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운동연합 콘서트 '라이브 그린' 현장

환경운동연합 콘서트 '라이브 그린' 현장 ⓒ 환경운동연합

 
'귀르가즘(귀와 오르가즘을 합친 신조어)'을 일으키는 청량감 넘치는 목소리, 인디 밴드 특유의 자유로운 패션, 팬들과 일일이 눈을 마주치는 무대 매너까지...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성곡미술관에서 열린 '특별한' 콘서트의 풍경이다. 콘서트 풍경 자체만 보면 여느 콘서트장과 크게 다를바 없었다. 하지만 이들의 노래를 좀더 꼼꼼히 들어보면 차이가 두드러졌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세 팀은 이렇게 노래했다. '빨대는 이제 뺄 때'라고, '숲이 사라져 간다'고, 또 '훗날 아이들에게 왜 환경을 지키지 못했냐는 질문을 받게 될 것'이라고. 이 콘서트의 이름은 '라이브 그린', 초록을 노래한다는 뜻이었다.

또 이들은 '들숲날숨'이란 제목의 음반도 냈다. '숲을 들이쉬고 숨을 내뱉는 노래'라는 뜻으로, 이들과 함께 10개의 인디밴드팀이 음반에 참여했다. 앨범에 담긴 10곡 모두 주제가 환경이었다. 첫번째 곡 이매진의 '상괭이'를 시작으로 이여름의 '오늘의 날씨', 바버렛츠의 '파란 하늘을 보았니?' 등 동물이나 미세먼지, 플라스틱 등을 주제로 한 노래들이 담겨 있다.
 
싱어송라이터들이 초록을 노래하게 된 까닭
 
"혹시 상괭이라고 아시나요?"
 
'어떻게 환경에 관심 갖게 되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가수 이매진은 이렇게 되물었다다. 이날 공연이 시작되기 전 <오마이뉴스>와 만난 자리에서다.
 
'노래하는 이매진'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그는 "(상괭이를) 살쾡이로 오해하는 분들이 많다"며 "상괭이는 태종실록에도 등장할 만큼 오래 전부터 한강에 살던 돌고래"라고 말했다.

상괭이는 바다와 하천에서 서식하던 우리나라의 토종 돌고래다. 하지만 환경오염과 포획 등으로 현재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있다. 지난 2006과 2015년에도 한강 시민공원에서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이매진은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상괭이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꼈다"며 "미안한 마음에 노래를 쓰게 됐다"고 했다.
 
시민단체인 환경운동연합 회원인 이매진은 또 다른 싱어송라이터의 제안으로 환경음반 제작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곡을 만드는 데 동참해줄 주변의 친한 가수들을 물색했고, 1년 3개월 만에 1집을 내는 데 성공했다.
 
이매진은 '상괭이'뿐 아니라 '숲숲숲'이라는 노래도 냈다. 그는 "'도시 일몰제'에 반대한다는 의미에서 곡을 썼다"고 말했다. 도시일몰제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원을 만들기 위해 지정한 부지를 도시 공원으로 정하고도 20년 간 진전이 없을 때, 공원 지정에서 풀어주는 제도다. 이에 따라 2020년 7월, 서울 시내 116곳이 도시 공원에서 해제될 예정이다.
 
이매진은 "도시공원이 사라질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며 "도심 속에 숲이 사라지면 위로받고 싶은 사람들은 어디로 가야할까요..."라며 말끝을 흐렸다.
 
"플라스틱 회사에서 직접 일해 보니 알겠더라"
  
 환경운동연합 콘서트 '라이브 그린' 현장

환경운동연합 콘서트 '라이브 그린' 현장 ⓒ 환경운동연합

 
"플라스틱 월드
버려지는 내가 만들어준 플라스틱월드
죽어가는 지구 잠시 편했던 삶 때문에"

 
이매진이 청량감 넘치는 목소리로 환경을 노래했다면 1세대 인디뮤지션 밴드마루는 '펑키함(흑인적인 감각이 풍부한 리듬이나 연주를 가리키는 재즈 용어)'으로 무대를 사로잡았다. '빨대 뺄 때 됐을텐데'를 반복적으로 외치며 라임(발음이 유사한 단어를 사용해 운율을 살리는 행위)도 살렸다. 특히 밴드마루의 보컬가수인 오후는 시원한 목소리로 대표곡 Plastic World를 가볍게 풀어냈다.
 
