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를 앞두고 회의하는 우리은행 선수단

경기를 앞두고 회의하는 우리은행 선수단 ⓒ WKBL제공/연합뉴스

 
KB가 '숙적' 우리은행을 꺾고 정규리그 우승 매직넘버를 '2'로 줄였다.

안덕수 감독이 이끄는 KB스타즈는 23일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2018-2019 여자프로농구 7라운드 우리은행 위비와의 원정경기에서 74-59로 승리했다. 승률 8할을 넘기며 2위 우리은행과의 승차를 2경기로 벌린 KB는 남은 4경기에서 2승만 거두면 2006년 여름리그 이후 13년 만에 정규 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챔프전에 직행할 수 있다.

지난 시즌 준우승을 차지한 KB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뛰어난 득점력을 갖춘 외국인 선수 카일라 쏜튼과 궂은 일에 능한 '살림꾼' 염윤아를 영입하며 전력을 대폭 끌어 올렸다. 특히 우리은행과의 맞대결 7경기에서 2연패 후 5연승을 거두며 '우리은행 공포증'을 완전히 씻어 버렸다. 반면에 우리은행은 자력으로 정규리그 우승이 불가능해지면서 정규리그와 챔프전을 모두 제패해야 하는 '통합 7연패'가 사실상 물건너간 상황이다.

적지 않은 악재 속에서도 통합 6연패 위업 달성한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불리한 여건들을 이겨내고 우리은행의 통합 6연패를 이끌었다.

위성우 감독은 불리한 여건들을 이겨내고 우리은행의 통합 6연패를 이끌었다. ⓒ 우리은행 위비

 
WKBL에 '레알 신한' 시대가 도래하면서 추락을 시작한 우리은행은 2008-2009 시즌부터 2011-2012 시즌까지 4시즌 연속 최하위라는 최악의 암흑기를 보냈다. 4시즌 연속 꼴찌를 하는 동안 한 시즌에 두 자리 승수조차 올리지 못한 우리은행의 체질을 완전히 바꾼 인물은 2012년 우리은행에 부임해 오늘날 우리은행을 WKBL 최강팀으로 만든 위성우 감독이었다.

위성우 감독은 엄청난 지옥훈련을 통해 선수들의 마음 속에 자리하고 있던 패배의식을 지워 버렸고 2012-2013 시즌 신한은행 에스버드의 7연패를 막고 8시즌 만에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2011-2012 시즌까지 한시적으로 폐지됐던 외국인 선수 제도가 2012-2013시즌부터 부활한 것도 골밑을 지켜 줄 빅맨이 필요했던 우리은행에게는 호재로 작용했다. 그렇게 우리은행은 2017-2018 시즌까지 6연속 통합우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물론 우리은행의 통합우승 과정이 언제나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부진한 성적 덕분에(?) 매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최고의 유망주들을 쓸어 담았던 우리은행은 2012년 2순위 최은실을 끝으로 올해 박지현을 뽑기 전까지 언제나 신인 지명에서 하위순번을 받았다. 물론 리그의 평준화를 위해 챔피언 팀이 당연히 감수해야 할 부분이지만 우리은행은 다른 구단들처럼 우수한 신인을 영입해 팀의 중심으로 키울 기회가 부족했다.

외국인 선수 선발도 불리하긴 마찬가지. 우리은행은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늘 낮은 순번을 받았고 한정된 역할만 소화하는 '반쪽 선수'를 지명해 우리은행의 팀 색깔에 맞게 변화를 시켰다. 물론 샤데 휴스턴과 존쿠엘 존스, 나탈리 어천와 등 우리은행을 거친 대부분의 외국인 선수들은 우리은행의 스타일에 잘 녹아 들었다. 하지만 위성우 감독과 전주원 코치는 매 시즌 '맞춤형 외국인 선수'를 구하고 키워내느라 머리가 아플 수밖에 없었다.

또한 위성우 감독은 선수들에게 많은 훈련을 시키기로 유명한 지도자다. 물론 위성우 감독의 지도 속에 좋은 선수로 성장한 선수도 많지만 아무래도 많은 훈련량은 그만큼 높은 부상 위험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승아, 양지희 등 주전 선수들이 고질적인 부상 때문에 이른 나이에 은퇴를 선택했고 선수들이 하나, 둘 코트를 떠날 때마다 우리은행의 선수층은 점점 얇아졌다.

외국인 선수 부진과 노장 선수 체력 저하
 
 우리은행의 새 외국인 선수 빌링스는 공수에서 아직 큰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새 외국인 선수 빌링스는 공수에서 아직 큰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우리은행은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 KB를 꺾고 통합 6연패를 달성했다. 양지희의 은퇴로 힘든 시즌이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새로 영입한 포워드 김정은이 화려하게 부활하며 절대 깨지지 않을 것 같았던 '레알 신한'의 기록과 동률을 만들었다. 우리은행의 목표는 당연히 한국 프로스포츠에서 어떤 팀도 달성하지 못했던 통합 7연패였다. 

우리은행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이은혜, 홍보람, 박태은이 팀을 떠났지만 루마니아 출신의 혼혈 선수 김소니아가 4년 만에 팀에 복귀했다. 2011년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출신 박다정도 삼성생명 블루밍스와 신한은행 에스버드를 거쳐 자신을 지명했던 우리은행에 합류했다. 외국인 선수는 경력은 화려하지 않지만 196cm의 좋은 신장을 가진 크리스탈 토마스를 지명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은행은 이번 시즌에도 여전히 강 팀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정규 시즌 31경기를 치른 시점까지 .742의 높은 승률을 유지하고 있고 3위 삼성생명과는 5경기의 승차를 벌렸다. 박혜진과 임영희,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토종 트로이카'는 리그에서 가장 안정된 기량을 뽐내고 있고 경기당 19분을 소화하며 6.7개의 리바운드를 걷어내고 있는 김소니아의 투지도 인상적이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지난 4시즌 연속으로 8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했던 팀이다. 우리은행의 기준으로 보면 이번 시즌 승률 .742는 결코 높은 승률이 아니라는 뜻이다. 특히 특정팀(KB)을 상대로 정규리그에서 5연패를 당한 것은 위성우 감독 부임 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일이다. 우리은행은 지난 1월 28일 외국인 선수를 토마스에서 모니크 빌링스로 교체했지만 빌링스 합류 후에도 우리은행은 KB에게 2패를 당했다.

정규리그 우승이 멀어지면서 우리은행의 통합 7연패는 사실상 불가능해졌지만 아직 챔프전 7연속 우승의 기회는 남아 있다. 이미 2위 자리를 확정 지은 만큼 위성우 감독은 잔여 시즌 동안 봄 농구에서 만나게 될 삼성생명과 KB를 연구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정규리그 우승이 힘들어졌다고 해서 함부로 우리은행을 '한 물 간 팀'이라 평가할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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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 2018-2019 WKBL 우리은행 위비 위성우 감독 통합 7연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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