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의 마우리시오 사리 감독이 위기에 빠진 모양새다. 사리 감독은 펩 과르디올라 감독처럼 팀에 남을 수 있을까. 아니면 과거 첼시 감독이었던 안드레 빌라스 보아스처럼 쫓겨나게 될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강호 첼시 FC가 최근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이번 시즌 초반만 해도 리그 선두 경쟁을 했던 첼시지만, 2019년 2월 현재 순위는 6위까지 떨어졌다. 승점 50점으로 우승은커녕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승점 51점)와 아스널 FC(승점 50점)에 밀려 'TOP 4' 진입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에레라의 첫 골에 기뻐하는 맨유 선수들

에레라의 첫 골에 기뻐하는 맨유 선수들 ⓒ EPA/연합뉴스

 
분위기는 계속 악화되고 있다. 19일 오전 4시 30분(이하 한국시간)에 있었던 2018-2019 FA컵 5라운드에서 맨유에 2-0으로 완패했다. FA컵 강자인 첼시가 조기 탈락한 것이다.

맨시티전 대패에 이은 맨유전 패배, 그럼에도 변화는...

당연히 팀의 수장 사리 감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특히 지난 11일 리그 26라운드 맨체스터 시티 원정 경기에서 0-6의 참패를 당한 것이 치명타였다. 맨시티전 대패는 그렇지 않아도 흔들리는 사리호를 더욱 곤경에 빠뜨리게 만들었다.

맨시티전은 '사리볼'의 약점이 모조리 드러난 경기였다. 사리 감독의 '페르소나'인 조르지뉴의 패스는 효율성이 떨어졌고, 은골로 캉테는 여전히 새로운 역할에 어려움을 느꼈다. 비효율적인 경기 운영에 에당 아자르는 후방에서 전방으로 공을 운반하는 데 에너지를 허비했다.

사실 이는 시즌 초·중반부터 반복된 흐름이다. 첼시의 약점이 만천하에 드러났지만 사리 감독은 요지부동이다. 변화의 움직임은 미비하다. 사리 감독의 거취가 첫 시즌부터 불투명한 이유다.
 
 첼시 선수들

첼시 선수들 ⓒ AP/연합뉴스

 
이에 현재 첼시의 수석 코치를 맡고 있는 지안프랑코 졸라는 펩 과르디올라의 성공을 근거로 사리 감독을 두둔했다. 지난 18일 영국 언론 <스카이 스포츠>를 통해 졸라 코치는 "우리는 약간의 수정을 하고 있지만, 변화 없이 나아가고자 한다. 방향은 언제나 같을 것"이라며 부진에도 불구하고 팀 전술에 큰 변화가 없을 것임을 예고했다.

또 해당 보도를 살펴 보면, 졸라 코치는 맨시티의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부임 첫 시즌에 겪었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했다. 졸라 코치는 "나는 펩 감독이 '변화는 없다'라고 말했던 것을 기억한다"며 "내 생각에는 우리도 비슷한 순간을 거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축구를 보는 방식과 무엇이 클럽에 좋은지에 대한 방법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즉, 첼시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큰 변화 없이 현재의 기조를 우직하게 밀고 나가면 맨시티처럼 궁극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말로 풀이된다. 실제로 사리 감독과 비슷한 유형의 펩 감독은 맨시티 입성 첫 시즌에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지난 시즌부터 팀을 완전히 궤도에 올려 놓으면서 찬사를 받고 있다.

본래 EPL로 넘어오기 전부터 펩 감독과 비슷한 성향이라는 평을 받았던 사리 감독이다. 그와 그를 지지하는 인물들이 장밋빛 미래를 그리고 있는 내막이다.    

