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가 LG에게 역전승을 거두며 4위 경쟁을 이어갔다.

이동욱 감독이 이끄는 NC 다이노스는 2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장단 9안타를 터트리며 5-2로 승리했다. 파죽의 4연승 행진을 달린 NC는 4위 LG와의 승차를 4.5경기로 줄이며 시즌 막판까지 순위경쟁을 포기할 뜻을 없음을 분명히 했다(58승1무56패).

NC는 선발 구창모가 6이닝 3피안타 2사사구 탈삼진 비자책 2실점 호투로 시즌 9번째 승리를 챙겼고 박진우와 강윤구, 마무리 원종현으로 이어지는 불펜 투수 3명도 3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타선에서는 양의지가 5회 결승 투런 홈런을 터트린 가운데 박민우도 동점 적시타를 포함해 2안타 2타점 1득점으로 활약했다. 그리고 NC가 5회 2사 후 대거 4득점을 올리며 역전하는 데 도화선을 붙인 선수는 NC가 자랑하는 '슈퍼 유틸리티' 김태진이었다. 

퓨처스리그에서 활약하며 유틸리티 플레이어로서 착실히 성장
 
 2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KBO 리그 NC와 LG의 경기. 6회 초 1사 주자 만루 상황에서 김태진이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타점을 올리고 있다. 2019.8.22

2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KBO 리그 NC와 LG의 경기. 6회 초 1사 주자 만루 상황에서 김태진이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타점을 올리고 있다. 2019.8.22 ⓒ 연합뉴스

 
올스타 3회 출전에 빛나는 메이저리그 선수 벤 조브리스트(시카고 컵스)의 별명은 '슈퍼 유틸리티'다. 2016년 컵스 월드시리즈 우승의 주역이기도 한 조브리스트는 빅리그 커리어 14년 동안 4개 팀에서 활약하며 포수를 제외한 전 포지션을 소화했다. 물론 2루수와 우익수가 가장 익숙한 포지션이지만 조브리스트는 경기 도중 부상 같은 변수가 발생할 경우 어느 포지션에서도 활약할 수 있는 팀 내 가치가 매우 높은 선수다.

KBO리그의 대표적인 유틸리티 플레이어는 KIA 타이거즈의 서동욱이다. LG 시절 두 번이나 좌우 연타석 홈런을 때린 '거포형 스위치히터'로 기대를 모았던 서동욱은 2013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로 트레이드된 이후 본격적으로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특히 KIA에서의 두 번째 시즌이었던 2017년에는 내야 전포지션은 물론 우익수와 좌익수까지 무려 6개 포지션을 소화하는 다재다능함을 뽐냈다.

 물론 메이저리그의 조브리스트처럼 1000만 달러(한화 약 120억 원)가 넘는 고액 연봉을 받는 '귀하신 몸'의 유틸리티 플레이어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틸리티 플레이어는 고정 포지션을 갖지 못한 백업 선수가 1군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은 NC의 '슈퍼 유틸리티'로 자리를 잡고 있는 김태진 역시 신일고 시절까지는 유틸리티 플레이어가 아닌 청소년 대표에 뽑힐 정도로 뛰어난 2루수 유망주였다.

하지만 팀 선배가 된 손시헌을 떠올리게 하는 173cm의 작은 체구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김태진의 가치를 떨어트렸고 김태진은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4라운드로 NC에 지명됐다. 김태진은 2015년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402로 타율왕에 오르며 뛰어난 타격재능을 인정 받았지만 단 세 타석에 불과했던 초라한 1군 경력 때문에 상무 야구단의 합격자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다.

비록 일찍 병역의무를 마치겠다는 계획은 조금 늦어졌지만 김태진은 2016년에도 타율 .385를 기록하며 성장을 이어갔다. 김태진은 2016년 U-23 야구월드컵 대표팀에 선발됐고 시즌이 끝난 후에는 경찰 야구단에 합격했다. 2017년 타율 .328 5홈런24타점을 기록한 김태진은 경찰야구단의 실질적인 마지막 시즌이 된 작년에도 타율 .314 6홈런 37타점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올리며 퓨처스리그에서 알찬 군생활을 보냈다. 

주전들 부상과 부진으로 얻은 기회, 이제는 어엿한 신인왕 후보

김태진이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오자 가을야구 단골손님이었던 NC는 최하위로 추락해 있었다. 하지만 김태진은 NC의 부진한 성적 덕분에(?) 전역하자마자 1군에서 제법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작년 전역 후 20경기에 출전해 .355의 높은 타율을 기록한 김태진은 9월 27일 SK 와이번스전에서 박민호를 상대로 프로 데뷔 첫 홈런을 터트리기도 했다. 

물론 올 시즌을 앞두고 1군 실적이 많지 않았던 김태진을 주목하는 야구팬은 그리 많지 않았다. FA 최대어 양의지를 영입한 NC는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외국인 선수 크리스티안 베탄코트까지 데려 오면서 내·외야의 빈자리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업으로 시즌을 시작한 김태진은 간판타자 나성범의 부상과 외국인 선수 베탄코트, 그리고 권희동, 김성욱의 예상 밖 부진을 틈 타 조금씩 기회를 얻기 시작했다.

전반기 주로 나성범과 베탄코트의 자리였던 외야수로 출전했던 김태진은 후반기부터 노장 박석민과 고질적인 햄스트링 부상이 있는 박민우의 체력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2루수와 3루수로 출전하는 횟수가 잦아지고 있다. 프로 입단 후 좀처럼 1군에서 기회를 얻지 못하면서도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운 김태진의 노력이 올 시즌에야 비로소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올 시즌 97경기에 출전해 타율 .295 5홈런 38타점 38득점 10도루를 기록하고 있는 김태진은 최근 10경기에서도 .419의 고타율을 기록하며 타격감을 한껏 끌어 올리고 있다. 김태진은 22일 LG전에서도 5회 2사 후 대량득점의 시발점이 된 우전안타를 치고 출루해 득점을 기록했고 6회에는 1사 만루에서 승부에 쐐기를 박는 희생플라이로 타점을 추가했다. 1번 3루수로 선발출전한 김태진은 이날 휴식을 취한 박석민의 빈자리를 완벽히 메웠다.

2014년 입단해 작년까지 5년 동안 40타석만 소화한 김태진은 여전히 신인왕 자격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신인왕 경쟁은 삼성 라이온즈의 원태인이 최근 2경기에서 16실점으로 부진하며 다시 LG의 사이드암 정우영이 독주체제에 들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마산 아이돌 4호기' 김태진이 신인왕 경쟁에서 돌연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김태진은 정우영을 꺾고 신인왕을 차지할 수 있을까.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BO리그 NC 다이노스 김태진 슈퍼 유틸리티 신인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