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장남 선급 회사 특혜 채용 문제와 영화인들의 후보자 인명 반대를 요구하는 질문이 이어지자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장남 선급 회사 특혜 채용 문제와 영화인들의 후보자 인명 반대를 요구하는 질문이 이어지자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유성호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가 열린 26일 영화인들은 SNS 등을 통해 조소와 실망을 쏟아냈다. 현안에 대해 명확한 답변은커녕 교묘히 피해갔고, 지금까지 했던 행동조차 모르쇠로 일관한 것에 대한 실망감이 역력했다.
 
한 천만 영화 제작자는 "아는 만큼만 보인다고 지금까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직업은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가장 좋은 직업은 '장관'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그렇지 않고서야 자신이 얼마나 이중적이고 위선적이고 말과 행동이 완전히 달랐다는 것이 실시간 생중계되는데도 불구하고 참아내겠냐"며 "세상이 아무리 자신을 욕한다 해도 장관을 하기 위해 참는 것을 보니 영화보다는 장관 했어야 하는 건데, 세상 아무래도 헛산 것 같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영화기관에서 활동했던 한 영화계 인사도 "장관 되는 거 보는 게, 참 '장관'이라면서 우리는 얼마나 더 참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높은 자리에 올라갈수록 거짓말을 잘해야 되는 것 같다"며 조소하는 시선도 있었다.
 
명확한 입장 피하며 불신만 키워
 
이날 박양우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 답변 태도는 영화계의 우려가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CJ 사외이사 출신 장관은 대기업 규제에 교묘하게 피해가는 발언으로 영화인들의 불신을 더욱 키웠다. (관련 기사 : "고양이에게 생선창고 맡긴 꼴" 박양우 청문회와 <칠곡가시나들>)
 
박양우 후보자는 상영과 배급 분리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영화산업의 전체 순환을 위해서 겸영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거나 "종합 검토해야 한다"는 식의 형식적 답변으로 일관했다. 

스크린독과점 문제에 대해서도 법적규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중소제작자의 권익이나 입장이 반영돼야 한다"며 "제작과 투자, 배급, 상영 전체적인 생태계가 균등하게 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했다. 박 후보자는 영화계의 반대에 대해서도 "오히려 많은 부분에서 (제 생각과 영화계 의견이) 일치한다고 본다"며 "왜 그렇게 (반발)했는지 여쭤보고 싶다"고 말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장남 선급 회사 특혜 채용 문제와 영화인들의 후보자 인명 반대를 요구하는 질문이 이어지자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장남 선급 회사 특혜 채용 문제와 영화인들의 후보자 인명 반대를 요구하는 질문이 이어지자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유성호

 
박양우 후보자가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대기업 수직계열화에 따른 법적 규제는 지난 10년 넘게 다양한 토론과 논의를 거쳐 나온 산물이다. 대기업이 투자-제작-상영-배급을 장악하고 있는 현실에서 상영과 배급 분리 및 스크린 상한선 제한은 독과점 해소를 위해 영화계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해법이다.
 
하지만 영화산업을 장악하고 있는 대기업들은 이 법안을 불편하게 생각하고 있다. 박양우 후보자는 대표적인 수직계열화 기업인 CJ의 사외이사로 있으면서 규제 법안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민주평화당 최경환 의원이 "CJ ENM 사외이사로 있을 때는 반대 입장을 한 것으로 안다"며 명확한 입장을 물었던 것은 이런 이유다.
 
박양우 임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영화계 내부에서는 만약 박양우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분명하게 스크린독과점 제한이나 상영-배급 분리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면 더 이상 반대를 외치기는 어려울 것이란 시선도 있었다.
 
그렇지만 영화계의 예상대로 박양우 장관 후보자는 두리뭉실한 답변을 택했다. 박양우 후보자의 핵심을 벗어난 답변은 "역시나 기대할 게 없는 인물"이라는 실망감만 잔뜩 안겼다. 영화계 인사들이 청문회를 보고 답답했다는 반응을 내놓는 이유다.
 
한국영화계 원로인 정진우 감독은 "여야 의원들이 제대로 검증하겠다는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청문회를 평가했다. 한 영화 프로듀서는 "청문회를 보니 문체부 장관 후보자가 참 심란한 사람"이라며 "이 정권이 참 너무한다"고 말했다.
 
공정시장과 다양성 보다 대기업 대변
 
 박양우 CJ 사외이사 문체부 장관 임명 철회를 요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인 원승환 인디스페이스 부관장

박양우 CJ 사외이사 문체부 장관 임명 철회를 요구하며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인 원승환 인디스페이스 부관장 ⓒ 반독과점 영대위

 
원승환 인디스페이스 부관장은 "정말 실망스러웠던 대답 중 하나는 CJ ENM의 사외이사로 재직하며 독점기업의 입장을 대변했다는 영화계의 비판에 대해 '사외이사로서 회사에 대한 자문과 조언을 했을 뿐'이라는 해명이었다"고 지적했다.
 
"사외이사는 기업 경영에 대해 고작 자문과 조언을 하라고 도입된 제도가 아닌 경영진으로부터 독립해 경영진을 효율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기업 가치를 제고하기 위함"이라며 원 부관장은 "문체부 차관을 지냈고, 대학원에서 예술경영학을 가르치는 교수가 한 답변이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어 원 부관장은 "CJ ENM이라는 독점적 문화기업에서 5년간 사외이사로 고작 자문과 조언만 한 사람이라면 장관보다는 전직 차관 출신으로서 장관에 대해 조언과 자문 역할을 하겠다고 자임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그는 "영화시장 독과점 문제에 뚜렷하게 주관을 말하지 못하는 모습은 독점기업인 CJ ENM의 사외이사 출신이 장관이 되면 공정시장과 다양성보다는 특정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할 것이라는 영화계의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독립영화인들은 "사기업의 이익을 대변해온 사람이 국가 공공의 문화정책을 관장하는 수장으로 임명된 것 자체가 큰 모순"이라며 CJ 사외이사 박양우 문체부 장관 임명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이들은 28일 정오까지 서명을 받은 후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박양우 문체부 장관 청문회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