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기훈 수원의 캡틴 염기훈이 인천과의 K리그 3라운드에서 후반 15분 결승골로 팀 승리를 견인했다.

수원의 염기훈 ⓒ 한국프로축구연맹

 
시즌 첫 승리를 꼭 이뤄야 한다는 간절함이 남달랐던 K리그 수도권 라이벌 매치가 끝까지 보는 이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역시 축구장 1골의 가치는 예상보다 컸고 바로 그것이 승점 3점을 상징했다.

페널티킥 골이어서 좀 싱거워 보일 수도 있지만 그 1골이 한 팀에게는 애타게 기다렸던 시즌 첫 승리 선물이었고, 상대 팀에게는 시즌 첫 실점이자 첫 패배의 상징이 된 셈이다.

이임생 감독이 이끌고 있는 수원 블루윙즈가 23일 오후 4시 30분 수원 빅 버드에서 벌어진 2020 K리그 원 3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 FC와의 홈 게임에서 후반전 염기훈의 페널티킥 결승골을 끝까지 지켜내며 천신만고 끝에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일정 포함 시즌 첫 승리를 거뒀다.

4게임 연속 1점 차 패배 수원, 첫 승리 기회 잡다

이 게임 홈 팀 수원 블루윙즈는 지난 2월 19일 AFC 챔피언스리그 빗셀 고베(일본)와의 홈 게임에서 0-1로 졌다. 그리고 3월 3일 이어진 조호르 다룰 탁짐(말레이시아)과의 어웨이 게임에서도 1-2로 패했으니 새 시즌 시작 분위기가 좋을 리 없었다. 

2019년 FA(축구협회)컵 우승 팀 자격으로 코로나-19를 피해 늦게 개막한 K리그 1 공식 개막 게임에서 K리그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를 만난 수원이 바로 다음 게임에서 이번 시즌 우승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울산 현대를 연거푸 만난 것은 어쩌면 불운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개막한 K리그 초반 그 두 게임도 모두 1골 차(전북 1-0 수원 / 수원 2-3 울산 현대)로 패했으니 '축구 수도'를 자부하는 수원으로서는 이 답답한 심정을 어디 하소연할 수도 없었다. 

이번 3라운드 상대는 많은 전문가들이 강등권으로 예상하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 FC이기에 무슨 일이 있어도 시즌 첫 승리를 따내야 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약체로 분류되는 인천 유나이티드가 임완섭 새 감독의 지도를 받으며 달라졌기에 승리를 장담할 수는 없었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지난 시즌 또 하나의 K리그 1 생존 드라마를 만든 유상철 감독을 명예감독으로 돌려놓고, 안산 그리너스(K리그 2)를 지도하며 팀 조직력을 탄탄하게 만들 줄 아는 임완섭 감독을 데려와 수비 안정화(실점 최소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그 효과가 이전 두 게임을 치르며 무실점 2무승부 결과로 나왔지만 첫 승리가 그 어느 팀보다 간절했던 홈 팀 수원 블루윙즈의 공격을 다 막아낼 수는 없었다. 크르피치와 타카트 두 외국인 골잡이를 맨 앞에 둔 수원 블루윙즈는 인천의 짠물 수비를 전반전부터 크게 흔들어 놓았다. 

수원의 상징, 염기훈 페널티킥 결승골

게임 시작 후 7분만에 오른쪽 측면 역습 얼리 크로스를 받은 골잡이 크르피치가 빼어난 공간 이동 능력을 자랑하며 오른발 골을 노렸지만 각도를 잘 잡고 몸을 내던진 인천 유나이티드 골키퍼 정산의 슈퍼 세이브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31분에는 크르피치의 역습 패스를 받은 타가트가 오른발 대각선 슛으로 역시 첫 골을 노렸지만 인천 골키퍼 정산의 손끝을 스친 공이 인천 골문 왼쪽 기둥에 맞고 나오는 불운을 겪어야 했다. 

이처럼 전반전에는 홈 팀 수원이 게임을 압도했지만 인천 유나이티드의 후반전 역습을 간과해서는 안 되는 흐름이었다. 어웨이 팀 인천 유나이티드는 듬직한 골잡이 케힌데가 게임 시작 후 19분만에 무릎 부상으로 실려 나가는 불운을 겪었지만 간판 골잡이 스테판 무고사의 슛 감각이 조금씩 살아나고 있었기에 바꿔 들어온 김호남과 호흡을 이뤄 수원 수비 라인을 충분히 긴장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인천 유나이티드의 희망 무고사가 57분에 첫 골 기회를 잡았다. 김준범의 역습 패스를 받은 무고사가 수원이 자랑하는 든든한 센터백 헨리를 따돌리는 것까지 성공한 것이다. 바로 그 다음 무고사 앞에는 수원 골키퍼 노동건밖에 없었다. 여기서 무고사는 왼발 인사이드 슛을 날렸지만 빗맞는 바람에 골키퍼를 피하지 못했다. 

그리고는 2분 뒤 인천 유나이티드 골문 앞에서 이동준 주심의 휘슬 소리가 길게 울렸다. 수원 블루윙즈 공격형 미드필더 김민우가 수비수를 등지며 공을 잡아놓은 순간, 뒤에 있던 인천 유나이티드 새 센터백 문지환이 잡기 반칙을 저지른 것이다.

대구 FC와의 시즌 개막 게임, 성남 FC와의 2라운드 어웨이 게임을 치르며 단 1골도 내주지 않았던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짠물 수비가 페널티킥 한 방으로 뚫리는 순간이었다. 11미터 지점에 공을 세워놓은 수원의 상징 염기훈은 왼발 인사이드 킥을 너무도 정확하게 왼쪽 구석으로 굴려넣었다.

이 페널티킥 성공으로 수원 블루윙즈가 시즌 첫 승리의 발판을 놓았지만 안심하기에는 일렀다. 지난 2라운드 울산 현대와의 홈 게임에서 먼저 2골을 넣고도 후반전 내리 3골을 얻어맞는 바람에 펠레 스코어 역전패를 당한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이었다. 

수원의 페널티킥 골이 터진 뒤 5분만에 인천 유나이티드의 동점골 기회가 나왔다. 골잡이 무고사가 수원 골문 앞 흐른 공을 향해 왼발 돌려차기를 시도한 것이다. 하지만 무고사의 슛 순간 바로 앞 수원 선수들 셋이 몸을 날려 실점을 막아냈다. 공격형 미드필더 고승범이 골 라인 바로 앞에서 무고사의 굴절된 슛을 걷어냈으니 이 아찔한 순간이 양팀에게는 가장 긴장된 시간이었을 것이다.

이 위기를 온몸으로 넘긴 수원 블루윙즈의 이임생 감독은 68분에 빠른 미드필더 박상혁을 빼고 수비수 조성진을 들여보내며 1골의 소중한 가치를 끝까지 지켜내는 수비 전술 지시로 끝내 시즌 첫 승리 감격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AFC 챔피언스리그 일정 포함 다섯 게임만에 시즌 첫 승리를 따낸 수원 블루윙즈는 이제 4라운드 일정으로 오는 30일(토) 오후 7시 구덕운동장으로 찾아가 부산 아이파크와 오랜만에 만나며, 아직 시즌 첫 골을 넣지 못한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그 다음 날인 31일(일) 오후 7시 포항 스틸러스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으로 불러들여 답답한 공격의 물꼬 트기 숙제를 받아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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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 수원 블루윙즈 염기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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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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