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목소리는 어디 있습니까? 스포츠혁신위원회의 권고안은 현실성 없는 방안입니다. 학교 스포츠 및 엘리트 선수 육성을 너무도 모르는 상태에서 만든 것 같습니다. 스포츠 혁신위 등 정부 관계자들이 '체육계의 목소리'를 성의껏, 제대로 경청해야 합니다."

학교체육 및 선수 육성의 위한 스포츠혁신위원회의 권고문이 발표된 이후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제 1소회의실에서 '엘리트선수 육성,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손범규 회장

손범규 회장 ⓒ 손범규

 
이날 발제자로 나선 손범규 중고탁구연맹회장은 "권고문 자체가 현장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주말에도 대회를 치르는 학생선수들과 지도자들의 어려움을 권고안에서는 고려하지 않았다"며 "권고안은 엘리트 체육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범규 회자은 1995년 12월 SBS 공채 5기 아나운서로 입사한 뒤 뉴스, 교양프로그램 및 스포츠 중계 위주로 활동했으며 올림픽에 6차례 캐스터로 참여하는 기록을 세웠다. 주로 농구, 탁구 중계를 맡았고, 그 중에서도 탁구에 대한 전문적인 해설 능력을 가지고 있다. 2016년 7월부터 한국중고탁구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손 회장을 12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문답 전문.

- 요즘 체육계가 뒤숭숭합니다. 간단하게라도 설명해 주시지요.
"정부가 만든 스포츠혁신위에서 4차에 걸쳐 스포츠혁신안을 발표했습니다(스포츠 혁신위는 17일 5차 권고안을 발표했다 - 편집자 말). 기본 취지는 선수들의 인권보호, 학습권보장입니다만, 역으로 선수들의 인권침해(주중대회 금지) 경기력 후퇴(소년체전 권역별 보장, 중고등학생 축전으로 전문선수와 일반선수의 합동 경기), 지도자들의 어려움 가중(주 52시간 근무)에 대해서는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못 했습니다."

- 지난 8일 엘리트선수 육성방안에 관한 토론회에서 발표하셨는데.
"혁신위의 권고안이 현장을 알지 못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일방적인 발표 후 체육계와 소통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였습니다. 그 대안으로 혁신위 권고안의 재고와 현장과의 소통을 제시하였습니다."
 
 엘리트 선수 육성 방안에 관해 발제하는 손범규 한국중고등학교탁구연맹 회장.

엘리트 선수 육성 방안에 관해 발제하는 손범규 한국중고등학교탁구연맹 회장. ⓒ 중고교탁구연맹

 
- 토론회에서 '학습권에 대한 권고 현실을 반영하지 않았다'면서 문체부의 권고안에 반대하셨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건가요?
"주중대회 전환은 일부 종목의 경우(골프, 탁구, 유도, 복싱 등)에는 권고위의 혁신안처럼 변형하기 힘듭니다. 경기장 대여나 경기 수의 조정이 어렵거든요. 그리고 선수들도 주말에는 쉴 때도 있어야지요."

- 생활스포츠를 통한 국제적인 선수 육성이 정말로 어려운가요?
"공부만하기도 어려운데, 운동을 많이 하라면 반발하겠지요. 공부를 한다고 다 잘하는 것도 아니고, 운동을 한다고 해도 다 좋은 성적을 내기는 어렵습니다. 박세리, 류현진, 손흥민, 이강인 선수 등 대한민국을 빛낸 선수들이 다 학교수업을 들었을까요? 중학교부터는 운동선수의 특수성을 인정해서, 수업은 맞춤형으로 사회 진출 시 필요한 공부를 할 수 있게 해 주고, 운동은 많이 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합니다. 수업을 100퍼센트 다 받아도 남은 시간에 운동하면서 국제적인 선수가 나올 수 있을까요? 수업을 다 안 받는다고 해서 무식하지도,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것도 아니고요. 생활스포츠는 건강과 취미이고, 전문선수는 직업입니다."