'파리 목숨'의 첼시 감독... 사리 앞에 놓인 운명의 3월

졸라 코치를 비롯해 여전히 사리 감독을 지지하는 세력이 존재한다. 다만 그들의 목소리가 얼마나 영향력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당장 졸라 코치의 주장과 달리 펩 감독과 사리 감독의 입장은 천지 차이다. 펩은 맨시티로 오기 전에 FC 바르셀로나와 바이에른 뮌헨에서 무수한 영광을 일궈낸 감독이다. 이러한 업적은 맨시티가 펩을 향해 인내심을 가지기에 충분한 근거로 작동했다.
 
 올레 군나르 솔샤르 맨유 감독대행과 마우리치오 사리 첼시 감독

올레 군나르 솔샤르 맨유 감독대행과 마우리치오 사리 첼시 감독 ⓒ AFP/연합뉴스

 
반면 사리 감독의 성과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이탈리아 세리아A의 SSC 나폴리 시절 좋은 지도력을 보여줬지만, 과르디올라 감독에 비할 바는 아니다. 어찌 보면 첼시 감독직이 진정한 사리의 시험대일 수도 있다. 자신의 능력을 한시바삐 보여줘야 하는 것이 사리 감독의 상황이다.

최근 대부분의 첼시 감독의 부임 기간이 '파리 목숨'처럼 짧은 것은 사리 감독을 조급하게 만드는 요소다. 수많은 감독이 단기간에 후임자에게 팀을 물려줬다. 카를로 안첼로티, 안드레 빌라스 보아스, 안토니오 콘테 등이 그랬다. 조세 모리뉴 감독이 2004년 6월부터 2007년 9월까지 팀을 이끈게 최근 15년 사이 첼시 감독의 최장 부임 기간일 정도다.

이 중에서도 사리 감독이 겪고 있는 흐름은 보아스 감독 때와 유사하다. 보아스 감독은 '제2의 모리뉴'로 불리며 2011년 여름 첼시 지휘봉을 잡았다. 사리 감독을 향한 기대처럼 보아스는 다소 수비적인 첼시에 새로운 옷을 입힐 적임자로 여겨졌다.

그러나 보아스의 첼시는 시즌 초반부터 난관에 부딪쳤고, 2012년 3월 보아스는 첼시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부진한 성적을 참지 못하고 첼시는 포스트 모리뉴로 생각했던 감독을 가차없이 내쳤다.

첼시의 이러한 팀 운영 방식은 아직도 유효하다. 결국 사리 감독도 반전을 일궈내지 못하면 보아스 감독의 길을 따라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첼시는 오는 25일 맨시티와 2018-2019 카라바오컵 결승전, 28일에는 토트넘 홋스퍼와 리그 28라운드 경기를 가진다. 최근 분위기상 승리가 쉽지 않은 두 경기다. 최소한의 결과를 얻지 못하면 경질의 칼날이 사리 감독을 내칠 수 있다.

만일 고난의 2연전을 버티면 결국 3월 리그 일정이 사리 감독의 운명을 가를 전망이다. 3월에 첼시는 풀럼(원정), 울버햄튼(홈), 에버턴(원정), 카티프시티(원정)를 만난다. 원정이 많지만 모두 첼시가 잡을 수 있는 상대다.

한편 리그 4위권 경쟁자인 맨유와 아스널은 향후 일정에 강호들과 대진이 섞여있다. 맨유의 경우 사우스햄튼(홈), 아스널(원정), 맨시티(홈), 왓포드(홈)를 만나고, 아스널은 토트넘(원정), 맨유(홈), 울버햄튼(원정), 뉴캐슬(홈, 4월 2일 경기)과 격돌한다. 첼시로서는 맨유와 아스널을 제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다.   

물론 기회는 곧 위기다. 3월 일정에서도 반전을 만들지 못하면 성격 급한 첼시의 수뇌부가 가만히 있을리 만무하다. 향후 일정 결과에 따라 사리 감독의 런던 생활은 조기에 마감될 수 있다.

연일 언론과 팬들의 질타를 받고 있는 사리 감독. 그의 첼시에서 첫 시즌이 성공을 위한 인내의 시간이 될지, 아니면 실패의 사례로 남을지 운명이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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