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3월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7년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NC 다이노스의 시범경기. NC 투수 이형범이 역투하고 있다.

지난 2017년 3월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7년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NC 다이노스의 시범경기. NC 투수 이형범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안방마님을 창원으로 떠나 보낸 두산이 '양의지의 유산'을 결정했다.

두산 베어스 구단은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FA 자격을 얻어 NC다이노스로 이적한 양의지에 대한 보상 선수로 우완 이형범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두산은 양의지를 보낸 대가로 NC로부터 올해 양의지의 연봉 200%에 해당하는 12억 원의 보상금과 병역의무를 마친 만 24세의 젊은 투수 이형범을 얻게 됐다.

NC는 최근 kt 위즈로 트레이드된 내야수 강민국의 음주운전 전력을 알면서도 묵인했다는 이유로 야구 팬들로부터 많은 질타를 받았다. 이 때문에 두산에서도 보상 선수 영입 대신 보상금 18억 원을 선택할 거라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두산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미래를 위한 유망주 수집을 선택했다. 과연 이형범은 두산 팬들의 기대대로 잠실 야구장에서 기량을 꽃 피울 수 있을까.

이원석 이후 이렇다 할 성공사례가 없었던 두산의 FA 보상선수 

두산은 FA 보상 선수에서 아주 큰 성공사례를 가지고 있다. 올해 삼성 라이온즈에서 3할 20홈런 90타점을 기록한 이원석이다. 2005년 롯데 자이언츠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이원석은 2008 시즌이 끝나고 롯데와 계약한 홍성흔(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마이너리그 코치)의 보상 선수로 두산으로 이적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베테랑과 유망주의 맞교환이 된 두 선수의 이적은 두 팀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됐다.

홍성흔은 롯데 이적 후 중심 타선에 힘을 보태며 3년 연속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두산에서의 마지막 시즌까지 합치면 4년 연속). 이원석 역시 두산에서 내야 전 포지션을 오가며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현재 두산에 류지혁이라는 유틸리티 플레이어가 있다면 2010년대 초반 두산을 상징하는 내야 유틸리티는 단연 이원석이었다. 이원석은 2016 시즌이 끝나고 삼성으로 이적한 후에도 2년 동안 38홈런을 때려내며 '모범FA'로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이원석 이후 두산의 FA 보상 선수들은 대부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08년 롯데에 육성선수로 입단한 김수완은 2010년 8월 17일 SK와이번스전에서 완봉승을 거두며 일약 '깜짝스타'로 떠얼랐다. 김수완은 2013 시즌이 끝난 후 최준석(질롱 코리아)의 보상선수로 두산에 지명됐다. 하지만 김수완은 두산 이적 후 2년 동안 단 11경기에 등판해 1승도 따내지 못했고 2015 시즌이 끝난 후 팀에서 방출됐다.

보상 선수 성공 사례를 만들고 삼성으로 이적한 이원석의 보상 선수는 포수 이흥련이었다. 삼성 시절 진갑용과 이지영의 백업 포수로 활약하다가 두산 이적 직후 곧바로 경찰 야구단에 입대한 이흥련은 전역 후 7경기에서 안타를 신고하지 못했고 한국시리즈에서도 출전기회를 얻지 못했다. 다만 양의지가 NC로 이적하면서 2019 시즌 두산 내에서 이흥련의 활용도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민병헌(롯데)의 보상 선수였던 외야수 백민기와 김현수(LG트윈스)의 보상 선수였던 투수 유재유도 아직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백민기는 시즌 막판 홈런을 때려내고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도 포함됐지만 이적 후 올해 1군에서 23경기 출전에 그쳤다. 프로 입단 후 1군 등판 기록이 15경기에 불과한 1997년생 유재유는 당장의 성적보다는 미래를 기대하며 영입한 유망주이다.

김강률 없는 내년 시즌 두산 불펜에 힘을 보탤 젊은 군필 우완

양의지의 보상 선수로 선택한 이형범은 지난 2012년 화순고를 졸업하고 NC에 특별 지명(전체 23순위)을 받고 입단한 NC의 창단멤버다. 2013년 1군에서 2경기에 등판한 이형범은 시즌이 끝난 후 장현식, 강진성 같은 팀 동료들과 함께 경찰야구단에 입단했다. 이형범은 입대 첫 시즌부터 9승1패 평균자책점 4.00을 기록하며 박세웅(롯데)과 함께 퓨처스리그 북부리그 다승왕에 오르며 주목 받았다.

이형범은 2015년 6승 4패 ERA 6.35로 주춤했고 전역 후에도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2016 시즌 한 번도 1군에 올라오지 못했다. 하지만 이형범은 작년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1군 마운드에 오르며 야구팬들에게 조금씩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비록 14경기에서 1승2패에 그쳤지만 평균자책점 3.07을 기록하며 좋은 투구내용을 선보였다. 이형범은 올해도 4번의 선발등판을 포함해 23경기에서 1승1패 ERA 5.17을 기록하며 1군 투수로 입지를 넓혔다.

화순에서 태어나 창원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이형범은 양의지의 보상선수로 두산에 지명되면서 프로 8번째 시즌을 서울에서 보내게 됐다. 아마도 병역 의무를 마친 만 24세의 젊은 투수라는 점이 두산이 이형범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긴 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젊은 나이라는 점 외에도 두산 불펜진의 현실을 보면 당장 내년 시즌부터 이형범이 1군에서 활약할 확률도 적지 않다. 

김강률이 한국 시리즈를 앞두고 아킬레스건 부상을 당하면서 내년 시즌 두산 불펜에 우완 정통파 투수는 노장 김승회와 루키 박신지 정도 밖에 없다(김태형 감독과 두산 구단이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홈런왕 김대한에게 투수를 시키고 싶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은 썩 빠르지 않지만 안정된 제구력을 갖춘 이형범이 꾸준히 이닝을 소화해 준다면 두산 마운드에 적지 않은 힘이 될 것이다.

두산은 올 시즌 정규 시즌에서 93승을 따내고도 한국시리즈에서 SK에게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게다가 시즌이 끝난 후에는 '전력의 반', '부감독'으로 불리던 양의지마저 팀을 떠났다. 이미 많은 야구 팬들이 내년 시즌 두산은 올해와 같은 성적을 내기 힘들 거라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김현수,민병헌 없이도 정규 시즌 우승을 만들었던 두산은 또 한 번 양의지 없는 2019년의 성공을 준비하고 있다. 보상선수 이형범 영입은 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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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두산 베어스 FA 보상선수 이형범 양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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