- 전국소년체전을 학생 스포츠축전으로 확대하지 않고 이원화하여 운영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하셨습니다. 그렇게 하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요?
"소년체전에 나오는 초등학교 선수들도 이미 전문선수입니다. 취미로 운동하는 선수들과의 실력 차가 크지요. 중고등학교 선수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선수와 취미 학생이 같이 경쟁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요? 필요하다면 현재의 소년체전과 전국체전은 지금처럼 실시하고, 같이 축제를 즐기는 축전은 따로 실시해야지요."
 
 손범규 회장

손범규 회장 ⓒ 손범규

 
- 체육선수들의 학습권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엘리트 체육을 지향하다 보면 이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게 힘들 수도 있을 겁니다. 어떤 방향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과학중점학교처럼) 체육중점학교를 설립하거나 각 학교에서 운동선수에 맞는 맞춤형 수업을 하는 게 필요합니다."

- 토론회에서 금지와 제재보다는 지원과 권장 및 보완책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셨는데.
"단점만 보고 학교체육을 약화시키는 방향으로만 권고안이 가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클럽과 학교체육이 잘 조화를 이루어야겠지만, 지금의 권고안은 약화만 시킵니다. 지원과 권장 보완책은 아예 없어요. 예산확보, 각 부처 간 협의도 없었어요. 협의도 없는 이런 권고안은 참 공허합니다."

- 일반적으로 스포츠협회나 연맹의 회장 자리는 해당 분야의 전직 선수 또는 감독이나 기업 회장들이 맡는 사례가 대부분입니다. 손 회장께서는 어떤 사연으로 한국중고등학교 탁구연맹 회장을 맡게 되셨는지요?
"저는 24년간 뉴스와 교양 프로그램, 스포츠 중계를 해 왔습니다. 올림픽중계도 6번이나 했고, 농구, 골프, 탁구, 배드민턴, 태권도 중계를 주로 했습니다. 또한 막내 이모가 국가대표 탁구선수였고, 동생은 골프선수였습니다. 아들이 둘인데, 둘째가 어릴 때 자신은 운동을 하고 싶다고 해서 선택한 종목이 탁구였습니다. 대한탁구협회 이사를 6년 하면서, 체육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체육계는 내부적으로도 개혁이 필요합니다. 협회나 연맹의 장이 봉사보다는 명예나 작은 이익을 쫒다 보니 환경은 더욱 열악해지고 있고요. 개혁과 발전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3년 전 한국 중고등학교 탁구연맹회장선거에 당선해 봉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체육계의 목소리를 내고, 발전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는 데 봉사하고 싶습니다."
 
 엘리트선수 육성방안을 주제로 8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

엘리트선수 육성방안을 주제로 8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 ⓒ 중고교탁구연맹

 
- 앞으로 연맹회장직을 하면서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소개해 주시지요.
"대부분의 종목이 다 열악합니다. 그러나 노력하면 길이 있습니다. 매 년 1억 원 이상의 후원금으로 선수들과 지도자들을 외국시합에 파견하고, 장학금과 격려금(지도자)을 주고 있습니다. 또, 모든 대회에 지상파나 케이블, 유튜브 중계를 하고 있습니다. 남은 1년 동안의 임기에는 좋은 차기회장을 모셔오고, 연맹의 재정적 안정을 이루는 일이 목표입니다.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고, 열악한 환경 탓만 하지 않고 계속 봉사할 계획입니다."

- 아나운서 및 앵커가 되고자 하는 대학생들에게 도움말을 들려 주시지요.
"본인의 관심 분야에 대해서 계속 연구하고, 종사자들을 만나면서, 준비를 해야지요. 워낙 방송, 언론계는 문이 좁기는 하지만, 다른 사람보다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요? 꿈은 이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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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글쓰기 전문매체 '글쓰기'에도 싣습니다.
손범규 스포츠혁신위원회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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