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반 최하위로 추락한 KIA 타이거즈가 7연패 수렁에 빠졌다. 23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2-9로 대패했다. 이날 경기는 선발 투수 무게감부터 차이가 두드러졌다. LG는 KBO리그에 연착륙한 외국인 투수 켈리인 반면 KIA는 2차 4라운드 40순위로 지명되고 입단한 대졸 신인 양승철이었다. 

데뷔 첫 1군 선발 등판 기회를 잡은 양승철은 제구 난조로 고전은 했지만 1회말 1사 1, 3루 실점 위기를 무실점으로 극복해 출발이 나쁘지 않았다. 2회말에는 1탈삼진 포함 삼자 범퇴도 엮어냈다. 
 
 불펜 등판 후 이틀 휴식 뒤 선발 등판한 23일 잠실 LG전에서 패전 투수가 된 KIA 양승철

불펜 등판 후 이틀 휴식 뒤 선발 등판한 23일 잠실 LG전에서 패전 투수가 된 KIA 양승철 ⓒ KIA 타이거즈

 
하지만 양승철은 3회말 급격히 무너졌다. 1사 후 이천웅에 좌중간 2루타를 맞은 뒤 오지환과 채은성에 볼넷을 내줘 2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2개의 볼넷은 모두 1볼 2스트라이크의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하고도 허용해 아쉬움이 컸다. 

이어 유강남에 2타점 중전 적시타, 김민성에 좌중월 만루 홈런을 얻어맞아 0-6으로 크게 벌어졌다. 3이닝 3피안타 6볼넷 6실점의 양승철은 3회말 종료 후 마운드를 내려와 패전 투수가 되었다. 

양승철은 6개의 볼넷이 말해주듯 제구에서 약점을 노출했다. 2사 후 6실점에서 신인 특유의 경기 운영 능력 부재를 지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날 양승철은 처음부터 정상적인 컨디션을 발휘하기 어려운 등판이었다. 그는 지난주 6경기 중 3번의 구원 등판에 나선 바 있다. 지난 16일과 18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 그리고 20일 광주 두산 베어스전에 나섰다. 하루를 쉬고 다음날 마운드에 오르는 일정을 반복했다. 그 사이 합계 2.2이닝 65개의 공을 던졌다. 그리고 이틀을 쉰 뒤 23일 경기 선발로 예고되었다. 데뷔 첫 선발 등판을 위한 충분한 준비 기간 없이 타박상을 입은 양현종을 대신해 마운드에 선 것이다. 

23일 경기에서도 양승철은 혹사에 내몰렸다. 2회말까지 35구를 던진 양승철은 3회말에만 무려 45구를 던진 뒤에야 가까스로 이닝을 종료시키고 마운드를 내려올 수 있었다. 주초 첫 번째 경기임을 감안하더라도 한 이닝에 지나치게 많은 투구 수를 기록한 초짜 선발 양승철에게 KIA 벤치의 세심한 배려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양승철은 여느 선발 투수와 다르지 않은 80구를 던졌다. 이틀만 쉬고 나온 선발 투수에게는 가혹한 파행적 운영이었다. 

올시즌 KIA 투수진의 평균자책점은 6.26, 피OPS(피출루율 + 피장타율) 0.854로 모두 리그 최하위다. 마운드 붕괴와 팀 성적이 직결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다년간의 혹사로 인해 구위가 떨어진 KIA 에이스 양현종 (출처: KBO야매카툰/엠스플뉴스)

다년간의 혹사로 인해 구위가 떨어진 KIA 에이스 양현종 (출처: KBO야매카툰/엠스플뉴스) ⓒ 케이비리포트 야구카툰

 
하지만 KIA의 마운드 붕괴를 두고 '투수들의 부진'이라고 규정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는 것이다. 야구 팬들은 주축 투수들이 다년간 '혹사'에 시달렸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KIA의 에이스 양현종은 2015년부터 4년 연속 180이닝 이상을 던졌다. 그 때문일까. 올해 그는 예년에 비해 구속과 구위가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양현종은 승리 없이 4패 평균자책점 6.92로 매우 부진하다.

지난해 5강 싸움이 한창이었던 9월 이후 무려 18경기에 등판했던 임기준은 어깨가 좋지 않아 올해 전지훈련을 소화하지 못했다. 그는 4월초 뒤늦게 1군에 올라왔지만 10경기에서 승리 없이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5.06에 그치고 있다. 
 
 18일 사직 롯데전에서 투구 도중 대흉근 부상을 당한 KIA 김윤동 (출처: SPOTV 중계 화면)

18일 사직 롯데전에서 투구 도중 대흉근 부상을 당한 KIA 김윤동 (출처: SPOTV 중계 화면) ⓒ SPOTV

 
2017년부터 2년 간 매해 80이닝 이상을 던진 김윤동은 올해 마무리로 낙점되었지만 지난 10일 이후 9일 동안 5경기에서 128구를 던지다 부상을 당했다. 그는 18일 사직 롯데전에서 투구 도중 어깨를 부여잡으며 마운드에 쓰러졌고 대흉근 부상 진단을 받고 1군에서 제외되었다. 단기 부상으로는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안타까운 전망이 지배적이다. 

올시즌 KIA는 최하위로 추락하며 총체적 난국에 몰려 있다. 하지만 이는 KIA 벤치가 스스로 야기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 원칙 없는 기용과 주먹구구식 투수 관리가 이어지며 구시대적 혹사와 부상 이탈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현재 KIA에 가장 절실한 것은 최하위 탈출이나 억지춘향식 리빌딩이 아닌 제대로 된 선수 관리라는 지적에 구단은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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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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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글: 이용선 /감수: 김정학 기자) 본 기사는 스포츠전문지[케이비리포트]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기사 문의 및 스포츠 필진·웹툰작가 지원하기[ kbr@kbrepor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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