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달빛천사>

만화 <달빛천사> ⓒ 타네무라 아리나


지난 2002년 방송된 일본 TV도쿄의 애니메이션 <달빛천사> 플롯은 간단하다. 죽음을 앞둔 꼬마에게 저승사자가 찾아와 일 년 뒤 죽는다고 예고한다. 그리고 주인공은 그들의 도움으로 성공적인 가수 데뷔에 성공한다. 그러나 사실 저승사자는 죽은 자기 아버지의 옛 동료였다. 모든 사실이 밝혀진 뒤에 주인공은 위기를 극복한 후 성공적으로 운명을 개척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서사는 조금 뜬금없고, 어이 없기까지 하다. 작품을 관람할 때는 감상에 젖어 눈치채기 쉽지 않았다. 다 보고 나서 이야기를 돌이켜보면 이 작품이 외부에서 설정을 수혈해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테면 작품 내 악역으로 묘사되는 이즈미(주자영)는 52화 방영 속에서 아무런 배경도 주어지지 않는다. 단지 동료라는 것, 사소한 연애관계 이외에는 중요한 정보를 주지 않는다. 그러니까 배경을 알고 싶다면 원작을 따로 챙겨보는 수밖에 없다.

이 만화는 2003년의 어린 아이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방송 이후 16년이 흐른 시점에서 이 만화를 보는 사람은 대부분 '키덜트'라고 불리는 어른들이다. 그들은 추억을 떠올리기 위해 이 만화를 보는 것이리라. '복고 열풍'이 부는 이유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달빛천사>의 도입부에 나타난 타토(김장)와 멜로니(이자명)가 루나(이용신)의 앞에 몸을 드러냈을 때, 이 애니메이션을 보는 어른들은 자신의 추억을 그대로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주제가 'New Future(새로운 미래)'가 흘러나올 때도 추억을 느낄 수 있다.

1화에서 주인공 루나가 마주한 것은 자신의 일 년 뒤 죽음이다. 루나는 자신의 죽음을 알면서도 시종일관 밝은 모습을 보인다. 이는 흡사 자신이 죽지 않을 것을 아는 것 같기도 하다. 51화, 52화에 나올 희망을 1화부터 예고하고 있는 듯 보이기도 한다.

우리가 떠나온 곳

1화에서 52화까지 이어진 루나의 추억이 있고, 1화 이전부터 루나를 알고 지내던 타토의 추억이 있다. 타토는 루나 아버지의 친구였기에 루나에게는 남다른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저승사자가 되어서 기억을 잃어버렸다. 작품이 진행되면서 보여주는 것은 루나가 노래하는 과정이기도 하지만, 타토가 기억을 찾아가는 것이기도 하다. 1화에서 루나는 타토에게 "왜 노래하고 싶냐"고 묻는다. 루나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답한다. 

루나는 추억을 되살리기 위해 노래한다. 노래하면 미국으로 입양된 오빠가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으로 여긴다. 오빠는 죽었다. 하지만 그런 루나에게 타토는 '잊는 게 아니라 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결말을 모르고 보아도 그 노래에는 루나가 사랑하던 오빠를 향한 마음이 담겨있다는 걸 알 수 있다. 1화의 시작과 52화의 결말을 장식하는 그 노래는 분명 다르게 들렸다. 그리고 아마도 그것은 TV 애니메이션이라는 특성상 매화의 시작과 결말이 반복된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일 테다.

서사의 불완전함을 채우는 건 우리가 그 함께했던 시절의 추억이다. 아마도 그 힘은 노래에 실려 있었을 것이다. 어렸을 때는 마냥 재미있게 보았고, 머리 굵어서 보는 지금에 딱히 이야기는 중요하지 않다. 사실 <달빛천사>는 내용보다는 추억에 의존해서 본다는 느낌이 강한 작품이다. 방금 발언은 이 작품의 내용이 좋지 않다고 말하는 게 아니라, 그 추억에 끌려 작품을 관람하게 된다는 것이다.
달빛천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