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화영웅' 포스터

'열화영웅' 포스터 ⓒ 레인주니어 픽쳐스

 
중국 역대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른 2019년 작 <유랑지구>는 대부분의 수익을 중국에서 벌어들였을 만큼, 해외 흥행에는 실패하였으나 중국 블록버스터가 지닌 가능성을 보여줬다. 막대한 자금력을 지닌 중국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못지않은 규모와 CG를 통해 '미국이 지구를 구한다'는 공식을 '중국도 지구를 구한다'로 바꿔 놨다.
 
<열화영웅>은 이런 중국 블록버스터의 위력을 다시 한 번 보여주는 작품으로 재난영화의 규모 측면에 있어서는 손에 꼽힐 만큼 압도적인 위용을 과시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은 기존 소방관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보여줬던 주제의식을 답습하면서 여러 가지 상황설정을 흥미롭게 가져간다. 그 시작은 도입부 화재현장 장면부터다.
  
 '열화영웅' 스틸컷

'열화영웅' 스틸컷 ⓒ 레인주니어 픽쳐스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하고 두 명의 소방관은 건물에 남은 아이를 구하기 위해 불길 속으로 들어간다. 아이를 안고 비상구를 향해 뛰어가지만 쌓아둔 짐으로 막혀있는 비상구. 이에 베테랑 소방관 장 리웨이는 도끼로 창문을 깨면서 불길을 외부로 유도한 뒤 무사히 탈출한다. 이 장면은 스릴감 넘치는 전개와 예상치 못한 아이디어, 비상구를 짐으로 막아두는 부족한 시민의식을 동시에 담아내며 눈길을 끈다.
 
하지만 그 다음 장면에서 작품은 더 커다란 액션을 보여준다. 다 잡은 줄 알았던 화재는 LPG 가스통이 있는 창고에 불이 붙으면서 건물이 날아가는 대규모 사고로 번진다. 이 사고로 동료를 잃은 장 리웨이는 그 책임을 물어 직위해제를 당하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린다. 그리고 장 리웨이의 친구 웨이궈가 대장 자리를 꿰찬다.
 
아들의 유치원 운동회에 참가한 장 리웨이 가족. 그는 자신을 살인자라 말하며 아들을 괴롭히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더 이상 가족 앞에서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될 수 없다 여기던 그에게 마치 이를 만회하라는 듯 기회가 온다. 아주 위험한 기회가. 빈강시 항만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송유관 폭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이 사고는 한국을 비롯한 인접 국가들에게도 위협을 줄 만한 것으로 제한된 시간 안에 불을 꺼야만 한다.
  
 '열화영웅' 스틸컷

'열화영웅' 스틸컷 ⓒ 레인주니어 픽쳐스

 
영화는 세 개의 팀으로 나눠 온 몸을 바치는 소방대원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장 리웨이는 사방이 불길로 뒤덮여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추가 파이프 관에서 가스가 새어나가는 걸 막기 위해 밸브를 8천 번 돌리는 임무를 맡는다. 자식과 아내가 사는 도시를 지키고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되기 위해 목숨을 불사하는 그는 기름 유출로 사방이 불길로 뒤덮인 곳에서 도망치지 않고 밸브를 돌린다.
 
웨이궈는 대원들을 이끌고 불길이 번지는 걸 막는 임무를 맡는다. 외부에서 거대한 살수차가 물을 계속 뿌리는 와중에 내부에서의 임무 수행을 위해 불을 끄고 불길이 번지는 걸 막아야 된다. 그를 비롯한 대원들은 물이 떨어질 때까지, 물이 떨어지면 벽돌을 날려서라도 불길이 번지는 걸 막는다.
 
리샤오빈은 바다에서 살수차로 물을 끌어오는 임무를 맡는다. 소방중대의 약혼녀와 웨딩촬영 중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출동한 그는 바다 쓰레기를 계속 치우면서 물이 꾸준히 공급되도록 노력한다. 이런 소방대원들의 모습은 제목 그대로 '영웅'의 이미지를 강화한다. 그래서 이 작품 역시 블록버스터 영화가 지닌 고질적인 문제인 내셔널리즘과 희생정신, 신파를 담고 있다. 
  
 '열화영웅' 스틸컷

'열화영웅' 스틸컷 ⓒ 레인주니어 픽쳐스

 
특히 웨이궈와 대원들이 맨몸으로 팔짱을 끼고 불길과 맞서 싸우려고 드는 장면이나 대원 정쯔가 홀로 호스를 들고 불길에 휩싸인 대원들을 구해내는 장면은 지나친 희생정신과 신파를 강조하는 듯하다. 하지만 작품은 이런 단점을 소재를 통해 극복해낸다. 바로 소방대원이다. 소방대원들은 자신의 몸을 희생해서라도 생명을 구하기 위해 애쓴다. 작품이 강조하는 국가와 희생은 이런 정신과 일맥상통한다.
 
여기에 블록버스터의 묘미를 살려내면서 긴장감을 이끌어내는 전개는 꽤 흥미롭다. 도시 전체를 폭발시킬 만한 화재의 규모와 벽을 뚫고 폭발하는 불길, 사방으로 튀어 올라 소방대원들을 공격하는 맨홀뚜껑의 공포는 쉴 틈 없는 액션을 선보인다. 장 리웨이-웨이거-리샤오빈에게 서로 다른 임무를 부여해 다양한 장면을 연출해내는 것 역시 인상적이다. 
 
<열화영웅>은 '중국영화'라는 편견을 빼고 바라본다면 기존 공식에 충실하면서 블록버스터의 매력을 극대화한 매력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재난 상황은 더욱 극적이고 처절하게 표현되었으며 이를 실감나게 표현할 규모도 갖췄다. 여기에 다소 과잉이긴 하지만 감정을 자극하는 신파적인 요소는 소방대원들의 노력과 희생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준모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열화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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