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다>포스터

<#살아있다>포스터 ⓒ 롯데엔터테인먼트

 
대한민국에서 가장 일상적인 공간 중 하나인 아파트가 가장 공포스러운 공간으로 바뀐다면 어떻게 될까? 영화 <# 살아있다>는 그 물음에서부터 시작한다. 

느지막하게 잠자리에서 일어난 준우(유아인). 이미 다른 가족들은 각자의 일상을 위해 집 밖으로 나간 상태. 준우는 고요한 자신의 집에서 느긋하게 게임으로 하루를 시작 하려 한다. 하지만 갑자기 비명 소리가 들려오고, 창밖을 내다보게 된다. 준우의 눈 앞에 펼쳐진 아파트 단지 안 모습은 아비규환이다.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살아있는 사람들을 물어 뜯는 충격적인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공포감에 휩싸인 준우는 현관문을 봉쇄하고 집 안에서 홀로 버틴다. 그렇게 가족의 생사조차 확인 할 수 없는 통신두절 상태에서 휴대폰에 찍힌 아버지의 마지막 문자 메시지는 '아들 꼭 살아 남아야한다'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 수록 물과 식량은 떨어지고 전기와 통신마저 차단되며 준우는 극도의 고립 상태에 놓인다. 준우는 절망의 끝에 서 있던 그 순간, 맞은편 아파트에 또 다른 생존자 유빈(박신혜)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살아있다> 스틸샷

<#살아있다> 스틸샷 ⓒ 롯데엔터테인먼트

 
<# 살아있다>는 생존 영화의 시각으로 바라 볼 때 제법 현실적인 구석들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기본적으로 영화의 생존 공간이 우리의 생활 공간이다. 식량 고갈은 물론 전기와 통신이 차단된 고립된 상황에서 어찌해야 할지 자연스레 자신을 캐릭터에 대입 시키게 만든다. 여기에 고글과 드론 그리고 스마트폰 같은 디지털 도구부터 손도끼, 로프, 무전기 그리고 아이스픽 등의 아날로그 도구까지 일상용품을 활용한 생존 장면들이 영화에 부족한 현실감을 메워준다. 

생존영화이긴 하지만 이 영화의 가장 큰 맥락은 역시나 좀비영화에 위치하고 있다. 좀비영화로 바라볼 때 이 영화는 한국의 가장 보편적인 공간인 아파트에서 펼쳐지는 가장 보편적인 좀비영화이다. 보편적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기존 좀비영화와 차별화 된 부분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런닝맨'이 아니면 안 되는 21세기 좀비의 기본 설정은 어쩔 수 없더라도 매 장면 기시감이 적지 않다. 감염자가 좀비로 변하는 과정에서 보여지는 아크로바틱한 몸동작은 <부산행> <창궐>등이 보여준 흐름을 그대로 차용했다.

여기에 좀비가 인간이었을 당시의 생활습관을 지니고 있다는 설정도 일본영화 <아이엠 어 히어로>와 같다. 또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부분 역시 <월드워Z> <부산행> 같은 작품에서 중요한 요소로 쓰인 바 있다. 더불어 좀비가 되어버린 가족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물려죽는 유서 깊은 클리셰까지 만나볼 수 있다.
 
 <#살아있다>박신혜

<#살아있다>박신혜 ⓒ 롯데엔터테인먼트

 
참신함과는 거리가 멀긴하지만, 영화는 감각적인 음악과 속도감 있는 연출로 밀도 높은 긴장감을 만들어 내며 좀비영화로서의 기대치를 어느정도 충족하는 하는 편이다. 여기에 적절히 버무려진 유머도 소소한 재미를 제공한다.  

하지만 부족한 설득력과 개연성은 영화의 가장 큰 구멍으로 자리 잡는다. 며칠 동안 굶었는데도 너무 멀쩡해 보이는 준우의 모습에선 부족한 디테일이 엿보였고, 갑자기 여전사로 돌변하는 유빈의 모습은 다소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물론 두 주인공의 연기는 더할 나위 없다. 카메라가 러닝타임 내내 준우를 담아내고 있기에 유아인의 존재감은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당연히 배우 입장에서 다소 부담스러운 역할이지만 유아인은 입체적이고 풍부한 연기로 영화 전체를 끌고간다. 여기에 영화 중간부터 투입되어 극의 전환점이 되어주는 박신혜의 연기도 안정적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구건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zig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살아있다. 유아인 박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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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아빠이자 영화 좋아하는 네이버 파워지식iN이며, 2018년에 중소기업 혁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보안쟁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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