하지만 그가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그는 "어린 시절 음악을 하지 못했을 때 잠깐 플라스틱 회사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가 근무했던 회사는 국내 한 대기업의 외주업체. 플라스틱을 녹인 후 강한 압력으로 물건을 만드는 곳이었다.

평범한 회사처럼 보이는 곳이었지만 그는 '좋지 않은 기억'을 갖고있다. 오후씨는 "회사에서 나온 지 10년쯤 됐는데 함께 근무했던 분들 중 3분의 2가 돌아가셨다"며 "회사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분진에 둘러싸였는데 아마 그런 환경과 연관돼 있지 않을까"라고 추측했다.
 
또 사람들이 환경 문제에 크게 공감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주변 지인 중에는 환경 운동 이야기를 달가워하지 않는 이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달 자신의 친구와 '도롱뇽 생태지 파괴'를 두고 논쟁을 벌였다고 했다. 수원시가 개발을 추진중인 '수원외곽순환북부도로' 일부에서 도롱뇽 서식지가 발견된 것. 주민들의 반발에 따라 수원시는 해당 구간 일부를 변경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개발 구역내 일부 시골길에 대해 개발이 추진되자, 환경단체가 반발했다.

오후는 "(나는) '당연히 도롱뇽을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라면서도 "하지만 친구는 '도롱뇽이 내게 해준 게 뭐가 있냐'고 물으며 고속도로를 뚫으면 좀 어떻냐'는 반응이었다"고 했다.
 
그가 이번 앨범 제작에 동참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같은 나라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라도 환경에 대한 생각이 천차만별"이라며 "환경에 관심 있는 몇몇 분들에게라도 먼저 자연 파괴의 심각성을 알리고 싶었다"고 했다.
 
"이러다 우리, 다음 세대에 큰 빚을 지게 되는 거 아닐까요"
 
'신용남'이라는 본명으로 더 잘 알려진 가수 욜(YOL)은 환경 음반을 만든 후 스스로의 행동이 가장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이전에 누구보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사람이었다"며 "담배꽁초를 아무 데나 버리고 길거리에 침도 뱉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이제 길가에 큰 쓰레기가 보이면 직접 주워갈 정도로 환경 지키기에 앞장서고 있다.
 
무엇이 그를 이토록 달라지게 했을까. 그는 "사람들이 힘든 일이 있을 때 신에게 기도하듯 (나는) 일이 잘 풀리지 않았을 때마다 지구에게 빌곤 했다"고 했다. 그가 가진 일종의 '지구 신앙'이었던 셈. 자연스럽게 그는 지구의 달라진 모습에도 눈을 뜨게 됐다.
 
YOL은 어릴 적부터 숲과 곤충을 좋아했다. 풀숲에서 발견한 개미를 친구로 여기며 필통에 넣어두었고 잠자리와 달리기 경주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숲도, 그곳에서 노닐던 곤충들도 눈에 잘 띄지 않게 됐다. 그는 "이러다가 나중에는 정말로 자연이 사라져버리는 게 아닐까 걱정했다"며 "특히 몇 세대 뒤 아이들은 자연을 책에서나 보게 되는 건 아닐까 우려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의 이같은 걱정으로 탄생한 곡이 '빚'이라는 노래다. 그는 노래를 통해 현재 우리가 볼 수 있는 새들과 고래, 사슴들을 먼 훗날 우리 아이들은 보지 못하게 될지 모른다고 경고한다. 그리고 후세 아이들로부터 '왜 자연을 지키지 못했느냐'는 원망을 듣게 될 거라고 말하기도 했다.
 
YOL은 쓰레기 하나만 쉽게 버리지 않아도 환경을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쓰레기에서 흘러나오는 폐수가 자연을 더럽힌다"며 환경 운동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건 담배나 술을 끊는 것보다 훨씬 쉽다"며 "쓰레기를 버리던 걸 그냥 버리지 않으면 된다"고 했다.
 
"먼 훗날에 우리 아이들이 물어보게 될 거야
그때는 있었냐고
정말로 있었냐고
왜지키지 못했냐고
당신은 뭘했냐고
물어보게 될 거야"

 
 환경운동연합 콘서트 '라이브 그린' 현장

환경운동연합 콘서트 '라이브 그린' 현장 ⓒ 환경운동연합

 
밴드마루 이매진 상괭이 환경운동연합 환경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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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류승연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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