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도하는 남자> 스틸컷

영화 <기도하는 남자> 스틸컷 ⓒ (주)랠리버튼


영화 <기도하는 남자>는 신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린 남자의 이야기다.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우리 삶에서 시험에 들게 하는 일들을 향한 자조 섞인 이야기다.

신도 네 다섯 명을 넘나드는 개척교회 목사 태욱(박혁권)은 대리운전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대체 언제 끝날지 모르는 경제난에 찌들 대로 찌들어 있는 두 딸의 아빠기도 하다. 설상가상으로 아내 정인(류현경)은 장모(남기애)의 간 이식 수술비 5천만 원 이야기를 꺼내고 두 사람은 돈 5천을 빌리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하기에 이른다.

아무리 일을 열심히 한다 한들 두 사람이 벌어 모을 수 있는 돈에는 한계가 있고 빌릴 수 있는 지인도 한계에 다다랐다. 부부는 각자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돈을 모으고자 하지만 열악한 환경을 그들을 더욱 옥죄어 오기만 한다.
 
 영화 <기도하는 남자> 스틸컷

영화 <기도하는 남자> 스틸컷 ⓒ (주)랠리버튼

 
한편 태욱은 우연히 후배의 외도를 목격한 후 이를 빌미로 돈을 빌리려는 계획을 세운다. 돈 앞에 목사라는 직업은 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또 정인은 친구에게 소개받은 대학 동창으로부터 위험한 제안을 받기도 한다. 두 사람은 속세에서 신보다도 우위에 있는 돈에 쫓겨 인간성이 무너지는 참극을 겪는다. 과연 이들에게 남은 인생은 어디까지일까? 신에 대한 믿음과 돈에 대한 절박함이 상충하는 처절한 갈등은 평범한 우리들의 모습과도 다르지 않다.

이 남자는 힘들 때마다 기도로 고난을 이기고자 했다. 시련과 고통이 기도를 듣는 신의 응답이라 믿었다. 하지만 일이 잘 풀리지 않자 신을 향한 분노를 드러낸다. 이렇게까지 견뎠는데 그다음은 뭔지 묻는다. 신은 속 시원하게 말해주지 않는다. 때문에 태욱은 겉잡을 수 없는 폭주를 시작하고 급기야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야 만다.

결국 태욱은 폭발하기에 이른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고, 열심히 기도하며 하루하루를 충실히 살았는데 신이 나에게 준 것은 대체 무엇인가. 신은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고통을 준다고 하지 않나. 태욱은 임계치를 지나도 훨씬 지난 것 같다. 가난한 종교인은 교회를 세습하는 부자 목사에게 멸시를 받고, 돈이면 다 되는 세상에서 돈 없는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영화 <기도하는 남자> 스틸컷

영화 <기도하는 남자> 스틸컷 ⓒ (주)랠리버튼

 
종교인으로서 지켜야 할 모범과 윤리는 이미 무너진지 오래다. 성경의 내용과 신을 향한 믿음은 점자 깨지고 있다. 수치심과 모욕감보다 더 강한 것은 바로 '돈'이었다. 믿음도 돈이 있어야 가능한 세상이다. 돈 앞에서 믿음만을 공고히 할 수 있는 자는 많지 않다.
 
정인 또한 괴롭다. 대학시절 자신을 좋아했던 남자의 성공 소식과 더불어 그 남자에게 돈을 꾸어야 하는 절박함이 상충한다. 엄마의 수술비 5천만 원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기도 하다. 하지만 면죄부 아닌 면죄부를 받는 인물 또한 정인이다. 삶은 언제나 의도하지 않는 방향으로 흐르는 비선택과 우연의 연속임을 보여준다.

기도란 자신의 욕망을 가장 잘 표현하는 것이다. 신을 믿던 믿지 않던 누구나 간절한 순간에 기도를 통해 신에게 맹세한다. 하지만 신이 아닌 인간은 현실과 이상의 딜레마에서 늘 잘 못된 선택을 하고 자기모멸감에 빠진다.
 
 영화 <기도하는 남자> 스틸컷

영화 <기도하는 남자> 스틸컷 ⓒ (주)랠리버튼

 
영화 <기도하는 남자>에는 제목에서 풍기는 종교적인 색채가 드러나지 않는다. 굳이 개척교회 목사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이입 가능한 이야기는 두 배우의 열연으로 빛난다. 때문에 종교가 없어도 충분히 이해 가능한 이야기다. 종교를 영화를 위한 장치일 뿐 공감대 높은 현실적 이야기가 오히려 심리 드라마의 틀을 유지한다. 믿음을 전해야 하는 목사가 처한 상황은 그도 돈 앞에 똑같은 연약한 인간임을 깨닫는다.

신념을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희생과 이에 따른 양가적인 감정은 삶 속에서 언제나 찾아온다. 이 위기 앞에 어떤 방법으로 헤쳐 나갈지는 관객 스스로 판단하길 유도한다. 온종일 기도만 하고 있을지 밖으로 나가 행동할지 오로지 당신의 선택에 달렸다.
기도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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