 않을 때 선수들이 스스로 무너지는 장면을 자주 노출했고 무리뉴 체제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셰필드전의 최대 분수령은 역시 VAR로 토트넘의 만회골이 무산된 장면이었다. 토트넘이 선제골을 허용한지 1분만에 해리 케인의 만회골을 터졌지만, 마이클 올리버 주심은 VAR 판독 후 넘어지던 모우라의 팔에 공이 닿았다는 이유로 핸드볼 파울을 선언했다. 공이 모우라의 팔에 맞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전에 셰필드 수비수들이 모우라를 밀어넘어뜨린 장면은 파울로 인정되지 못했다. 토트넘 입장에서는 불운한 장면이었다.

더 아쉬운 부분은 이 장면 이후 토트넘 선수들의 집중력이 덩달아 흔들리는 모습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후반전 토트넘은 셰필드 리스 무세와 올리버 맥버니에게 두 골을 연달아 실점했다. 지난 몇 년간 토트넘이 빅매치에서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패턴의 반복이었다. 주제 무리뉴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VAR 판정이 미친 후유증과 토트넘 선수들의 정신력에 모두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무리뉴 감독의 지도력도 높은 평가를 주기는 힘들다. 토트넘은 시즌중반 작년 구단의 사상 첫 챔피언스리그 결승행을 이끈 포체티노를 내치고 무리뉴 감독을 데려왔다. '스페셜 원'으로 불리우는 무리뉴 감독의 연륜과 카리스마에 거는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트넘은 무리뉴 체제에서도 초반에만 반짝했을뿐 결국 반등에 실패하는 분위기다.

그동안은 부상선수가 많았다는 변명거리가 있었지만, 리그 재개 이후 베스트멤버를 모두 가동한 3경기에서도 토트넘의 경기력은 그리 인상적이지 못했다. 셰필드전에서 점유율은 높았으나 상대의 밀집 수비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고, 오히려 장기라던 수비는 상대의 역습에 손쉽게 무너지며 무려 3골을 허용했다. 원래 무리뉴 감독의 전매특허였던 할만한 선수비 후역습의 실리축구를 상대팀인 세필드가 보여준 꼴이었다.

손흥민과 해리 케인 등 EPL 정상급으로 꼽히는 공격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손흥민과 케인이 2경기 연속으로 골과 도움을 합작했지만 경기력만 놓고 보면 포체티노 감독 시절만큼 역동적인 플레이가 나오지 못하고 있다.

손흥민은 셰필드전에서 단 한 개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다. 무리뉴 감독의 전술에서 손흥민은 다른 공격수보다 수비 진영까지 내려가는 빈도가 높고, 상대 진영에서 먼 곳부터 공격에 가담해야 해 장기이던 역습의 마무리 역할을 시도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부상 전까지는 에이스로 활약할 때는 5경기 연속골을 기록할 만큼 득점력을 뽐내기도 했지만, 정작 돌아온 케인과 함께 뛸 때는 윙백에 더 가까운 역할을 부여받으며 공격본능이 억눌리고 있는 상황이다.

정작 케인도 골은 넣고 있지만 경기 내용은 기복이 심하고, 델레 알리와 에릭 라멜라는 폼이 좀처럼 올라오지 않고 있다. 선수들의 화려한 이름값에 비하여 정작 효율성이 떨어지는 공격진이라고 할 수 있다. 몇 년째 구단의 소극적인 투자와 고착화된 주전경쟁으로 인하여 선수단의 활력이 떨어졌고 경쟁팀들에게 충분히 분석을 당한 것이 전체적인 위력 감소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토트넘에게 남은 기회는 이제 그리 많지 않다. 토트넘이 올시즌 톱4 진입 실패와 함께 유럽클럽대항전 진출권까지 놓치는 최악의 결과를 맞이할 경우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손흥민도 대표팀 선배들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필요가 있다. 손흥민 이전에 EPL에서 먼저 빛을 발했던 이청용(전 볼턴)이나 기성용(전 스완지)은 선수로서 한창 도약할 수 있었던 시점에 '이적 타이밍'을 놓치면서 전성기의 커리어가 꼬여버렸다.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빛나는 시간을 함께한 것은 맞지만,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구단의 비전, 감독과의 전술적 궁합, 어느덧 서른의 문턱에 접어든 손흥민의 나이와 전성기 등을 고려하여 미래에 대한 현명한 판단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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